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차우찬을 어찌하리오.
삼성의 24일 한국시리즈 1차전 패배. 에이스 윤성환의 부진이 뼈 아팠다. 윤성환은 4⅓이닝 6실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경기 후 일각에선 윤성환의 교체 타이밍이 한 템포 늦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5회 김현수에게 홈런을 맞아 1-4가 된 뒤 최준석에게 또 다시 안타를 맞았을 땐 교체를 했어야 했다는 것. 구위가 떨어진 윤성환은 홍성흔, 이원석에게 연속안타를 맞아 2점을 더 내준 뒤 조현근으로 교체됐다.
투수교체는 매우 세밀한 작업이다. 팀 내부사정과 주변환경을 100% 알지 못하면 주변에서 쉽게 지적하긴 어렵다. 또한, 투수교체는 필연적으로 결과가 나와야 성패를 알 수 있다. 베테랑 감독들에게도 쉽지 않은 게 투수교체다. 그러나 삼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투수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 그리고 한국시리즈서는 선발급 계투요원 차우찬이 불펜에 대기한다는 점을 잘 활용할 필요는 있다.
▲ +1선발 차우찬, 셋업맨 개념으로 활용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한국시리즈 1차전서 차우찬의 등판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 선발 윤성환을 좀더 일찍 내렸다면 차우찬을 올려 경기 중반 승부를 볼 수도 있었다. 삼성 타선의 뒷심이 좋기 때문에 경기후반 역전을 기대한다는 가정 속에서 두산 타선에 추가실점을 하지 않는 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단기전은 매 경기 총력전이 불가피하다는 걸 감안하면 삼성 입장에선 차우찬을 써보지도 못하고 패배한 게 아쉽다. 류중일 감독도 “차우찬의 컨디션은 좋다”라고 했다.
어쨌든 류 감독은 차우찬 카드를 아꼈다. 이유가 있다. 류 감독은 24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차우찬은 매 경기 대기한다. 그러나 오늘 나오면 내일은 나오기 쉽지 않다”라고 했다. 불펜투수가 매일 나오지 못한다니, 무슨 의미일까. 차우찬은 알려진대로 삼성의 선발투수 1+1 마운드 운영에서 +1 요원이다. +1요원이라 불펜에서 대기하지만, 셋업맨으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류 감독은 “우찬이는 2~3이닝 넘게 소화해줘야 한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선발이 소화한 이닝과 비슷한 수준으로 던져야 한다. 그러니 다음 경기엔 나올 수 없다”라고 했다. 결국 3~4이닝을 소화한 불펜투수가 다음날 경기에 나오기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다시 말해서 +1 선발을 매 경기 가동할 순 없다는 의미다. 류 감독이 차우찬을 어떻게 쓸 것인지 드러난다.
류 감독은 기본적으로 윤성환이 김현수에게 홈런을 맞은 뒤 더 이상 실점을 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에이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 중반 기울어진 승부서 차우찬을 소모해봤자 얻을 게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2차전서 쓸 수 없어 이중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다음 기회를 엿보겠다는 것인데,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는 5전3선승제와는 달리 흐름을 1~2차례 주고 받을 여력이 있다. 차우찬은 삼성에서 그 흐름을 돌려놓을 수 있는 승부수이기도 하다.
▲ 언제 차우찬을 마운드에 올릴까
삼성은 단 1경기 내준 상태지만, 실질적으로는 초비상이다. 벼랑 끝과도 같다. 만약 25일 홈에서 열리는 2차전마저 내주면 홈 2연패라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잠실 원정 3연전을 떠나야 한다. 2007년 SK가 홈 2연전을 내주고도 잠실에서 두산을 상대로 대반격을 일궈낸 적이 있었지만,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삼성으로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홈 2차전을 이겨서 시리즈 스코어 1-1을 만들고 잠실로 올라가려고 할 것이다.
2차전도 1차전과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된다면 삼성은 어떻게 마운드를 운영할까. 류중일 감독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선발투수 릭 밴덴헐크의 구위과 컨디션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산 더스틴 니퍼트보다 무게감이 살짝 떨어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만약 밴덴헐크가 니퍼트와 대등한 승부를 벌일 경우 류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차우찬을 투입해 경기 중반 승부를 걸 것이다. 26일이 휴식일이기 때문에 뒤를 신경쓰지 않고 불펜 총력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밴덴헐크가 윤성환처럼 초반부터 흔들릴 경우 류 감독은 차우찬의 등판 시점을 놓고 상당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어쨌든 차우찬은 이날 실전 감각 유지 차원에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등판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등판 시점과 성격이다. 삼성으로선 +1선발 차우찬이 한국시리즈 전체 흐름을 돌려놓는 승부수가 되길 바란다.
[차우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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