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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아시안게임도 쉽지는 않다.
이시영(인천시청)의 전국체전 데뷔전이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이시영은 21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3 제94회 전국체육대회 복싱 여자 일반부 51kg급 8강전서 김하율(충주시청)에게 판정패 했다. 이시영은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서 김다솜(김하율로 개명)에게 승리했으나 6개월만의 리매치에서 패배를 맛봤다. 이시영은 이제 11월 말 51kg급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른다.
국내 아마복싱은 지난 6월 큰 변화를 겪었다. 국제복싱연맹(AIBA)이 아마복싱도 프로복싱과 최대한 흡사하게 룰을 바꿨기 때문이다. 우선 남자 성인선수들의 헤드기어를 벗겼다. 그리고 여자부의 경우 경기방식도 2분 4회전으로 늘어났다. 유효타의 합계점수로 승패를 가리는 방식도 바뀌었다. 공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선수에게 점수를 주는 프로복싱의 방식으로 바뀐 것.
경기 전 만난 김원찬 인천시청 감독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시영 선수에게 불리한 룰 개정 아닌가요?” 김 감독은 차분하게 답했다. “꼭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현장에 있던 대다수 복싱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바뀐 룰이 인파이터 스타일이 아니라 치고 빠지는 아웃복서 스타일인 이시영에게 불리하다고 봤다. 경기 후 한 복싱 관계자는 “아무래도 펀치의 파워와 스피드가 처진다. 나이도 무시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시영은 김하율에게 적극적으로 펀치를 퍼부었다. 이시영의 최대 강점은 길게 쭉 뻗은 팔, 다리다. 하지만, 4월 대표선발전 당시보다 펀치의 정확성과 파워가 향상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적극성이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정상급 기량은 분명 아니었다. 경기 막판엔 체력적으로도 약간 밀리는 모습. 설상가상으로 3라운드 도중 오른쪽 어깨가 탈골 돼 다운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엔 김하율의 페이스였다.
결국 이시영은 김하율에게 전국체전 4강티켓을 넘겨줬다. 51kg급으로 체급을 올린 뒤 첫 공식게임이 허무하게 끝났다. 이시영은 많은 과제를 받아 들었다. 3kg를 끌어올렸으나 파워는 여전히 약한 편이었다. 스피드와 체력도 보완해야 한다. 잦은 어깨 탈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물론 복싱에 뒤늦게 입문해 이 정도 경기내용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시영이 “앞으로 연습을 더 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경기에 나서겠다”라고 한 이상 기량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이시영은 11월 말 또 다시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선다. 51kg급에서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 티켓을 놓고 다툰다. 48kg급과는 달리 51kg급은 확실히 경쟁자가 많다. 수 많은 경쟁자를 제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11월 말까진 쉽지 않다. 이시영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일말의 꿈을 포기하진 않은 것 같다.
이시영의 아시안게임 출전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전국체전을 보면 어느 정도 전망이 가능하다. 그래도 이날 인천 도원체육관을 찾은 팬들은 이시영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김하율 역시 “지난번 국가대표 선발전 이후 판정 논란이 나왔을 때 오히려 내가 미안했다. 복싱선수로 존경하는 시영 언니에게 이겨서 기쁘다. 정말 열심히 하는 언니다”라고 패자를 치켜세웠다. 이시영의 복싱 열정과 땀방울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그러면 됐다. 아시안게임 가는 길이 가시밭길이라도 ‘복싱인’ 이시영은 성공한 복서다.
[이시영. 사진 = 인천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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