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떤 믿음이 더 강할까.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전력 외 요소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잠실 라이벌이란 특수성은 생각보다 크다. 정규시즌서도 두 팀 선수들은 만나기만 하면 전투력을 끌어올렸다. 서로에겐 절대 질 수 없다는 승부욕이 있다. 때문에 플레이오프 같은 단기전의 집중력은 굉장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LG와 두산엔 가을야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 혹은 수식어인 유광점퍼와 미라클이 있다. 유광점퍼와 미라클은 이번 플레이오프서 LG와 두산이 가져야 할 집중력과 전투력의 원천이다. LG는 유광점퍼, 두산은 미라클을 생각하면 쉽게 한국시리즈 티켓을 놓칠 수 없다. 두 팀의 팬들 역시 유광점퍼와 미라클이란 말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가능하다.
▲ LG 팬들에게 유광점퍼란
모든 구단엔 가을용, 겨울용 상의 점퍼가 있다. LG 역시 유광점퍼가 있다. 번쩍거리는 특유의 점퍼로서 LG를 상징하는 옷이다. LG가 2002년 한국시리즈 이후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하면서 LG 선수단은 훈련장이 아닌 야구장에서 유광점퍼를 입을 일이 많지 않았다. 팬들 역시 유광점퍼를 입은 LG 선수들의 모습을 거의 보지 못하는 게 한이었다.
올해는 다르다. LG 김기태 감독과 선수들이 15일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유광점퍼를 당당히 입었다. 11년만에 돌아온 포스트시즌. 유광점퍼를 마음껏 입을 때다. 선수와 일치단결하고 싶은 게 팬들의 마음. 올해 유광점퍼가 무려 6500벌 이상이 팔렸다. 가격도 가을용이 9만 8000원, 겨울용은 13~4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LG 팬들은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 그만큼 LG 팬들이 포스트시즌에 목이 말랐다는 방증이다. 16일 잠실구장 1루 관중석을 주목해보자. 유광점퍼를 입은 LG 팬들로 가득 들어찰 전망이다.
▲ 두산 팬들에게 미라클이란
LG에 유광점퍼가 있다면, 두산엔 미라클이 있다. LG의 유광점퍼와 같이 물질적인 건 아니다. 하지만, 두산엔 두산만의 미라클이 있다. 두산이 유독 극적인 승부를 많이 연출해서 붙은 수식어인데, 특히 포스트시즌서 2010년과 2013년 준플레이오프 리버스스윕 등 두산은 가을만 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 저력을 발휘했었다. 두산이 2000년 플레이오프서 LG에 4승2패로 승리할 때도 마지막 2승은 역전승이었다. 그런 두산 특유의 끈끈한 야구에 환호하는 팬들이 많다.
두산은 정규시즌서 우승하지 못하고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마지막 팀이었다. 두산은 2001년 정규시즌 3위를 차지했으나 준플레이오프서 한화, 플레이오프서 현대, 한국시리즈서 삼성을 연파하고 한국시리즈서 우승했다.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두산은 12년만에 다시 미라클을 꿈꾼다. 준플레이오프서 체력 소모가 컸던 두산은 미라클을 원하는 팬들이 있어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
▲ 유광점퍼, 미라클… 쉽게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PO
LG에 유광점퍼, 두산에 미라클은 승부욕과 책임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존재다. LG는 11년 전 포스트시즌서 거짓말 같은 명승부를 연출했었다.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선 LG는 준플레이오프서 현대를 2연승으로 격파한 뒤 플레이오프서 KIA마저 3승1패로 잡았다. 한국시리즈서 삼성에 2승4패로 석패했으나 LG 팬들에겐 1990년, 1994년 우승만큼 감동적인 2002년 포스트시즌이었다. 특히 LG 고참인 이병규와 박용택은 당시 준우승 멤버였기에 올 가을야구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유광점퍼를 입은 LG 팬들은 11년 전처럼 LG가 마술을 부리길 바란다.
두산도 마찬가지다. 어떤 두산 팬은 두산의 진정한 미라클은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없었다고 외친다. 선수들 역시 팬들의 바람을 잘 알기에 체력적으로 지쳐도 힘을 낼 수밖에 없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LG에 살짝 밀리는 두산은 미라클이란 수식어를 지울 수 없다. 오히려 미라클이란 말을 떠올리며 전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유광점퍼와 미라클. 어느 쪽의 기세가 더 뜨거울까. 플레이오프를 달굴 또 하나의 이슈다.
[유광점퍼 구입하려는 줄(위), 유광점퍼를 입은 김기태 감독(가운데), 두산 응원단(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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