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투수 오승환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끝판왕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데 한 방, 단 한 방에 울었다.
오승환은 25일 대구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9회초 구원 등판, 4이닝 동안 8탈삼진을 솎아내는 괴력을 선보였으나 통한의 홈런 한 방을 얻어맞고 패전의 멍에를 썼다. 데뷔 후 포스트시즌 첫 패전의 아픔이다. 삼성은 1-5로 패해 7전 4선승제의 시리즈 전적 2패로 위기에 몰렸다.
이날 오승환은 13명의 타자를 맞아 8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투구수는 53개. 올 시즌 최다인 39구는 훨씬 넘겼다.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공과 140km대 슬라이더가 완벽 조화를 이뤘다. 팀 승리를 위해 투혼을 불사른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이날 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23경기에서 2승 10세이브 평균자책점 1.30을 올렸고, 한국시리즈에서도 1승 8세이브 0.69로 완벽투를 선보였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오승환은 양 팀이 1-1로 팽팽히 맞선 9회초 1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올해 포스트시즌 첫 등판. 8회말 팀이 어렵게 동점을 만든 상황에서 실점한다면 그야말로 치명타였다. 두산 타선을 봉쇄할 확실한 카드는 오승환이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19구를 던진 안지만 대신 오승환을 선택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언더셔츠조차 입지 않은 채 반팔 차림으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이다.
첫 상대 정수빈의 희생번트로 2사 2루 위기를 맞은 오승환은 임재철을 6구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9회를 마쳤다. 주무기인 '돌직구'에 임재철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K 퍼레이드'는 계속됐다. 연장 10회초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선두타자 김현수를 142km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후속타자 오재일은 149km 직구에 선 채로 삼진을 당했고, 홍성흔도 풀카운트까지 끈질긴 승부를 펼쳤으나 결과는 헛스윙 삼진이었다. 빠른 공에 영락없이 헛방망이를 돌렸다. 4타자 연속 삼진. 오승환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11회에도 다르지 않았다. 김재호와 오재원을 150km 직구로 연속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6타자 연속 탈삼진. 한국시리즈 최다 연속타자 탈삼진 타이기록이었다. 곧이어 최재훈은 초구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연속타자 탈삼진 행진은 끊겼으나 구위는 그대로였다. 타선이 10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무득점에 그쳤음에도 흔들리지 않은 오승환이다.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았다. 구속도 전혀 줄지 않았다. 12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선두타자 손시헌을 헛스윙 삼진, 정수빈은 초구 좌익수 뜬공 처리했다. 공 5개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투구수를 절약했다. 임재철은 5구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151km 직구였다. 이날 43번째 공. 올 시즌 최다 투구수인 39구도 넘어섰다.
연장 13회가 고비였다. 김현수-오재일-홍성흔으로 이어지는 두산 중심타선이 등장했다. 선두타자 김현수는 9구 끝에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그런데 투구수가 50개를 넘어섰다. 천하의 오승환이라도 힘이 떨어질 만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오재일을 넘지 못했다.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에 들어간 오승환의 초구는 오재일의 배트 중심에 맞았고, 타구는 그대로 우측 담장을 넘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오승환은 한숨을 푹 내쉰 뒤 심창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대구 홈팬들은 오승환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피홈런 하나로 그의 투혼을 폄하할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삼성 타자들은 오승환의 호투에 응답하지 못했다. 그가 무려 53구를 던지며 투혼을 불태웠지만 타자들은 10회말 1사 만루, 11회말 2사 만루 끝내기 기회에서 득점하지 못했다. 이는 오승환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고, 결국 팀 패배로 이어졌다. 뒤이어 등판한 심창민도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듯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고 3점을 내줬다.
오승환은 잘 던졌다. 너무나 잘 던졌다. 그러나 단 하나의 실투가 너무나 뼈아팠다. 정규시즌이 아닌 한국시리즈였기에,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기에 더욱 그랬다. 홈런 허용 전까지 기록한 4이닝 퍼펙트와 6타자 연속 탈삼진도 빛이 바랬다. 돌아온 건 포스트시즌 첫 패배의 아픔이었다. '끝판왕' 오승환에게도 한계는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연장 13회초 1사 후 두산 오재일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 = 대구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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