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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김진성 기자] “감독님을 배신하는 제자가 되기 싫었다.”
삼성 박한이는 21일 삼성선수단의 일원으로서 아시아시리즈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입국장에서 만난 박한이는 “아시아시리즈 준결승전 탈락이 너무 아쉽다. 한국을 대표해서 나갔는데 결과가 좋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 그래도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박한이는 사실 이번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하지 않아도 관계 없었다. FA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FA 신분이 되는 순간부터 소속팀은 없어진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오승환과 FA 신분인 장원삼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한이는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될 아시아시리즈 참가를 자청했다. 류중일 감독도 박한이의 이런 투지에 적지 않게 고마워했다고 한다.
박한이는 대구와 대만 타이중에서 구단 관계자와 FA 협상을 했고, 결국 타이중에서 4년 총액 28억원 재계약 소식을 알려왔다. 박한이는 “처음부터 삼성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라고 했다. 기자가 “금액이 생각보다 적다고 안타까워하는 팬들이 많다”라고 하자 웃으며 “그런 반응을 알고 있다. 시원섭섭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을 떠나기가 싫었고 돈 때문에 감독님을 배신하는 제자가 되긴 싫었다”라고 했다.
박한이의 롤 모델이 바로 류중일 감독이다. 류 감독은 1987년 입단해 최고의 유격수로 명성을 떨쳤다. 1999년을 끝으로 은퇴한 뒤 곧바로 삼성에서 수비, 작전 코치를 시작했고 2011년에 삼성 사령탑에 올라 올해까지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류 감독은 삼성 최고의 프렌차이즈 스타이자 뼛속까지 삼성맨이다.
박한이 역시 류 감독의 뒤를 따라가고 싶다고 했다. 박한이는 2001년 데뷔해 올해까지 13년 연속 주전 외야수로서 100안타 이상을 쳐냈다. 성실함과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린다. 박한이는 “감독님처럼 되고 싶다. 선수생활을 마친 뒤엔 삼성에서 지도자 생활도 이어가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류 감독을 잇는 프렌차이즈스타로서 영원히 삼성맨으로 남겠다는 의미다.
박한이는 이번 아시아시리즈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여전히 삼성엔 그가 필요하다. 박한이는 이번 스토브리그에도 배드민턴을 통해 순발력을 유지하고 체중조절도 할 계획이다. 박한이는 “배드민턴은 계속할 것이다. 일단 좀 쉬면서 내년 준비를 할 것이다”라고 했다. 류 감독의 길을 걷는 박한이. 라이온즈 프렌차이즈의 아름다운 전통이 이어질 것 같다.
[박한이(왼쪽)와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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