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우승을 차지한 팀의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그라운드에서 서로를 향해 샴페인을 터뜨리는 모습은 한국시리즈의 여러 볼거리 중 하나다. 이 장면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우승 기념 티셔츠와 모자다. 평소 유니폼만 입는 선수들도 이때만큼은 순간을 기념하는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하고 우승을 자축한다.
하지만 아쉽게 우승하지 못한 팀은 미리 제작한 우승 기념품을 꺼내지도 못하고 짐을 싸야 한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한때 3승 1패로 앞섰던 두산의 우승 기념품들은 세상의 빛을 보기 직전에 공개가 무산돼버렸다.
이렇게 준우승 팀의 '우승 대비 기념품'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물건이 된다. 지금도 몇몇 구단 관계자들은 밖에서 입지 못할, 우승하지 못한 해의 우승 기념 티셔츠나 모자 같은 용품들을 집안 어딘가에 고이 모셔두고 있을지 모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다른 지역에 있는 어려운 이들을 돕는 용도로 이 물건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자연재해 등의 어려움을 겪은 다른 지역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지 못한 팀들의 티셔츠와 모자를 보내곤 한다. 세계 어딘가에는 '2013 월드시리즈 챔피언'이라는 문구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나 LA 다저스 같은 팀의 로고가 함께 들어간 티셔츠를 입고 있는 이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이 물건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정답은 폐기처분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그냥 버린다. 국내에는 (메이저리그와 같은)그런 일이 없는 것으로 안다. 우리 구단에서도 그런 계획을 했던 적은 없었다"고 간단히 답했다.
사실 이런 일을 구단 차원에서 하기는 힘든 면이 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올라온 만큼 우승하지 못한다는 가정조차 하기 싫은 입장이기 때문에 어떻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이 유일한 고민일 뿐, 우승하지 못할 경우 기념품을 어디에 보낼 것인지 까지는 생각이 미치기 어렵다.
우승의 꿈이 좌절된 뒤라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보내는 과정에서 그 물건들을 꺼내보다가 구단 직원들은 마음 아팠던 기억이 잠시나마 떠오르게 될 것이다. 리그가 포스트시즌 이전에 미리 제안해 추진하지 않으면 성사되기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준우승 팀의 우승 기념품을 폐기하는 것은 자원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상당히 아쉬운 일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필요한 이들에게 주어진다면 본래의 용도보다 가치 있게 쓰일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누군가는 특정 시즌의 한국시리즈 우승팀을 착각하게 되는 부작용도 없지 않겠지만, 그건 부수적인 문제다.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는 것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절실할 수 있고, 그런 자원들을 나누는 것은 무엇보다 뜻 깊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우승 기념품을 착용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