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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구텐버그'는 정원영에게도 다시 꿈을 안겼다. 항상 밝은 정원영을 더 밝게 했고 끼 많은 정원영을 더 끼 부리게 만들었다. 어찌 보면 꿈을 이룬 그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한 것도 '구텐버그'다. 배우에게 전해진 좋은 기운은 곧 관객들에게도 이어졌고 '구텐버그'는 힐링극으로 통하며 배우 및 관객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정원영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올리는 꿈을 가진 무명작가 버드와 더그의 이야기를 전하며 달라진 자신의 인생을 고백했다. 현재 '구텐버그'에만 올인하고 있는 그는 "웃으며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전혀 힘들지 않다. '구텐버그'는 힘든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입을 열었다.
▲ "준비되지 않았다고 보여주지 않는 것은 비겁하다."
'구텐버그' 배우들은 공연 내내 땀을 비오듯 흘린다. 2인극인 만큼 동작도 많고 대사량도 엄청나다. 극중극 형식에 다양한 앙상블을 연기해야 하는 탓에 정원영을 비롯 정상훈, 송용진, 장현덕의 무대 위 움직임은 그 어느 작품보다도 다채롭다. 이와 함께 이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끼는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다. 노래와 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이들의 끼는 그 어느 때보다도 폭발하는 중이다.
정원영은 넘치는 끼에 대해 묻자 "'끼'가 넘쳐 최근엔 다래'끼'까지 났다"고 농담을 건네며 크게 웃었다. 질문 하나에도 밝은 기운을 전하는 배우가 분명하다. 그는 "끼라는건 칭찬을 들을수록 내가 더 잘하나보다 인정하게 해준다. 겸손함과 동시에 내 자신감을 올려주는 것 같다. 그래서 무대에서 더 즐길 수 있다"고 고백했다.
정원영은 "무대 자체도 오디션이다. 분명 오디션을 본 뒤 오른 작품임에도 불구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오디션을 보는게 무대다. 사실 연기는 앞으로 나아갈 길이 너무 멀다"며 "솔직히 끼를 보여줄만한 연기를 할 작품을 만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매순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할거다. 막말로 내일 죽을 수도 있는데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해서 보여주지 않으면 비겁한 것 같다. 모든 끼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구텐버그'는 말 그대로 2인극이고 실험극의 형태이다. 지금까지 내가 관객들에게 보여준게 끼라면 그 끼를 한 작품에 집합체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다. 여러가지 음색, 노래 스타일, 움직임, 연기 톤을 선보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건 두 명의 배우가 무대를 책임지고 끌어가야 하는 에너지다. 그 에너지가 있지 않으면 이 작품은 성공할 수 없다. 그 안에서 고민을 했던건 말 그대로 꿈을 꾸는 청년일 뿐인 더그를 어떻게 표현하냐였다. 뮤지컬 배우로서 나의 욕심을 채우려고 하면 더그로 보여지지 않고 정원영의 끼 자랑이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더그의 불완전한 상태를 그대로 보여줄 수는 없었다. 아직도 고민이 많기는 하지만 어찌 됐든 돈 주고 본 공연이 아깝지 않게 하려면 퀄리티를 일부러 낮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캐릭터 표현과 전문성 사이에서 고민한 정원영은 결국 그 갭을 하나 하나 채워가기 시작했다. 더그의 캐릭터를 표현하면서도 뮤지컬 배우 정원영이 보여줄 수 있는 퀄리티는 놓치지 말자였다. '구텐버그'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을 더 연구했고 어설프기보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로 마음 먹었다. '병맛' 코드가 가미된 극이 관객들 감정을 위로하는 퀄리티 높은 힐링극이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 '구텐버그'가 웃기지만 우습지는 않은 작품인 이유는 바로 배우들의 이토록 깊은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 "실수는 곧 살아있는 더그."
'구텐버그'는 배우들 역량이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극이다. 정원영, 정상훈, 송용진, 장현덕이 캐스팅 된 것도 이 때문. 특히 정상훈과 함께 더그 역을 연기하는 정원영은 첫 멀티맨인 만큼 정상훈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나 하나 입체적인 인물이 없는 작품에서 무리 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했고 정상훈의 도움 역시 컸다.
정원영은 "나 같은 경우 첫 멀티맨이지만 정상훈 형은 그런 것에는 도가 텄다. 가장 짧은 순간에 많은 인물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알기 때문에 같이 고민하며 많이 배웠다"며 "사실 나도 성대모사는 남한테 둘 째 가라면 서럽게 좋아하기 때문에 정말 자신 있었다. 잘 한다기보다 흉내 내는 포인트를 안다고 해야 할까. 근데 막상 작품에서 다양하게 하려고 하니 어렵더라"고 말했다.
"배우 네명이서 하는데 나는 제일 막내고 형들은 짬밥이 있다. 형들은 선수들이니까 내가 뭘 던져도 잘 받아준다. 연습할 때도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말랑말랑하고 재밌고 편안한 형들이기 때문에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잘 나온 것 같다. 형들이 어렵고 무섭고 권위적이었으면 잘 하려고 해도 절대로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더 친해지고 더 돈독해져서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도 같이 모여서 여행 다니자는 말도 많이 한다."
배우들 사이가 돈독해진 덕분일까. '구텐버그'는 그 어떤 페어를 보더라도 남다른 호흡을 엿볼 수 있다. 많은 대사량과 돌발 상황으로 인해 실수도 많지만 이는 물 흐르듯 지나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이 웃음을 주기도 하고 배우들의 남다른 끼를 가늠케 하기도 한다.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 정원영이지만 그도 최근 '구텐버그'를 통해 실수를 했다. 춤을 추다 넘어지고 악기를 넘어뜨리는 등 돌발상황으로 인해 그 역시 애드리브의 기지를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 팬들은 오히려 정원영의 실수를 반가워 했다. "드디어 실수를 했다", "레전드 찍었다" 등의 반응이었다.
이와 관련, 정원영은 "사실 다른 작품 같으면 실수하는걸 되게 싫어 했을 것이다. 나는 정상훈 형처럼 그만큼의 여유가 없어 내가 연습한 것 그대로 하는 것을 추구한다. 근데 그날 미끄러지고 악기가 넘어지고 해서 당황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실수도 즐겁게 하려고 한다. 절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하기는 하지만 실수를 했을 때는 그 안에서 조금 더 살아있는 더그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놨다.
"'구텐버그'는 관객들이 느끼는 것이 곧 배우들이 느끼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맨날 똑같다고 할 정도로 영화 보듯이 연기한다. 특히 송용진 형과 할 때는 약속을 가장 잘 지킨다. 첫 페어였기 때문에 연습했던 그대로 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난 후에 마지막까지도 꿈을 버리지 않는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다. 장현덕 형과 할 때는 두 형님들(송용진, 정상훈) 페어보다 젊기 때문에 힘차게 달려가는 인물로보여진다. 패기와 젊음이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매번 똑같이 하면서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끝까지 실험하고 있다."
한편 뮤지컬 '구텐버그'는 오는 11월 10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중극장블랙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구텐버그' 출연중인 배우 정원영. 사진 = 쇼노트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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