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두산엔 주전으로 나설 만한 야수들이 정말 많다.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도 손색 없을 만큼 우수한 자원들이 많다.
두산은 지난 9일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이종욱-정수빈-민병헌-김현수-홍성흔-이원석-오재원-최재훈-김재호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내놨다. 경기 초반 벤치를 지킨 선수는 손시헌, 양의지, 최준석, 임재철, 허경민, 최주환, 오재일 등 주전급 선수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두산은 이날 경기에서도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2연패를 당한 두산은 지금 벼랑 끝에 몰렸다. 물론 투수진에서 비롯된 아쉬움도 있었지만 주루사나 수비 실책 등 야수진에 의한 실수도 많았다.
두산엔 주전으로 내세울 만한 야수가 워낙 많다보니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어떻게든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다.
우선 두산은 '발야구'를 무기로 내세우려 했다. 넥센은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룬 팀인 만큼 경험 면에서는 두산에 밀렸다. 두산으로선 '발야구'로 상대를 흔들어야 하는 계산은 당연했다.
때문에 정수빈이 낙점됐다. 라인업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이종욱과 민병헌이 외야 두 자리를 차지하고 정수빈은 좌익수로 들어갔다. 그렇다고 팀의 중심타자인 김현수를 뺄 수 없는 노릇. 김현수는 1루 겸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1루수로 배치됐다.
그러나 좌익수로 주로 나섰던 김현수에게도 1루 수비는 익숙하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또한 4번타자라는 중압감까지 더했다. 김현수는 지난 9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10회말 오현택의 견제구를 잡지 못해 끝내기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사실 김현수가 굳이 1루를 보지 않더라도 두산엔 오재일, 최준석 등 1루수로 기용할 자원이 넘친다. 그러나 김진욱 두산 감독은 오재일이나 최준석이 보여줄 힘 있는 배팅보다는 정수빈이 가진 빠른 발에 더 주목했다. 또한 김 감독은 수비력을 갖추기 위해 최준석을 대타 요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준석은 수비 면에서 부담이 있다"는 게 김 감독의 말이다. 홍성흔의 수비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지명타자로 한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재일과 최준석은 벤치에서 출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두산은 단기전에서는 1점에 의해 승패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어떻게든 득점을 먼저 올리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야구계 격언에 충실하려 했으나 오히려 빨리 점수를 얻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어이 없는 주루 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정수빈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타수 4안타를 쳤지만 그의 득점은 전무했다.
비록 2패를 당한 두산이지만 두산에겐 분명 수년간 포스트시즌 진출로 쌓인 '관록'이 있다. 급할 수록 돌아갈 필요가 있다. 2010년에는 롯데를 상대로 2패 뒤 3연승으로 극적인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룬 전력도 있다. 분위기 반전만 성공한다면 시리즈 향방은 알 수 없다. 두산과 마찬가지로 넥센 역시 불안한 경기력을 노출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 '야수진 포화'로 함정에 빠진 듯한 두산. 과연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산 정수빈이 지난 준플레이오프 1차전 2회초 1사 1,3루서 김재호의 투수 땅볼때 홈으로 쇄도하다 태그아웃 되고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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