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말 박병호 시리즈가 맞는 것 같다.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대부분 전문가는 “박병호의 방망이에 달렸다. 박병호가 터지면 넥센이 유리하고, 박병호를 막아서면 두산이 유리하다”라고 했다. 실제 1차전은 전망이 맞아떨어졌다. 박병호는 포스트시즌 4번타자 데뷔전서 2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 2볼넷을 기록했다. 첫 타석서 포스트시즌 첫 홈런을 선제 솔로포로 신고했고, 이후엔 고의사구와 볼넷으로 연이어 출루했다. 두산 마운드는 박병호를 최대한 피해갔으나 돌아온 건 패배였다. 박병호가 맹활약한 넥센은 짜릿한 포스트시즌 첫 승을 따냈다.
확실히 박병호 효과가 대단하긴 대단하다. 두산 투수들은 찬스에선 박병호를 상대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3회 2사 2,3루에서 고의사구를 보내는 장면이나 9회 2사 2,3루에서 이택근에게 끝내기안타를 맞는 장면에서 드러났다. 사실 이택근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을 때 비어있는 1루를 채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음타자가 박병호이니 이택근과 승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택근은 쫓기는 두산 배터리를 차분하게 잘 공략했다.
▲ 박병호 효과가 부러운 두산
두산은 박병호 효과가 부럽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민병헌~김현수~홍성흔으로 이어진 클린업트리오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들은 11타수 1안타에 불과했다. 넥센 브랜든 나이트에게 꽁꽁 묶였다. 물론 이들은 좋은 타자들이다. 민병헌은 올 시즌 타율 0.319 9홈런 65타점 27도루 70득점으로 커리어 하이 기록을 남겼다. 타율 0.299 15홈런 72타점의 홍성흔과 타율 0.302 16홈런 90타점의 김현수 역시 두산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중심타자다.
하지만, 이들이 올 시즌 합작한 홈런은 40개다. 박병호 혼자 때린 37개보다 3개 많았다. 확실히 넥센 투수들은 두산 중심타선을 상대하는 게 박병호를 상대하는 두산 투수들보다 수월해 보였다. 두산 입장에선 넥센 투수들이 두산 중심타자들과 정면승부를 펼쳐 좋은 결과를 내니 딱히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가 없었다.
두산은 확실히 찬스에서 확실한 한 방을 때려줄 힘이 넥센에 비해 부족하다. 이미 정규시즌서 드러났다. 넥센은 올 시즌 125홈런을 때렸다. 팀 홈런 1위. 두산은 95홈런으로 4위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건 두산의 팀 장타율 0.420이 넥센의 팀 장타율 0.413을 누르고 리그 1위라는 것. 두산 역시 장타력 자체가 떨어지지 않지만, 확실한 한 방이 넥센보다 부족해 투수에게 위압감을 심어주지 못한다는 의미다. 두산으로선 박병호 효과가 부러울 수밖에 없다.
▲ 2년 연속 가을야구와 멀어진 김동주
두산으로선 이쯤에서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 김동주. 그는 김진욱 감독 체제에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김동주는 올 시즌 28경기서 타율 0.256 1홈런 9타점에 그쳤다. 5월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된 뒤 퓨처스리그서도 꾸준하게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현 시점에선 두산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고 해도 김동주의 모습을 보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김진욱 감독은 사실상 김동주를 전력 외로 판단한 것 같다.
어쨌든 두산은 김동주의 아우라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성적을 떠나서 몸만 아프지 않다면 두산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가 김동주다. 넥센의 ‘박병호 효과’처럼 투수를 부담스럽게 하고 앞, 뒤 타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우라가 있는 타자가 바로 김동주다. 현재 두산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엔 홍성흔, 김현수 외에 오재일, 최준석 등이 한 방을 날려줄 수 있으나 오재일은 1차전서 대타로 나서서 안타를 때리지 못했다.
선수 이름 값에 휘둘리지 않는 김진욱 감독의 소신이 돋보인다. 한편으로 김동주의 위압감을 대신할 타자가 부족하다는 것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마운드가 강하지 못한 두산으로선 화력의 힘을 믿는 수밖에 없다. 박병호 효과를 누리기 힘든 두산은 정규시즌서 그랬던 것처럼 타자들의 집중타와 기동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다만,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서는 집중력 있는 중심타선보다 확실한 한방이 있는 중심타선을 상대하는 게 더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두산으로선 박병호 효과가 씁쓸하기만 하다.
[박병호(위), 김동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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