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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스크린 속 여배우들은 대부분 예쁘게 나온다. 아름다운 외모에 조명과 반사판 등을 이용해 더욱 아름다운 미모를 드러내며 남심을 사로잡는다.
영화 '톱스타'에서 소이현은 지금까지의 여배우들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답게 나온다. 영화 속에서 이미 최고인 남자 원준(김민준)과 최고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 태식(엄태웅)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미나(소이현)는 예뻐야만 했다. 예뻐야 공감이 가고 관객들을 이해시키는 그런 캐릭터였다.
박중훈 감독의 의도대로, 또 소이현의 민망함을 불사한 연기투혼으로 미나는 최고로 아름다운 여성으로 거듭났다. 당초 '톱스타'에서 미나는 그리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소이현이 미나의 캐릭터를 살렸고, 이에 박중훈 감독은 분량을 늘렸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소이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다. 분량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와 똑같다"고 말했다. 바로 배우를 사랑하는 감독님의 마음이 담긴 발언이라는 것이 소이현의 설명이었다. 그는 "분량은 달라진 것이 없다. 배우를 예뻐해 주는 감독님의 마음이 캐릭터에 임팩트를 준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톱스타' 속 미나는 쿨하고 도도한 여자다. 비즈니스에 있어서 철두철미하고, 사람을 다룰 줄도 아는 인물이다. 자신을 향한 태식의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철저하게 비즈니스로만 대한다. 또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도 하고 까칠하기도 하다. 하지만 오래된 연인 원준 앞에서는 또 한없이 무너지고 마는, 그런 여자다.
미나는 자신의 미모를 비즈니스에 이용하기도 한다. 태식을 자신의 배우로 만들기 위해 요염한 표정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한다. 이런 미나를 태식은 뿌리칠 수 없다. 이런 모든 상황들이 미나를 예쁜 여자로 만들어야 했다. 예쁘지 않으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
"감독님이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미나는 무조건 예뻐야 한다고 했다. 이 여자가 안 예쁘게 나오면, 드라마가 흘러가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 했다. 두 남자, 태식과 원준의 신경전, 모든 사람들이 매력을 느껴야 하는 여자니까. 정말 예쁘게 찍을 것이라고 했다. 예쁘게 나왔다고? 나 아닌 그 어떤 여배우가 했어도 예쁘게 나왔을 것이다."
모든 남자들이 예쁘다고 하는 여자는 다른 여자들의 질투를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극중 미나는 남자들에겐 로망, 여자들에겐 닮고 싶은 롤모델과 같은 느낌이다. 여자, 남자 모두에게 미움을 받아서는 안 되는 캐릭터였다.
소이현이 미나를 연기했을 때 가장 신경을 썼던 것도 그 부분이었다. 소이현은 넘치지 않는 절제의 미학을 택했다. 그는 "늘 넘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선을 지키려는 느낌을 춰야 하니까. 넘치면 미워 보일 수 있다. 능력도 넘치면 밉고, 사랑도 넘치면 미워 보일 수 있다. 감정이 넘치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소이현은 사실 '톱스타' 대본을 받았을 때 한차례 고사했다.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이었다. 바로 박중훈 감독 때문이었다. '톱스타'는 배우 박중훈이 감독으로 나서는 첫 작품으로 유명했다. 톱스타로 살아온 박중훈이 성공과 배신, 꿈과 욕망이 뒤섞인 연예계를 그린 작품이다.
소이현 입장에서 '톱스타'를 고사한 이유가 수긍이 갔다. 대선배인 박중훈 앞에서의 연기는 매순간 오디션으로 느껴질 만 했다. 소이현은 한마디로 "박중훈 감독님이라는 말을 듣고 백번도 넘게 물어봤다. 그 분이 내가 생각하는 그 분이 맞느냐고"라고 말했다.
"엄청나게 부담스러웠다.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난 못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연기를 해서 OK사인을 받겠냐고 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감독님도 아니고 톱배우인 박중훈의 영화였다.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출연을 결정하기 전 했던 고민은 쓸모없는 것이었고, 기우에 불과했다. 소이현은 박중훈 감독에 대해 "칭찬으로 사람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기를 죽이지 않고 연기를 잘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소이현과 미나는 높은 싱크로 율을 보인다. 소이현의 이미지가 미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 것도 있다. 도도하고 새침한 이미지는 소이현이 데뷔했을 때부터 함께했던 이미지다. 이런 이미지가 싫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데뷔 이후 계속 도도하고 새침한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처음엔 싫었지만, 지금은 좋다. 실제로는 허당스러운 면이 많다. 그런 이미지가 내 허당스러운 부분을 가려주는 것 같다. 하하. 남자보다 더 남자 같은 성격이다. '톱스타' 현장도 홍일점이 아닌, 남자배우가 3명 있는 그런 현장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잘못 태어났다'고 할 정도니까."
소이현은 데뷔 이후 제대로 쉬어본적이 없다. 최근에만 해도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 '후아유'에 출연했고, MBC '섹션TV 연예통신' 안방마님으로 활약 중이다. 여기에 '톱스타'까지 개봉했다. 이런 바쁜 행보에 힘들고 지칠 만 했지만, 그런 기색은 전혀 없었다. 조금 지친 상태긴 하지만, 조만간 다시 작품을 만날 것을 암시하며 여운을 남겼다.
"사실 지금은 좀 많이 지친 상태다. 하지만 '톱스타' 개봉에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 때문에 잘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10년 동안 거의 쉰 적이 없다. 많으면 1년에 3~4 작품을 한 적도 있다. 이번에는 좀 쉴 생각이다. 그래도 짧게 쉬고 작품을 하지 않을까?"
[배우 소이현.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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