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배우 박중훈이 감독으로 변신했다.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동안 배우로 살아왔던 박중훈은 "여전히 할 말이 있다"며 직접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의 제목을 들어보면 수긍이 간다. '톱스타'인 박중훈이 '톱스타'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느낌이다.
박 감독의 감독 데뷔작인 '톱스타'는 성공과 배신, 꿈과 욕망이 뒤섞인 곳, 화려하지만 비정한 연예계를 배경으로 최고를 꿈꾸는 남자, 최고를 만드는 여자, 이미 최고인 스타 세 사람의 감춰진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다.
오랜 세월 영화계에 몸담았던 박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주변에서 보고 들은, 또 있을법한 이야기일수도 있다. 박 감독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과장과 축소의 과정을 통해 만든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요컨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 연예계에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톱스타'에 등장하는 배우 끼워 팔기, 음주운전 뺑소니, 배우의 스태프 폭행 등 일명 증권가 찌라시에 A군, B양 등의 이니셜로 봤던 이야기다. 이런 수많은 사건들이 '톱스타'에서는 두세 명의 배우들로 만들었다. 당연히 한 연예인을 따라간 이야기는 아니다. 박 감독은 '톱스타'를 팩션(팩트와 픽션을 합성한 신조어)이라고 말했다.
"판타지냐 현실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제로 있을법한 이야기에 더하고 뺐다. 실제로 있었던 일도 녹여냈다. 예를 들어 영화의 초반과 마지막에 등장한 감독은 이창동 감독과 김기덕 감독을 생각했다. 또 안성기 선배님에게 소리를 지르는 배우, 그런 일을 당한 일을 없겠지만, 충분히 있을법한 이야기다."
자신이 몸담았던 연예계의 이야기라지만 이를 극화할 때는 그만의 고충이 따랐을 터. '톱스타'를 구성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캐스팅을 하고, 또 촬영에 후반작업까지. 박 감독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시나리오 작업이었고, 가장 힘들었던 작업은 캐스팅이었다"고 말했다. 대선배인 박중훈이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캐스팅만큼은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박 감독은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캐스팅이 정말 힘들었다. 거절당했을 대 이겨내야 하는 상황. 영화계에 들어와서 의뢰를 받고 거절하거나, 수락하는 입장이었는데 반대가 됐다. 그 과정이 정말 힘들더라. 예상은 했지만 견디기가 힘들었다. 거절을 많이 당했냐고? 정말 많이 당했다."
박중훈이 감독에 도전한다는 소식에 어떤 이들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가 굳이 감독 타이틀까지 달아야 할까. 혹은 왜 감독에까지 욕심을 내는 것일까라는 의구심. 이에 대해 박 감독은 "감독이라는 직함을 하나 추가하기 위해 감독에 도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와 함께 배우라는 타이틀 덕분에 보다 수월하게 감독에 도전할 수 있다는 말도 있었다. 수많은 감독 지망생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는 사람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것도 박 감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우 경험을 '검의 양날'과 비교했다.
"배우의 경험은 검의 양날처럼 돌아왔다. 영화는 완성시킬 때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편견을 만드는 악재로도 작용했다. 감독을 하는데 있어 배우의 경력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 측면도 있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번 '톱스타'에 출연하는 배우 엄태웅과 김민준, 소이현은 그동안 박 감독과 친분을 유지했던 배우들은 아니다. 다들 입을 모아 "이번 작품을 통해 박 감독님을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대선배 박중훈과의 작업이 좋을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연기자, 그것도 대선배 앞에서의 연기는 당연히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섭외가 쉽지만은 않았다.
실제로 톱스타 원준 역으로 등장한 김민준은 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시기였다. 출연 결정은 이에 앞서서였지만, 시나리오 작업이 늦어지면서 시간이 흘렀고, 이 과정에서 김민준은 활동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박 감독은 "김민준의 생각을 바꾸는 게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또 톱스타가 되는 매니저 출신 태식의 역도 원래는 엄태웅이 아니었다고. 박 감독은 "좀 더 어린 나이의 배우가 하길 원했다. 20대에서 30대 사이의 배우. 그런 어린 나이에서 오는 좌충우돌하는 이미지를 원했지만, 섭외가 쉽지 않았다. 수많은 젊은 배우들이 거절을 했고, 나이대를 조금 올렸다. 나이를 높이고 나니 생각나는 배우가 엄태웅이었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감독을 하게 됐다고 말한 박 감독이지만 단도직입적으로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머뭇거렸다. "내 입으로 이야기하기 부끄럽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고? 먼 훗날, 이 영화가 과거가 되면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지금은 할 수 없다. 부끄럽다. 영화 불이 켜져서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영화는 만들 때는 만든 사람의 것이지만, 상영이 될 때는 관객의 것이다. 잘 전달이 됐으면 성공한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내가 잘못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을 전했다. 아직은 다음 작품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않았지만, 현실적인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 박 감독의 설명이었다. 그는 "지금 이 영화에 대한 결과와, 현실적으로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질 것인가가 우선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결과가 중요하다. 내가 원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중훈 감독.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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