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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극본 김은숙 연출 강신효, 이하 '상속자들')의 도를 넘은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8일 밤 방송된 '상속자들'에는 제국고등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캠핑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학생들은 모두 특정 아웃도어 브랜드의 옷을 입고 그 브랜드의 텐트, 캠핑 도구 등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는 수차례 특정 브랜드의 로고를 노출시켰고 이 장면은 드라마가 아닌 아웃도어 브랜드 광고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앞서도 '상속자들'은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PPL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극중 박신혜가 일하는 커피 전문점이나 등장인물들이 항상 마시는 특정 브랜드 음료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 최진혁이 집에서 특정 브랜드 면도기로 면도를 하거나 시종일관 홍삼 브랜드 식품을 빨고 다니는 강하늘의 모습이 노골적으로 특정 제품을 광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캠핑 장면에는 남자주인공인 이민호만 빠져있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캠핑을 떠나는데 남자주인공만 쏙 빠진 이유를 두고 '이민호가 타사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광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PPL은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한 필요악 같은 존재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쉽게 제작비를 얻을 수 있고 기업들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높은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PPL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PPL은 극의 흐름을 깨기 십상이기 때문에 PPL을 써야 할 때는 극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상속자들'의 경우에는 그 선을 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은 "PPL 때문에 남자주인공이 중요한 장면에서 안 나온다는 게 말이 되나" "PPL이 너무 심하다. 보는 내내 흐름이 조금씩 깨진다" "PPL도 상속자급이네. 학교에서 단체로 캠핑을 보내버리니. 아웃도어 업체만 수지맞았네" "강하늘은 '상속자들'에 PPL만 하려고 나온 건가?" 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판했다.
KBS 2TV 드라마 '적도의 남자'도 좋은 PPL의 예다. 극중 이보영은 시각장애인으로 등장하는 엄태웅을 위해 책을 읽어주고 고전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 '죄와 벌', '몬테크리스토 백작', '그리스인 조르바' 등 다양한 책들이 언급됐고 이 책들은 이보영과 엄태웅의 소통 장치로 중요한 장치 역할을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책들은 출판사 문학동네의 지원을 받은 PPL이었고 덕분에 '적도의 남자'는 작품에 어울리는 PPL로 극의 몰입도를 높임과 동시에 광고 효과까지 누리는 1석2조의 효과를 낳았다.
과도한 PPL은 극의 몰입을 방해하고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PPL을 도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인정하지만 적어도 이것이 '상속자들'처럼 시청자들에게 광고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상황만큼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상속자들'-'그 겨울'-'적도의 남자'. 사진 = SBS 방송 화면 캡처, KBS 2TV 방송 화면 캡처]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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