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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앞으로 더 익어가야죠."
베이비복스 심은진이 배우 심은진이 되기까지. 그만의 치열함이 있었겠지만 대중은 이 과정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가수들이 배우로 전향하며 흔히 겪는 연기력 논란이나 거부감도 없었다. 그저 1세대 아이돌 베이비복스의 심은진이 선보이는 연기, 해당 캐릭터에 집중했을뿐. 그에게 날카로운 화살을 쏘는 이들은 드물었다.
사실 심은진은 베이비복스 활동 시절, 연예인으로 활동하며 먹을 욕을 다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요정 같은 걸그룹들 사이에서 일명 '센 캐릭터'로 중무장한 채 섹시미를 발산했으니. 여자들의 은근한 시기와 질투가 이어질만 하다.
심은진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조금은 달라진, 배우로서나 인간으로서나 한층 성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털털하고 솔직한 매력은 변함 없었지만 그녀는 확실히 깊어졌다.
▲ "애써 웃으려 하지 않아요."
심은진은 현재 연극 '연애시대'에서 하루 역을 맡아 여자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혼 후에도 남편 리이치로와 만나며 사랑 앞에 망설인다. 새로운 남자 나가토미, 기타지마를 만나기도 하지만 혼란스럽기만 하다. 여기에 아이를 사산한 트라우마까지 갖고 있으니, 연극을 마치고 나면 진이 다 빠지고 술까지 당긴다.
심은진은 "하루라는 이 여자가 너무 먹먹하더라. 드러내지 못하고 감추는 여자들의 먹먹함이 있다. 왠지 모르게 되게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밝고 명랑하고 막 웃기고 이런 것보다 훨씬 자신있는 분야였다"고 고백했다.
"많은 분들이 나에 대해 '보이시 하고 카리스마 있다. 세보인다'고 하는데 평소 나를 보면 밝고 웃음이 많지만 깊은 곳에 어두움이 있다. 약간 우울증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 사람이다. 오히려 나를 오래 본 지인들은 내가 웃고 씩씩한 모습을 보일 때 눈물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나의 먹먹함을 섞어 잘 표현한다면 하루라는 캐릭터를 사랑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감히 도전했다."
심은진은 밝음과 어둠을 함께 지닌 만큼 현재 기분에 충실하다. "애써 웃으려 하지 않는다"는 말에 그간의 감정 변화가 느껴질 정도. 어린 시절부터 대중의 관심을 갖는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 쉽지만은 않은 인생이다. 여기에 이를 버티고 또 다른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히 대단하다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심은진이 10년간 자신이 겪은 감정을 사진과 그림, 글로 표현해 선보인 전시회에서는 유독 눈물을 흘리는 여성 관객이 많았다.
"전시회에서 선보인 것들 중엔 밝은 것들이 별로 없다. 우울함이나 고민 같은 것들을 사진이나 그림으로 풀었다. 굳이 사랑이 아니라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것이다보니 공감이 가는 것 같다. 근데 그런 것들이 나를 살린 것도 있다. 그간 슬럼프도 많이 빠졌고 안 좋은 일도 있었다. 곡선이 많았는데 우리 나라에서 평범하지 않은 여자의 인생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릴 때부터 좀 많이 힘들었다. 예전에는 그런 것들을 견디기 힘들었다. '이 길이 맞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 "포기해야 하는 인생에서 얻은 것도 많아요."
사실 심은진의 베이비복스 활동은 다소 거칠었다. 그 시절, 팬과 안티팬은 함께 존재했고 어린 나이에 이를 받아들이기란 꽤나 힘들었다. 보통 그 나이라면 듣지 않아도 될 말부터 상상 못할 여러가지 일들이 그녀를 괴롭혔다. 하지만 이를 이겨냈고 더욱 성숙해진 심은진이다.
심은진은 "그 전에는 많이 어렸다. 17살 때부터 뛰어들었는데 정말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실 연예인들의 삶은 더 힘들다. TV에 나와 다 얘기하는 것 같지만 그 중 반도 말 안하는 것이다"며 "하지만 평범한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인생에서 얻은 것들도 많았다. 내 인생이니 받아들여지더라. 그 전엔 어떻게든 풀려고 했는데 이제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가 많이 남았다. 연습을 더 많이 하고 익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심은진은 그냥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고 했다. 굳이 극복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익숙함과 수순을 받아들이며 살았다. 과거 선배들이 했던 충고와 조언을 지금 깨닫고 있고 그 전처를 밟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그때 알았더라면 훨씬 더 발전할 수도 있었겠구나. 그땐 어린 마음에 잔소리라고 생각했는데.."라고 말하면서도 현재 인생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있다.
"경험이란 무시 못하는 것 같다. 어찌 됐든 수순이 있고 굳이 거스를 필요도 없다. 난 연예인의 삶을 살고 있으니 창조하고 책임 의식을 갖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너무 욕심을 부리고 열의에 불타 안 맞는 옷을 입는 것들은 안타까운 것이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정확한 책임지식을 갖고 적절하게 한다면 대중이 '잘 모르겠는데' 하더라도 그게 내게 심한 타격으로 오지는 않을 것이다. 내 인생에 분명히 값진 일이 될 것이다."
▲ "풍파 심했던 지난날, 잘 견뎠죠."
이어 심은진은 베이비복스 시절을 떠올렸다. 연예인들이 온라인 악플로 공격을 받는 것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직접적인 공격을 받았던 때다. 그는 약 8년, 한 세월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긴 시간을 베이비복스로 활동하며 내공을 단단히 다졌다.
심은진은 "정말 풍파가 심했다. 모든 스태프와 가수들이 다 인정했을 정도로 우리 그룹은 그야말로 빡셌다. 그걸 다같이 8년동안 견뎌냈기 때무에 더 돈독하다. 심지어 어린 시기에 그런걸 다 넘겼기 때문에 애늙은이가 될 수밖에 없다. 순발력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금도 다 각자 활동을 하고 있지만 서로를 걱정하지 않는 이유가 이미 웬만한 풍파는 다 겪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안티팬들이 하는 공격을 다 당하고 그걸 견뎌낸 사람들이 지금 와서 못 견딜건 뭐가 있겠나. 우린 여전사가 맞는 것 같다. 하드 트레이닝 받은 군사들처럼 웬만한거에 상처를 잘 안 받는다. 연약한건 우리 스타일이 아니다."
한편 심은진이 출연하는 연극 '연애시대'는 사랑으로 만난 두 사람이 헤어졌지만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간직하는,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를 그린 작품이다. 심은진을 비롯 황인영, 손지윤, 조영규, 김재범, 이신성, 이원, 채동현, 소정화, 이수진, 윤경호, 황미영이 출연한다.
연극 '연애시대'는 12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배우 심은진.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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