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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용인 김진성 기자]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삼성생명 박정은 코치가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박정은 코치는 11일 청주 KB와의 홈 경기에 앞서서 정든 코트와 이별을 했다. 박 코치는 용인체육관을 가득 채운 팬들과 후배들의 환대 속에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박 코치는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난다. ”라고 했다.
선수 박정은은 살아있는 레전드였다. 그녀의 역사가 삼성생명의 역사이자 한국 여자농구의 역사였다. 박정은은 부산 동주여상을 졸업하고 1995년에 삼성생명에서 데뷔했다. 여자프로농구 출범 전 실업농구에서 데뷔하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프로통산 19시즌간 통산 17396분(1위)간 코트를 누볐다. 통산 486경기(2위)서 6540점(7위), 3점슛 1000개(1위), 어시스트 1776개(8위), 스틸 703개(5위), 블록 247개(12위)를 기록했다.
박정은은 역대 베스트5 9차례, 라운드 MVP 2회를 달성하며 삼성생명의 프로 초창기 시절 전성기를 이끌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20년가까이 봉사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4위, 2002년 중국 세계선수권대회 4위 등을 진두지휘했다. 공격이면 공격, 경기운영이면 경기운영, 수비면 수비 등 못 하는 게 없는 여자농구 최고의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였다.
박정은은 선수생활 내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손목, 발목, 무릎 등 온 몸에 통증을 안고 뛰었다. 여자농구 투혼의 상징이었다. 물론 부상을 안고 뛰는 것 자체가 한국여자농구의 허약한 저변을 대변해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박정은이 대단한 기량을 뽐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도 박정은보다 나은 포워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삼성생명은 그런 박정은에게 지난 2012-2013시즌 플레잉코치 직을 줬고, 시즌 후엔 정식 코치로 임명했다. 삼성생명은 이날 KB와의 홈 개막전을 앞두고 성대한 은퇴식을 개최했다. 경기 전 열린 은퇴식에선 어머니 임분자 씨, 초등학교 시절 은사 이상돈 교장선생님, 박정은의 열혈 팬 이민희 씨, 그리고 박정은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남편인 배우 한상진이 참석해 은퇴식을 빛냈다. 박정은의 삼성생명 초창기 시절을 함께했던 유수종 감독도 참석은 하지 못했지만, 따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박정은의 어머니 임분자 씨는 “사랑하는 우리 딸 수고했다. 고맙다”라고 했다. 남편 한상진은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 이런 날이 올줄 몰랐다. 코치로서 삼성생명에 큰 도움을 주고 좋은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어 WKBL 최경환 총재 및 박근회 부회장의 공로패 증정식, 코치 임명장 수여가 진행됐다.
이어 삼성생명이 박정은에게 기념 트로피와 황금거북(20돈)을 수여했다. 황금거북은 불로장생의 상징으로서 박정은이 삼성생명 레전드로 영원하길 바라는 의미다. WKBL도 최경환 총재가 직접 박 코치에게 황금열쇠를 줬다. 최 총재는 “18년간 한국여자농구에 큰 기여를 했다. 코치 임명장까지 받았으니 코치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박정은 개인의 인생도 앞으로 잘 풀리길 기원한다”라고 했다. 또한, KBL 한선교 총재도 특별히 참석해 축하 꽃다발을 증정했다. 삼성생명 선수단에선 대표로 18년간 동고동락한 이미선이 기념 사진을 선물로 줬다.
하이라이트는 영구결번식이었다. 삼성생명은 지난 19년간 박정은이 입고 뛴 배번 11번 유니폼을 영구결번 처리했다. 박정은의 유니폼은 용인체육관 오른쪽 상단에 전시됐다. 그러자 박정은도, 삼성 선수들도 결국 눈물을 흘렸다.
박정은은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좋은 자리를 만들어주신 분들에게 모두 감사를 드린다. 그동안 아버지처럼 챙겨주신 고준호 단장께도 감사드린다. 용인에서 뛰었던 매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용인 팬들, 시민 여러분도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 선수가 아니라 코치로 함께 할 것이다. 앞으로도 노장 박정은이 아닌 신인 박정은 코치로서 열심히 노력하겠다. 이호근 감독을 보좌해서 잘 배우겠다. 여러분이 다시 한번 기억할 수 있는 코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삼성생명을 많이 사랑해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여자농구 역사상 이런 은퇴식, 이런 영구결번식은 없었다. 삼성생명과 한국여자농구 레전드 박정은이 있었기에, 그리고 삼성생명이 레전드를 대우하기 위해 최고의 준비를 했기에, 마지막으로 용인 팬들이 박정은의 코치 새출발을 열렬히 환호해줬기에 가능했다. 11월 11일 밤 용인체육관은 그렇게 감동의 물결이 펼쳐졌다. 박정은도, 삼성생명 선수들도, 용인 팬들도 모두 울었다.
[박정은 코치. 사진 = 용인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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