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삼성이 극적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대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야구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3연패에 성공했다. 아무도 걸어가보지 못한 길. 새로운 길을 개척한 삼성의 2013시즌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정규시즌서는 LG와 넥센의 저항이 대단했다. 한국시리즈서는 예상 외로 강한 두산이 끝까지 삼성을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이 루틴을 깨니, 새로운 루틴이 보였다. 그러면서 삼성표 루틴야구는 더 강해졌다.
삼성은 지난 3년간 루틴야구를 했다. 선발투수가 5~6이닝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면 타자들이 그보다 1~2점 많은 점수를 뽑아내고 불펜진이 리드를 지키는 방식이었다. 선수들의 역할 분담이 확실하게 나눠져 있었고, 1~2명이 빠져도 대체자들이 똑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다. 때문에 삼성 루틴야구는 다른 말로 시스템 야구였다.
삼성 시스템야구는 이미 나머지 8개구단이 잘 알고 있다. 어떻게 이기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삼성이 갖고 있는 힘 자체가 강했기 때문에 삼성을 쉽게 무너뜨리기 어려웠다. 그러나 삼성은 올해 뚜렷한 전력보강도 없었고, 권오준과 정현욱이 빠져나가면서 오히려 전력이 약화됐다. 그런데도 삼성은 기존의 루틴야구를 고수했다. 결국 어려움 속에서도 정규시즌 3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가을야구의 대미를 장식하는 한국시리즈서 삼성 루틴야구가 삐걱거렸다. 삼성 루틴야구엔 치명적 맹점이 있었다. 상대가 삼성 루틴야구에 대한 내성이 생긴 상황에서 반격을 하면 그걸 당해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삼성이 3년째 한국시리즈서 선보인 선발투수 1+1 전략도 상대에 결국엔 익숙해진 전략이었다.
삼성은 이번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믿었던 에이스 윤성환이 무너졌다. 윤성환은 5차전서도 무너졌다. 동시에 타선이 지독하게 풀리지 않았다. 반면 두산 불펜진은 예상 외로 삼성과 대등한 승부를 벌였다. 야수들도 두꺼운 선수층을 앞세워 좀처럼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4차전까지 삼성을 3승1패로 압박했다. 삼성은 루틴야구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오늘 1경기를 이기지 못하면 안 되는 단기전서 또 다른 루틴이 필요했다.
류중일 감독은 일단 타순변경을 시도했다. 그리고 적극적인 작전을 시도했다. 그러자 5차전서 11안타 7득점하며 공격이 풀렸다. 5차전의 승인은 뭐니뭐니해도 정병곤의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였다. 무사 1루 상황에서 의외의 강공으로 무사 1,2루 찬스가 이어졌고, 박한이가 천금 같은 적시타를 때려 반격 1승을 챙겼다. 정병곤의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는 분명 정병곤에게 예상된 루틴은 아니었다.
삼성은 이후 분위기를 탔다. 6차전서 채태인의 역전 결승 투런포와 박한이의 쐐기 스리런포가 터졌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 놀라운 점이 류중일 감독의 재빠른 투수교체였다. 류 감독은 미련 없이 1회에 릭 벤덴헐크, 2회에 차우찬, 3회에 배영수 등을 쏟아부었다. 잠시의 망설임 없이 투수를 바꿔 결국 흐름을 돌려놓았다. 겉보기엔 홈런 2방이 흐름을 돌린 것 같지만, 류 감독의 재빠른 투수교체가 승인이었다. 이 역시 류 감독이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루틴야구를 깬 케이스였다.
삼성은 한국시리즈서 확실히 투타 주요 선수들의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치고 올라온 두산의 상승세를 확실하게 제어할 수 있는 준비가 미흡했다. 하지만, 결국 루틴야구를 뛰어넘는 위력을 임기응변능력을 발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루틴야구의 틀을 벗어나니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의 길이 보였다.
그래도 삼성의 루틴야구는 삼성왕조를 있게 한 힘이다. 굳건한 루틴야구가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에 루틴을 깨고도 이길 수 있었다. 제 아무리 기민한 변칙도 기존의 강점을 극대화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삼성의 5~7차전 승리는 루틴야구를 깼으나 기본적인 골격은 여전히 유지했다. 이러니 결과적으로 삼성은 승부를 이겨내는 힘이 더 강해졌다. 이번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로 또 한 단계 더 강해진 것이다. 삼성은 충분히 사상 최초의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3연패 타이틀을 갖고 있을만한 자격이 있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대구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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