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윤욱재 기자] 최후에 미소를 지은 자는 삼성이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7차전을 7-3 승리로 장식하고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2013년 11월 1일. 삼성은 또 한번 주인공이 됐다. 그것도 2002년 이후 11년 만에 홈 그라운드인 대구구장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야말로 이날 대구구장은 '삼성의 날'이었다.
그러나 삼성과 혈투를 벌인 두산의 활약도 야구 팬들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이어진 고난의 여정 속에서 두산에게 포기란 없었다.
사실 두산은 한국시리즈 최종전까지 온 것도 기적에 가까웠다. 시즌 초반 두산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6위까지 떨어지는 아픔을 맛봤다. 시즌 전만 해도 삼성, KIA와 함께 '3강'으로 꼽혔던 두산이었다. 김진욱 감독 역시 "우리 팀은 객관적으로도 2위 전력"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그랬기에 두산의 초반 행보는 충격에 가까웠다.
하지만 두산의 상처는 빠르게 아물었다. 전반기를 3위로 마치며 재도약을 실천한 두산은 시즌 마지막까지 2위 경쟁을 펼치며 야구 팬들을 숨 죽이게 했다.
결국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두산의 저력은 단연 돋보였다. 먼저 2연패를 당해 벼랑 끝에 몰리고도 이를 보기 좋게 뒤집었다. 2연패 뒤 3연승으로 리버스 스윕을 달성한 것.
다음 상대는 LG였다. '서울 라이벌'인 두산과 LG 선수들의 라이벌 의식은 실제로도 불꽃이 튈 정도다. 이미 넥센과의 혈전으로 만신창이가 된 두산이었지만 그렇다고 절대 질 수는 없었다. 1승 1패로 팽팽하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초 동점을 허용할 뻔한 위기를 벗어난 두산은 4차전 역시 승리로 장식하고 5년 만에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시리즈 상대는 삼성이었다. 두산이 올해로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의 벽을 넘을 것이라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두산은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대구구장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이긴 것이다. 그것도 2차전에서는 연장 13회 혈투 속에서 승리를 해냈다. 3차전을 패했지만 4차전을 승리, 3승 1패로 앞서 나간 두산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는 듯 했다.
그러나 삼성도 역시 삼성이었다. 통합 3연패에 도전하는 팀의 위력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끝내 3승 3패로 맞선 양팀은 7차전에서 결판을 냈다.
6회초까지 2-2 동점. 숨이 막힐 듯 했다. 그러나 두산은 끝내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6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최형우의 3루 땅볼을 잡은 3루수 이원석이 포수 양의지에게 송구했지만 이것은 실책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4-2로 역전한데 이어 6회말 공격에서만 5점을 내며 우승에 가까워졌다.
결국 두산은 삼성이 환호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비록 두산은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한계를 극복하려 했던 처절한 몸부림은 야구 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두산은 홍성흔, 오재원, 이원석, 최재훈 등 주축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하면서도 뜨거운 여정을 이어갔다. 그러나 체력 저하에 따른 한계는 극복하기 어려웠다. 정신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었다.
두산은 결국 마지막을 장식한 주인공이 되지 못했지만 올해 가을야구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울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두산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31일 오후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삼성-두산의 경기에서 6-2로 패배한 두산베어스 선수들이 운동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사진 = 대구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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