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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는 표현이 딱 맞는 듯하다.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올 시즌 현재 승리 없이 2패(승점 1)만을 기록 중이다. 전날(10일)은 '디펜딩 챔피언'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상대로 3세트까지 2-1로 앞서는 등 대등한 경기를 벌였으나 결국 2-3으로 역전패했다.
외국인선수 엘리사 바실레바가 체력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탓이 컸다. 이날 3세트까지 바실레바의 공격점유율은 무려 60%에 육박했다. 4세트서는 11-17로 뒤진 상황에서 교체됐음에도 공격점유율이 46%에 달했다. 체력이 떨어진 탓에 득점력은 점점 떨어졌고, 5세트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류화석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 후 "바실레바가 어린 선수라 그런지 근성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그런데 상황을 한 번 짚어보자. 체력이 떨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바실레바는 무려 92차례 공격을 시도했다. 점유율 55.76%. 42득점 가운데 40점이 공격득점이었다. 게다가 팀 내 가장 많은 29개의 리시브를 받아냈다. 공격에 리시브까지 그야말로 쉴 틈 없이 움직였다. 3세트까지는 바실레바의 원맨쇼를 앞세워 리드를 잡았으나 그의 체력이 '방전'된 4세트부터는 그야말로 속수무책. 결국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IBK전을 통해 살펴본 흥국생명의 가장 큰 문제는 바실레바를 뒷받침할 공격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김혜진과 박성희가 8점, 정시영이 6점을 올렸으나 이들 3명의 공격성공률을 합산한 수치는 27.12%(59시도 16성공)에 불과했다. 43.5%의 성공률을 보인 바실레바(92시도 42성공)에 크게 못 미쳤다.
올 시즌 치른 2경기를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바실레바는 155차례 공격을 시도했는데, 한 번이라도 공격에 가담한 선수 8명(139시도) 이상의 몫을 혼자 했다. 공격성공률(41.94%)도 나머지 선수들(29.5%)과 견줘 월등히 높다. 당연히 바실레바에게 공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격뿐만이 아니다. 리시브에 가장 많이 가담한 선수도 바실레바(46회)고, 이도 모자라 디그도 30회.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따로 없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류 감독도 "바실레바 외에는 10점 이상 올려줄 공격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원맨쇼로는 한계가 있다. 바실레바의 체력이 바닥나면 결국 경기를 내주고 만다. 전날 IBK전이 좋은 예다. 게다가 흥국생명이라면 더욱 그렇다. 바실레바를 제외하면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드물다. 주예나와 김혜진이 그나마 오래 뛴 선수들인데, 폭발력 넘치는 공격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높은 팀이라도 이를 뒷받침할 국내 공격수가 한 명은 있게 마련인데 바실레바만 보인다.
2경기에서 바실레바는 어마어마한 임팩트를 남겼다. 경기 내내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메가톤급 활약을 선보였다. 화이팅이 넘쳤고, 실수한 동료들을 격려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1990년생 어린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젊고 유능한 선수임은 증명됐다. 이제 '바실레바 효과'를 극대화하는 건 흥국생명의 몫이다. 한 선수가 매 경기 40점을 폭발시켜도 팀이 패하면 아무 의미 없다. 영웅은 승리했을 때 나타난다.
[엘리사 바실레바.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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