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정규시즌 후반기 들어 두산 베어스의 확실한 필승 카드로 자리매김한 윤명준의 포스트시즌 첫 경험은 쓰라렸다. 그야말로 웃다가 울었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윤명준은 8일 목동구장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구원 등판, 1⅓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1고의사구)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 있는 피칭을 선보였지만 결과가 아쉬웠다.
윤명준의 후반기는 그야말로 화려했다. 이보다 화려할 수 없었다. 지친 두산 불펜의 한줄기 빛이고 희망이었다. 윤명준은 올해 7월 이후 23경기에서 4승 4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1.02(35⅓이닝 4자책)로 완벽에 가까웠다. 특히 9월 이후에는 세이브 3개를 추가하며 마무리투수의 자질까지 보여줬다. 시즌 중반만 해도 '빈볼 투구로 징계를 받은 투수'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후반기 호투로 이를 상쇄한 윤명준이다.
당당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정규시즌과는 압박감의 차원이 달랐지만 윤명준에게 두려움이란 없었다. 팀이 2-3으로 뒤진 8회말 구원 등판한 그는 가볍게 2아웃을 잡고 김민성에 좌전 안타를 내줬다. 하지만 이성열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포스트시즌 데뷔 첫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쳤다. 두산은 윤명준의 호투 직후인 9회초 동점을 만들었다. 2사 후 정수빈의 동점 3루타가 터졌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듯했다.
그러나 동점 상황에서의 압박감은 더할 수밖에 없었다.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윤명준은 다소 긴장한 탓인지 선두타자 유한준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허도환의 희생번트에 이어 서건창을 고의4구로 내보내 1사 1, 2루가 됐다. 여기서 두산 벤치는 윤명준을 내리고 정재훈을 올렸다. 동료들은 윤명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세상만사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 법. 정재훈이 후속타자 장기영을 1루수 땅볼로 잡고 연장전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겨놓았다. 그러나 2사 2, 3루 상황에서 이택근에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윤명준이 내보낸 3루 주자 유한준이 홈을 밟았다. 포스트시즌 데뷔전서 패전의 아픔을 맛본 윤명준이다.
하지만 윤명준은 충분히 잘 던졌다. 올해로 입단 2년째를 맞는 투수가 한 방에 시리즈의 향방이 갈릴 수도 있는 포스트시즌에서 느낄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다. 포스트시즌 첫 출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꿋꿋이 자기 공을 던졌다. 유한준에게 볼넷을 내준 5구째도 스트라이크존 비슷하게 들어간 공이었다. 제구 불안으로 내준 볼넷이 아니었다. 남은 시리즈에서의 활약 가능성은 유감없이 보여줬다.
윤명준이 포스트시즌 첫 등판의 쓰라린 경험을 뒤로 하고 남은 시리즈에서 팀을 구해낼 지 한번 지켜볼 일이다. 이제 한 경기 치른 상황에서 고개 숙일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공을 던진 날보다 던질 날이 더 많은 윤명준.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돈주고도 못 살 최고의 경험을 했다.
[두산 베어스 윤명준.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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