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결과를 떠나서 참 아쉬운 5실책이었다.
두산이 19일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잡았다. 두산과 LG 모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서 플레이오프답지 않은 장면이 또 나오고 말았다. 주인공은 또 LG였다. LG는 1차전서도 경기 초반 결정적인 실책 2개를 범하며 두산에 기선제압을 당했다. 2차전은 볼 만했다. 타자들이 힘 없이 물러났어도 팽팽한 투수전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3차전은 다시 품격이 떨어지고 말았다. LG가 무려 4실책을 범했다. 두산도 1실책 포함 보이지 않는 자잘한 실수가 있었다.
LG는 이날 1-0으로 앞선 3회에만 실책 3개를 범했다. 선두타자 김재호의 타구는 평범한 유격수 땅볼이었다. 그러나 유격수 오지환의 송구가 1루수 이병규(7번)의 미트를 벗어났다. LG 선발투수 신재웅은 민병헌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1,2루 위기. 후속 임재철이 희생번트 자세를 취하자 LG 내야진은 75% 수비 시프트를 시도했다. 1루수 이병규만 살짝 전진했다. 3루수 김용의는 정 위치. 임재철이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를 시도했다. 우전안타로 무사 만루.
여기까진 그래도 이해할 만했다. 아쉬운 상황은 이후에 나왔다. 김현수는 초구를 공략했다. 타구는 1루수 이병규의 미트에 쏙 들어갔다. 홈으로 향한 김재호는 포스 아웃됐다. 공을 받은 포수 윤요섭은 다시 이병규에게 공을 던져 더블플레이를 시도했다. 그러나 윤요섭의 송구가 좋지 않았다. 이병규가 포구하지 못했다. 타자주자 김현수와 충돌했다. 김현수는 데굴데굴 굴렀고 공은 외야로 굴러갔다. 그 사이 2루주자 민병헌이 홈을 밟아 동점이 됐다. 1루주자 임재철은 3루까지 향했는데 3루수 김용의와 부딪혔다.
결국 김용의의 득점까지 인정됐다. 야구규칙에 따르면 수비수가 수비하려는 의도가 없을 경우 주자와 부딪히면 무조건 주루방해다. 주자에게 한 베이스 진루권이 주어진다. 3루를 밟은 임재철에게 홈 안전진루권이 주어졌다. 당시 공이 1루 외야 방면으로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3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LG 3루수 김용의는 수비하려는 의도가 없는 걸로 간주돼 주루방해가 인정됐다. LG 김기태 감독이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루방해도 기록상 엄연히 실책. 결국 승부는 2-1로 뒤집히고 말았다. LG는 3회에만 실책 3개를 범하며 3실점했다. 한 이닝 3실책은 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실책 타이기록이다.
LG의 실책은 5회에도 이어졌다. 선두타자 이원석이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처리됐다. 그러나 포수 윤요섭이 옳게 블로킹을 하지 못해 백스톱으로 공을 흘렸다. 이원석은 유유히 1루에 출루했다. 이어 최재훈이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투수 임정우가 1루 커버를 들어오던 2루수 손주인에게 공을 던졌다. 이번엔 손주인이 어이 없이 공을 뒤로 흘리면서 실책이 기록됐다. 후속 김재호가 3루수 병살타로 물러났으나 LG엔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실책은 두산으로도 전염됐다. 6회초였다. 1사 3루 상황. 김선우의 폭투로 LG가 1점을 만회했다. 그래도 이건 괜찮았다. 아쉬운 순간은 이후에 나왔다. 현재윤이 3루 방면 땅볼을 때렸다. 그러자 3루수 이원석이 1루수 최준석에게 악송구를 범했다. 두산의 첫 실책. 현재윤은 2루까지 진루했다. 두산 우익수 민병헌이 급한대로 뛰어나와서 급히 2루로 공을 뿌렸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시 민병헌의 송구를 유격수 김재호가 잡지 못하고 뒤로 흘렸다. 현재윤은 그대로 2루에 머물렀다. 만약 현재윤이 3루까지 뛰었다면 두산에 실책이 또 하나 추가되는 상황이었다.
사실 LG가 3실책을 범한 3회엔 고급야구가 나왔다. 무사 1,2루 찬스에서 LG 내야진이 75% 압박수비를 시도했고 임재철이 넓어진 1, 2간을 노려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에 성공하는 등 흥미진진한 상황이 전개됐기 때문. 하지만, 이후 LG의 연이은 실책 퍼레이드로 야구 팬들은 고급야구를 음미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나마 두산 정수빈이 경기 후반 다이빙 캐치 등 호수비로 박수를 받았다. 김재호의 호수비도 돋보였다. 물론 이는 프로선수라면 응당 팬들에게 해야 할 서비스다.
야구 팬들은 이 경기를 현장에서 보기 위해 18일 오후 2시에 생업도 마다하고 예매를 위해 인터넷에서 폭풍클릭을 했다. 프로 선수들은 그에 걸맞은 야구로 보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프로답게 좀 더 질 좋은 야구를 해야 한다.
[LG 실책 장면. 사진 = 잠실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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