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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장현성은 매 작품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켜 온 배우다.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감독 장준환) 역시 마찬가지다. 5명의 걸출한 범죄자 아버지들 속에서도 냉철한 지적 매력을 발산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김윤석, 조진웅, 김성균, 백해준 같은 쟁쟁한 아버지들 사이에서 독보적 아우라를 뿜어내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몸보다 머리를 쓰는 설계자 진성 역을 맡은 장현성의 경우 눈에 보이는 액션이 적기 때문에 더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 두기 쉽지 않다.
장현성은 "관객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캐릭터들이 있다. 가령 보이는 연기를 하는 캐릭터가 그렇다.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하는 것이 더 힘들다. 보이지 않는 연기는 정확하게 연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진성은 뮤지션 출신의 테러리스트다. 악기로 치면 베이스 같은 악기다. 티가 나지 않지만 없으면 구멍이 뚫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테면 진성이 그런 포지션이라 생각한다. 물론 칼을 던지고 괴물처럼 낄낄거린다거나 말을 더듬고 순진한 감정을 내뿜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베이스 같은 포지션을 담당하는 것도 나에게는 기회였다. 이 놀랍고 거대한 서사를 이뤄내는 순간, 그 작업의 순간에 내가 있었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순간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의 역사와 함께 했지만 이번 영화의 촬영현장은 힘들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제쳐두고라도 액션도 방대했고 기록적으로 추웠던 지난 겨울 촬영된 탓에 배우들의 고생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장현성이 가장 고생한 사람으로 꼽는 인물은 바로 현장에서 본인의 일을 묵묵히 해 낸 스태프들이다.
장현성은 "고생은 정말 누구나 다 한다. 모든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 그만큼의 고생을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다들 힘들게 고단한 하루하루를 산다. 우리가 좀 더 극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철거촌에서 촬영을 했을 때 바람이 만주벌판에서 내려오는 듯한 날이었다. 비가 오는 신인데 비를 뿌리면 얼어붙어 고드름이 생겼다. 그걸 연출부, 제작부가 손으로 다 뜯어내가며 다음 테이크를 찍었다. 화면에는 그런 것 까지 안 보인다. 우리보다 더 크게 고생한 건 스태프들"이라며 보이지 않은 곳에서 영화를 위해 애써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장현성은 이렇게 완성된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가 일반적이지 않은 장중하고 거대한 서사 비극임에도 완성이 됐고, 또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유쾌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둡고 불편한 이야기였음에도 관객들이 이 작품을 좋아해준 것.
그는 "한 계절을, 일 년 가까이를 너무 혹독하게 보냈다. '이걸 관객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조마조마한 시간을 지낸 후 딱 열었는데 관객들이 너무 좋아해 줬다. 영화가 끝난 후 상기돼 있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니 '손을 내밀었는데 맞잡아주는 느낌'이었다"며 벅찬 감동을 전했다.
장현성이 5명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출연, 도드라진 존재감을 발산한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는 화이(여진구)와 석태(김윤석)를 중심으로, 한 발의 총성 이후 모든 것이 바뀌어 버린 이들의 갈등과 복수를 그린 영화다.
[배우 장현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쇼박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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