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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좀 나와주세요.” “아악.”
20일 인천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체육관. 제94회 전국체육대회 리듬체조가 열렸다. 고등부와 일반부만 치르면 되는 리듬체조는 종목별 결선 없이 개인종합만 치러진다. 때문에 하루만에 모든 일정이 소화됐다. 예상대로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세계선수권서 5위를 차지하는 등 전세계적인 리듬체조 스타로 성장한 손연재(연세대)의 연기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약 500명 수용 가능한 인천대학교 체육관에 관중이 가득 찼다. 50명 가까이 되는 취재진의 열기도 대단했다. 손연재는 팬들과 취재진의 예상대로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볼, 리본, 후프, 곤봉 합계69.750점으로 전국체전 4년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팬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무료입장인걸 감안하면 이날 손연재의 연기를 본 팬들은 공휴일을 꽤 뜻 깊게 보낸 셈이다.
하지만, 대회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전국체육대회 조직위원회의 역할은 너무나도 미흡했다. 낙제점이었다. 대한체조협회 관계자가 나와서 대회를 전담했으나, 엄연히 대한체육회에서 관리 및 감독해야 하는 대회임에도 대회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기자는 일반부 경기시각에 맞춰 인천대학교 체육관에 도착했는데, 도착하자마자 진행요원의 제지를 받았다. 팬인지 기자인지도 구분을 하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관중석인 2층으로 갈 것을 요구했다. 한참 실랑이 끝에 겨우 경기장에 입장했다.
그게 다가 아니다. 기자의 취재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선수들의 연기 순서가 적힌 A4 용지 달랑 1장만 겨우 받았다. 50여명의 취재진을 모두 소화하기엔 기자석도 너무나도 협소했다. 일부 기자들은 쭈그리고 앉아 취재를 했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노트북 전원 연결을 할 수조차 없었다. 경기장이 너무나도 협소해 취재진들은 난감해했다.
시상식 후 인터뷰 시간에도 상식 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따로 인터뷰실을 준비하지 않았다. 결국 손연재는 경기장 입구에서 팬들과 기자들이 뒤섞인 가운데 어수선한 인터뷰를 했다. 팬들과 기자들이 서로 뒤엉켜 가관도 아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반 현장을 통제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체조협회도 사실상 나 몰라라 했다.
대회 진행요원은 경기장 곳곳에 배치됐다. 그러나 그들은 인천시 관계자들과 체육계 고위간부들 응대에 정신이 없었다. 그 누구도 관중과 취재진의 안전을 보장하고 질서정연한 대회를 위해 통제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오전 일반부 경기가 끝나자 관중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경기장이 아수라장이 됐지만, 대회 주최 측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전국체육대회는 올해로 94회째를 맞이했다. 국내에서 가장 긴 전통을 지닌 종합 스포츠 대회다. 그러나 그 권위를 잃은 지는 오래됐다. 대한체육회와 각 종목별 연맹은 팬들의 관람과 취재는 옳게 협조를 하지 않는 듯하다. 이건 동네 체육대회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손연재의 연기는 명품이었으나 대회 운영의 품질은 너무나도 낮았다. 이래서는 전국체전의 권위가 살아날 수 없다.
[손연재 전국체전 경기장면. 사진 = 인천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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