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과 두산이 가을에 또 만났다.
삼성과 두산이 24일부터 대구와 잠실을 오가며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를 갖는다. 삼성과 두산은 진정한 가을라이벌이다. 숱한 명승부를 만들어내면서 야구 팬들에게 ‘폴 클래식’이란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삼성과 두산은 포스트시즌서 총 35차례 맞붙었다. 17승1무17패로 팽팽하다. 포스트시즌 시리즈서 7번 맞붙어 삼성이 4번, 두산이 3번 승리했다. 두 팀의 한국시리즈 맞대결은 2005년 이후 8년만이다. 포스트시즌 전체로 넓혀보면 2010년 플레이오프 이후 3년만이다.
첫 만남은 프로 원년인 1982년 한국시리즈. OB가 삼성을 4승1무1패로 잡고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1986년 플레이오프서는 삼성이 OB를 3승2패로 꺾었다. 2001년 한국시리즈서는 두산이 삼성을 4승1패로 꺾고 우승했다. 2004년 플레이오프서는 삼성이 두산을 3승1패로 꺾었다. 2005년 한국시리즈서는 삼성이 두산을 4승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2008년 플레이오프서는 두산이 삼성을 4승2패로 눌렀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2010년 플레이오프서는 삼성이 두산을 3승2패로 제압했다.
▲ 2001년 KS, 미라클 두산의 시초
두산은 2001년 한국시리즈를 잊을 수 없다.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한 두산은 한화와 현대를 차례로 제치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왔다. 삼성에 1차전을 내줬지만, 2~4차전과 6차전을 잡으며 1995년 이후 6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변수도, 극적인 요소도 상당히 많았다. 일단 10월 21일로 예정된 2차전이 대구에 내린 비로 취소됐다. 비는 두산의 편이었다. 하루 쉬고 22일 치른 2차전서 두산이 삼성을 꺾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4차전은 어마어마한 난타전이었다. 두산이 11-9, 18-11로 승리했는데, 특히 4차전서 0-2로 뒤진 삼성이 2회초에만 8점을 뽑자 두산이 3회말에 무려 12점을 뽑아냈다. 당시 한국시리즈 1경기 최다득점(29점), 팀 최다득점(18점), 1경기 최다안타(34안타), 1이닝 최다득점(두산 3회 12점) 등 진기록이 쏟아졌다. 이는 12년이 지난 지금도 신기록으로 남아있다.
두산은 당시 10승 투수가 단 1명도 없었으나 절묘한 불펜 운영으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석권했다. 반면 삼성은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1년 뒤로 미뤘다. 또한, 2001년 두산이 정규시즌 3위팀으로 한국시리즈서 우승한 뒤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팀이 한국시리즈도 통합 우승했다. 그만큼 정규시즌 2~4위팀이 한국시리즈서 우승하기 쉽지 않다는 것. 미라클 두산은 이때 생겼다. 올해 두산은 2001년에 이어 12년만에 정규시즌 우승=한국시리즈 우승이란 등식을 깨려고 한다.
한편, 당시에는 2만5000석 이하의 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이 1팀이라도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5~7차전을 무조건 잠실에서 중립경기로 치렀다. 때문에 당시 2~6차전이 모두 잠실에서 열렸다. 결국 삼성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원정게임을 더 많이 치렀다. 두산과의 잠실 중립게임은 무늬만 중립일뿐, 원정게임이나 다름 없었다. 결국 KBO도 이런 고충을 수용했다. 2002년부터 지방팀과 서울팀이 한국시리즈서 만나면 1~2차전과 6~7차전은 상위팀 홈에서, 3~5차전은 하위팀 홈에서 치르게 했다. 때문에 올해 한국시리즈도 1~2차전과 6~7차전은 대구에서, 3~5차전은 잠실에서 열린다.
▲ 2010년 PO, 1~5차전 모두 1점 승부
2010년 플레이오프도 잊을 수 없는 명승부였다. 당시 삼성 기준으로 6-5, 3-4, 8-9, 8-7, 6-5란 결과가 나왔다. 삼성이 3승2패로 승리했는데, 5경기 모두 1점 승부였다.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접전이었다. 삼성은 1차전서 8회말 박한이의 극적인 역전 스리런포로 기선을 제압했다. 3차전서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두산이 연장 11회말 손시헌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다.
연장승부는 최종 5차전서도 나왔다. 삼성은 두산에 0-5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두산 선발투수 켈빈 히메네스가 경기 중반 갑작스럽게 손톱이 벗겨지면서 구위가 뚝 떨어졌다. 결국 삼성은 5-5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 11회말 박석민의 끝내기 내야안타로 극적인 6-5 승리를 거뒀다. 2010년 플레이오프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명승부 시리즈로 기억된다.
▲ 쐐기 만루홈런, 대타 동점홈런, 걸사마의 등장
그 외에도 두 팀은 가을에만 만나면 숱한 스토리를 남겼다. 프로 원년인 1982년엔 1차전이 사상 최초로 연장 15회 무승부로 끝났다. 6차전엔 OB 김유동이 9회 1점 앞선 상황에서 쐐기 만루포를 터트리며 MVP에 선정됐다. 이날 OB 선발투수 박철순과 삼성 선발투수 이선희가 나란히 완투를 기록했다.
2005년 한국시리즈서는 삼성 김재걸의 활약이 대단했다. 1차전서 박종호가 2-0으로 앞선 1사 3루에서 스퀴즈를 시도하다 손가락 부상을 당했고, 대타 김재걸이 강공으로 돌변해 결정적인 우익선상 1타점 2루타를 때렸다. 2차전서는 두산이 1-0으로 앞선 9회말 삼성 대타 김대익이 두산 마무리 정재훈에게 극적인 동점 솔로포를 쳐냈다. 당시 경기를 생중계한 하일성 해설위원이 외친 “야구 몰라요”라는 명언도 이때 더 유명해졌다. 삼성은 결국 연장 12회에 선두타자 김재걸의 2루타에 이어 김종훈의 끝내기 우전 적시타로 승부를 갈랐다.
프로야구는 스토리를 먹고 산다. 특히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엔 사연이 있어야 명승부로 기억된다. 프로야구 32년 역사상 최고의 가을 명승부를 만들어냈던 삼성과 두산이 또 다시 만난다. 2013년판 진정한 폴 클래식은 이제부터다.
[류중일 감독과 김진욱 감독(위), 삼성-두산 2010년 준플레이오프 장면(중간,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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