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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안산을 연고로 하는 러시앤캐시 베스피드는 신생팀답게 프로에 입문한 젊은 선수들로 채워져 있다. 기존 구단에서 온 선수들도 더러 있지만, 주축을 이루는 이민규, 송명근 등은 모두 얼마 전까지 대학에 몸담고 있던 아마추어 선수들이었다.
선수뿐만이 아니다. 이들을 이끄는 감독과 코치 역시 처음이다. 프로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이 처음이 아니라 지도자 경험 자체가 처음이다. 김세진 감독과 석진욱 수석코치에게 러시앤캐시는 자신의 지도자 이력 첫 줄에 위치하고 있는 팀이다.
매우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신생팀을 이끌 감독과 코치를 경험 없는 젊은 지도자들로 채우기는 쉽지 않다. 김 감독과 석 코치 모두 현역 시절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기는 했지만, 러시앤캐시의 결정은 아무리 봐도 파격적이었다.
믿는 점은 둘 모두 삼성화재 출신이라는 점이다. 성적과 선수단 관리 등에서 프로스포츠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뛰어난 지도자로 꼽히는 신치용 감독 밑에서 보낸 시간은 헛되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화재 창단 멤버인 김 감독은 화려한 시절을 이끈 간판이었고, 석 코치는 신 감독이 마지막까지 붙잡으려 했던, 삼성화재 배구의 시발점이 되는 선수였다.
비록 지도자가 아닌 선수로 몸담았던 곳이지만, 김 감독과 석 코치는 삼성화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과 호흡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모든 것이 처음인 러시앤캐시의 전력은 남자부 나머지 6개 팀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점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러시앤캐시는 창단 첫 공식경기였던 지난 5일 대한항공전에서 1-3으로 역전패했다. 잘 싸웠지만 3, 4세트 뒷심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외국인 선수 바로티의 부진은 뼈아팠다.
하지만 충분히 희망은 봤다. 대표팀을 거치며 기량을 갈고닦은 송명근이 59.09%의 순도 높은 공격으로 16득점을 해줬고, 강영준은 블로킹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4개의 블로킹을 잡아낸 것을 포함 15득점을 올렸다. 한국 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세터 이민규의 볼 배급도 좋았다.
첫 경기에서 만만치 않은 프로의 벽을 실감했지만 반대로 상대에게도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 데 성공했던 러시앤캐시는 10일 홈인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를 상대로 첫 승에 도전한다. 첫 경기는 바로티가 못 해서 졌지만, 반대로 말하면 바로티를 제외하고는 별 문제가 없었다는 뜻도 된다.
삼성화재에는 레오-박철우 쌍포가 버티고 있지만, 러시앤캐시에는 이민규와 송명근을 비롯한 선수들의 패기가 있다. 그리고 다양한 공격 루트를 추구하는 이민규의 조율 속에 러시앤캐시는 더 많은 공격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지 않고 바로티가 조금만 분발해준다면 대한항공전 이상의 선전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다.
김세진 감독과 석진욱 코치에게는 감회가 남다른 경기가 될 것이다. 선수로는 삼성화재의 유니폼만 입었지만, 지도자가 돼서 만나는 삼성화재는 상대팀일 뿐이다. 자신들이 안에서 만든 아성을 밖에서 깨야 하는 입장이 된 김 감독과 석 코치의 첫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석진욱 코치의 은퇴시에서 포옹하는 석진욱 코치와 김세진 감독(오른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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