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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어릴 적 아버지의 불호령에 눈물을 훔치던 소년은 이제 아버지의 나이가 됐고, 그 때의 무서웠던 아버지를 이해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18일 밤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 방송인 김성주 편은 이 시대의 아버지들을 위한 방송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김성주는 세 아이들의 아버지이면서 한편으로는 딸 많은 집의 장남으로 자랐던 과거를 털어놨다. 그는 MBC '일밤-아빠 어디가'에서 다정다감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들에게 호통을 치는, 과거 자신이 정말 무서워했던 존재인 아버지와 닮아있었음을 고백했다.
그는 "내게 아버지는 늘 무뚝뚝한 분이셨다. 밥을 드시다가도 내가 밥 먹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들면 숟가락을 쾅 내려놓으시고는 집 밖을 열바퀴 돌고 오라고 하셨다. 그러면 나는 한 겨울에 내복 바람으로 밖에 나가서 열바퀴를 돌고 들어왔다"며 엄했던 아버지에 대해 회상했다.
김성주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70~80년대 가부장적인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과 똑같이 닮아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주변에서는 좋은 평판을 받는 사람이었지만 정작 자기 식구들에게는 엄격하고 무뚝뚝한 위인이었다.
김성주는 "당시 우리 집안 형편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런데 아버지는 바깥으로만 도셨다. 누가 아프다고 하면 거기 찾아가고 그랬으면서 우리 집에서 누가 아프다고 하면 신경도 안 쓰셨다. 엄마가 아프다고 하셔도 약도 안 사주시고 병원도 안 데려다주셨다"며 마음에 사무쳤던 아버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털어놨다. 당시 어린 나이였던 김성주는 그런 아버지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렇게 그와 아버지의 골은 깊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김성주는 그동안 많이 쇠약해진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됐다. 그는 "이제는 아버지와 내가 역전이 됐다. 내가 아버지에게 화를 내고 윽박지르게 됐다. 한 번은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데 아버지가 '안 아프다. 괜찮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아버지,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좀 하세요'라며 화를 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가만히 계셨다. 예전 같았으면 뭐라고 하셨을텐데 지금은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만 계신다"며 어느새 약해진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또 그는 직접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되자 아버지의 고충에 대해서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김성주는 "민국이와 여행을 하면서 대화를 많이 하게 됐다"며 "그러면서 '우리 아버지도 어떨 때는 아들하고 대화를 하고 싶으셨을 때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아들이 엄마하고만 지내니까 기회를 못 잡고 아들과 하고 싶었던 대화를 못 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성주의 아버지 역시 이런 아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난생 처음 편지로 고백했다. 김성주의 아버지는 이날 편지를 통해 3대 독자였던 김성주가 태어나기 전 딸인 줄 알고 지우려던 어머니를 말린 사연을 털어놨다. 또 "그동안 가르쳐준 것이 없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 다시 나에게 널 키울 기회가 온다고 해도 이 아버지는 똑같이 너를 키울 것 같다. 네가 건강하게만 내 옆에만 있어준다면 나는 바랄 것이 없다"고 진심어린 부성애를 드러내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지난 11일 방송된 '힐링캠프' 신경숙 작가 편이 어머니들을 위한 방송이었다면 이번 '힐링캠프' 김성주 편은 아버지들을 위한 방송이었다. 무섭기만 했던 아버지라는 존재를 비로소 당신의 나이가 되서야 이해하고 그 미안함에 눈물을 흘린 김성주의 모습은 아버지를 둔, 아버지가 된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 속 깊은 힐링을 전달해줬다.
['힐링캠프' 김성주 편. 사진 = SBS 방송 화면 캡처]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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