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과도한 여배우들의 노출경쟁만 없다면 무난히 흘러갈 듯 보였던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의외의 구설수로 몸살을 앓으며 막을 내렸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화제성 보다는 영화제 본연의 목표에 충실하기를 택했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이목 끌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한 단계 더 성장해나가는 과정임을 보여주며 내년 부산국제영화제에 더 주목하게끔 만들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곽부성, 양가휘, 유덕화, 펑위옌 등이 출연한 홍콩 범죄액션 느와르 '콜드 워'를 개막작으로 선택했다. 레드카펫 행사만 해도 정우성, 장동건, 이병헌 등 한류스타 뿐 아니라 개막작의 주연배우들, 외국인 배우 최초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아 화제가 된 탕웨이 그리고 중화권 스타 장백지 등 해외 스타들이 참석했다.
초청작들도 사뭇 달랐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화려한 스타들이 주축을 이룬 작품, 등장만으로도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배우 정우성이 심사위원으로 나섰으며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주역들이 부산을 달아오르게 만들었고 장동건, 장쯔이, 장백지가 '위험한 관계'로 국내 팬들의 마음을 훔쳤다. 대선을 앞두고 화제를 모았던 '남영동 1985' 등의 작품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을 위한 행사가 열리는 등 숨가쁘면서도 풍성한 시간을 보냈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에 비하면 잠잠했다. 감독으로 변신한 하정우, 이준을 필두로 한 연기돌 등이 팬을 몰고 다니기는 했지만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화제가 된 스타가 적었다. '파스카', '족구왕', '10분', '한공주', '셔틀콕' 등의 작품들이 호평 받았기는 해도 지난해 '남영동 1985'처럼 등장 자체만으로도 논란과 함께 화제를 몰고 다닌 작품이 없었다. 화려함 보다는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아시아권 영화를 발굴 및 선보이는 한편 잘 만들어진 독립영화를 관객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영화제 본연에 충실하고자 했으니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맞이했음에도 관객들은 꾸준히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으며 내실을 택한 영화제 측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영화제가 변화했고, 후반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었음에도 2년 연속 영화관람객수 20만명을 돌파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와 함께 임권택 감독의 작품 중 상영 가능한 거의 모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던 임권택 감독 회고전이 마련됐을 뿐 아니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의 지안프랑코 로시 감독, 아일랜드의 거장 짐 쉐리단 감독 등이 부산을 찾아 스타를 만나기보다는 영화제 자체를 즐기려는 씨네필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여기에 이창동 감독, 김기덕 감독,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 김지운 감독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선물세트(?)도 마련돼 씨네필들을 즐겁게 했다.
이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의외의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일명 '강동원 GV(관객과의 대화) 불참사태'가 진실공방으로 번졌기 때문. 이 사건은 일순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모든 영화인의 축제가 아닌 '논란의 장'으로 바꾸며 영화제 초반을 얼룩지게 했다.
강동원은 자신이 출연한 김지운 감독의 '더 엑스'가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됨에 따라 지난 4일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개막일인 3일 갑작스럽게 불참 사실이 알려져 배경에 눈길이 쏠렸다. 이와 관련해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일정 문제로 안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강동원 소속사 측이 "레드카펫과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면 영화제에 참석하지 말라고 했다"며 극과 극의 입장을 내놔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이런 논란이 일었음에도 강동원은 관객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이유로 예정됐던 GV에 참석했다. 이후 같은 날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강동원 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골자의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다음날 '더 엑스'의 제작을 맡았을 뿐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와 강동원 측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 CGV가 강동원 측의 손을 들어주며 이번 사건이 일단락 됐다.
이와 관련해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13일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일단 오해가 생겼다면 전적으로 우리의 잘못"이라며 "'더 엑스'의 강동원 문제나 태풍 등 여러 잡음이 있었는데 국내 관객들의 기대에 비해 결과가 미흡했다.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변화를 꾀했다.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았던 잡음도 생겼다. 이런 실수를 딛고 내년 선보일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영화 축제로 더 공고히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현장.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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