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대단한 홍상삼(두산 베어스)이다. 팀의 최대 약점을 손수 지웠다.
두산은 16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2로 승리했다. 팀의 강점이자 약점이던 불펜의 핵 홍상삼의 무실점투가 결정적이었다. 홍상삼은 이날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노경은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3이닝을 피안타 없이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특히 7회말 1사 후 중요한 대목이 있었다. 홍상삼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잘 잡고 LG 윤요섭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볼 4개 모두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났다. 그러자 김진욱 두산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홍상삼에게 "구위 자체가 좋으니 네 볼만 던지라"는 조언을 건넸다. 이후 홍상삼은 손주인을 병살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고, 8회부터는 단 한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고 경기를 매조졌다. 김 감독은 경기 후 "홍상삼이 정말 잘해줬다"며 만족해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상삼은 포스트시즌만 되면 유독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2차전에 각각 동점, 역전 홈런을 얻어맞았다. 준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4차전서도 끝내기 실점의 빌미가 된 주자를 내보내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2010년에서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평균자책점 9.31(9⅔이닝 10자책)로 부진했던 홍상삼이다. 올해 "두산 불펜은 약하다"는 평가에 항상 그의 이름이 거론됐고, 이는 포스트시즌에도 이어졌다.
올해는 달랐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37(2⅔이닝 1자책)을 기록했다. 삼진도 5개나 잡았다. 1차전서는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그러나 9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기록한 '한 이닝 3폭투'의 임팩트가 너무나 강했다. 16일 경기에서 홍상삼이 볼넷을 내주자 그의 이름을 연호했던 LG 팬들도 당시를 떠올렸을 터.
주눅들 것도, 무서울 것도 없었다. 이미 포스트시즌은 물론 올 정규시즌에도 '극한상황'을 경험했던 홍상삼이다. 그의 올해 정규시즌 성적은 55경기 5승 4패 5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2.50(72이닝 20자책). 전체적인 기록만 보면 나쁠 게 없지만 승계주자 실점률이 높았다. 주자 3루시 피안타율 3할 8푼 5리, 1·3루시 3할 3푼 3리의 기록이 이를 말해준다. 포스트시즌서도 결정적인 실점이 고비마다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더 이상 무너질 홍상삼이 아니었다. 아픔을 겪으며 더욱 단단해졌다. 이날 9회말 LG 정성훈을 삼진 처리한 뒤 보여준 자신감으로 가득 찬 표정이 좋은 예다. 마치 '두산 불펜은 약하지 않다'고 외치는 듯했다. 그는 나머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낸 뒤 무척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홍상삼은 많은 이들이 지목한 두산 불펜의 약점을 손수 지웠다. 윤명준, 변진수 등 다른 계투진에게도 여유를 줬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 혈투의 피로까지 잊게 했다.
팀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된 불펜을 강점으로 바꾼 홍상삼의 활약,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2승을 남겨둔 두산의 순항에 큰 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홍상삼이 버티는 두산 베어스 불펜은 결코 약하지 않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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