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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구텐버그', 꿈을 노래하는 이 청년들이 대견하다.
뮤지컬 '구텐버그'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올리는 꿈을 가진 무명작가 버드와 더그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들은 활판인쇄술 혁명가 구텐버그가 사실은 와인 양조자였다는 설정으로 기획한 작품을 배우 없이 리딩 공연으로 선보인다. 뮤지컬 작가 역을 맡은 배우들이 그들이 쓴 작품을 연기하는 극중극 형식이다.
단 2명의 배우, 1명의 연주자가 무대에 나타난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배우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무대 소품을 세팅한다. 극에 몰입하기 전부터 이미 배우들이 아닌 극 속 버드와 더그로 관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되고 무명작가로 무대에 오른 버드와 더그는 관객들에게 자신들을 소개하고 자신들이 이제부터 보여줄 작품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지는 리딩 공연은 독특하면서도 흥미롭다. 이들은 역할의 이름이 적힌 모자를 직접 쓰고 그 역할로 분한다. 딱 2명의 배우들이 멀티맨이 되는 것. 이후 톱배우들, 수많은 앙상블과 공연을 올리기를 희망하지만 이들의 다채로운 변신이 2명뿐인 리딩공연 현장을 꽉 차게 만든다.
극중극인 '구텐버그'는 중세 독일 슐리머 마을 구텐버그라는 포도즙을 짜던 평범한 사람이 활자 인쇄기를 만들어 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작품. 온 세상 사람들이 글자를 읽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구텐버그와 그를 짝사랑하는 헬베티카, 활자기를 없애려는 사악한 수도승과 그를 변화시키려 하는 젊은 수도사, 이 외에도 슐리머 마을에 사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토록 다양한 인물들은 곧 버드와 더그의 연기로 표현된다.
다양한 인물들이 표현돼야 하는 만큼 버드와 더그 역의 배우들 연기가 특히 중요하다. 끼 많기로 유명한 송용진, 장현덕, 정상훈, 정원영이 캐스팅된 것도 이 때문. 버드 역 장현덕, 송용진과 더그 역 정상훈, 정원영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캐릭터는 모자 하나만으로도 그 인물을 만날 수 있게 하는 이들의 연기력에 감탄하게 한다.
공연 시작과 함께 줄줄 흐르는 땀을 닦고 틈틈이 물을 들이키는 배우들. 그만큼 무대 위는 배우들의 열정으로 가득 찬다. 버드와 더그의 열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극중극인 '구텐버그' 안의 배우들 역시 그들의 연기로 살아 숨쉰다. 각종 캐릭터들이 총집합 한 만큼 보는 재미도 다양하다.
특히 어떤 페어로 뭉쳐도 쿵짝이 잘 맞는 이들의 호흡은 '구텐버그' 극 자체를 그야말로 찰지게 만든다. 호흡이 잘 맞으니 즉흥 애드리브도 거침 없고 예고 없이 벌어진 상황에 대한 즉각 대처가 뛰어나다. 극중극, 만담 형식인 만큼 돌발 상황도 많은 것이 사실. 이에 그들의 실수와 그에 따른 대처를 보는 것 역시 관객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그렇게 코믹한 캐릭터와 상황, 배우들의 애드리브로 한창 웃고난 후 남는 것은 결국 꿈이다. 커피숍, 양로원에서 일하면서도 뮤지컬을 올리고자 하는 꿈을 잃지 않는 버드와 더그. 그들의 꿈에 대한 열정은 곧 관객들의 꿈을 자극하고 결국 각기 다른 자신의 꿈을 함께 꿀 수 있게 만든다.
배우들의 끼와 열정이 가득한 무대, 이와 함께 커져가는 꿈에 대한 열정. '구텐버그'만의 재기발랄한 이야기가 꿈을 노래한다.
오는 11월 10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중극장블랙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구텐버그' 포스터. 사진 = 쇼노트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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