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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제아무리 '무한도전'이라도 늘 재미있던 건 아니었다.
가끔은 멤버들의 왁자지껄한 수다가 시시했고, 규칙을 정해놓은 그들의 치열한 뜀박질이 되려 따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겨우 '피식' 하는 웃음만 남긴 채 끝나 버린 때 역시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8년이다. 그 시시하거나 따분했던 순간까지 모두 '무한도전' 역사에 아로새겨져 8년이란 예능프로그램의 드문 역사를 쌓았다.
'무한도전'의 '자유로 가요제'의 단체곡을 녹음하던 중 멤버 정형돈이 울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유희열도 울먹였다. 예능프로그램에서 흘리는 눈물이라니, 아마도 '무한도전'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생경한, 또 민망할 수도 있는 장면이다.
그리고 정형돈은 멤버들이 지난 '무한도전'의 세월을 옮긴 노랫말에 "너무 슬픈 거야. 첫 회에 달릴 때부터, 황소 때부터 다 생각나는 거야"라며 울었고, 유희열은 "나는 '무한도전' 팬인데 정말 고마웠다"며 대뜸 고백과 함께 울먹였다. 그럼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이 눈물이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정형돈의 말처럼 황소와의 줄다리기로 시작한 '무한도전'. 그들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은 우여곡절이었다. 실패했던 특집, 그래서 웃음을 주지도 못했던 특집도 있었다. 한동안 방영조차 안 되던 침묵의 시기 역시 있었다. 정형돈이 흘린 건 그 8년의 역사를 직접 써내려 간 이의 회고의 눈물일 거다. 도전에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개의하지 않고 또 도전하길 반복하며 일군 8년이었으니까.
유희열은 다르지 않나 싶다. 그는 '무한도전'의 멤버가 아니라, 그 역시 '무한도전'의 팬이고 시청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울먹이는 "고마웠다"란 고백은 '무한도전'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무한도전'은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에겐 토요일 저녁을 '기다려지는 웃음'으로 바꿔주었고, 실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도전을 하는 동안 시청자들에게 성공이나 실패보다 도전 자체에 담긴 가치를 새삼 일깨웠다.
또 동네 편의점이나, 학교 도서관 혹은 직장 사무실에서 흔히 마주칠 것만 같은,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던 이들의 오랜 도전이었기에, 미처 현실에선 용기를 내지 못하던 이들에게는 어쩌면 도전에 대한 작은 격려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무한도전'에 시청자들이 고마움을 느끼는 이유일 테다.
유희열은 "고마웠다"고 했고, '무한도전'은 8년을 버텨왔다. 지나친 감상일 수도 있겠으나 유희열의 말은 지난 시간이 혹 버거웠을 수도 있는 멤버들을 향해 그가 시청자들을 대신해 전한 "고마웠다"는 인사였을지도 모르겠다.
[MBC '무한도전'의 유희열(위), 정형돈.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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