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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이율(30)의 연기는 다채롭다. 멋있다가도 귀엽고 어둡다가도 밝다. 2007년 데뷔 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다채로움을 표현한 그가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유독 빛나는 것도 그만의 다채로움 때문이다.
이율은 지난 2011년 공연에 이어 또 한번 네이슨으로 분했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은 1929년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해 네 남녀의 사랑 등을 다룬 작품. 극중 이율이 연기하는 네이슨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최고의 베테랑 도박사이자 14년간 자신만을 바라보는 순정녀 아들레이드의 마음을 애타게 만드는 철없는 남자다.
이율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번 해 본 작품이니 편하다. 지난번에 재밌게 했기 때문에 그 재미를 다시 느끼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 누나들 녹이는 연하남, "실제 성격은…"
그는 "메인 캐스트가 바뀐 것 이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도 각 캐스트만의 고유 색깔과 보완된 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일단 네이슨은 애드리브를 조금 줄였지만 연하남 특유의 매력을 살리는 귀여움을 더했다.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히 쳐내고 매력은 더욱 살린 것.
이율은 "연하남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연출님이 그런 부분을 보여줘야 한다고 하셔서 생기발랄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며 "사실 신영숙, 구원영 누나가 연상이기는 하지만 영한 느낌이 있고 나는 또 영한 느낌이 아니다보니 실제로는 친구 같은 느낌이다"고 밝혔다.
"사실 연하남을 연기하며 민망하기도 하다. 재작년 공연 때는 20대였지만 지금은 30대니 'Sue Me'(제발 그만)를 부를 때는 철판을 깔고 할 정도다. 그래도 재작년보다 'Sue Me'를 노래할 때 조금 더 가려고 했다. 아예 차이가 나게 해보자 해서 조금 더 간 것이다. 근데 이걸 하는데도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웃음) 그래서 연습 때나 리허설 때는 이렇게까지는 못했다. 하지만 공연이 막상 시작되니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에 눈 딱 감고 한다. 주위에서는 '참 재밌는 연기를 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의 'Sue Me'를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까지 한다. 원작에 누를 끼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참 재밌다."
그렇다면 이토록 귀엽게 "누나"를 외치는 네이슨을 연기하는 이율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그는 "다르다. 많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네이슨은 약간 방방 떠있는 꾀돌이 캐릭터다. 나는 사실 꾀를 부릴 잔머리가 떨어진다. 편안하게 천천히 가고 싶은 마음이다"고 말했다.
"실제 성격 하니까 팬들에게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난 까칠한게 아니라 부끄러워 하는거다. 성향이 막 편하게 얘기하고 이러질 못한다. 왜곡된 시선으로 볼 수도 있을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조그만 쪽지도 다 갖고 있고 음료수 병에 붙은 스티커도 나에 관련된 것이라면 상자에 다 보관한다. 섬세하다. 하하하."
▲ 이율·박준규의 네이슨, 신영숙·구원영의 아들레이드
이율은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신영숙, 구원영 두 아들레이드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는 "워낙 베테랑들이라 그 때 본능적인 느낌을 갖고 조율해 가면서 연기를 한다. 크게 머리 쓰고 그러진 않는다"고 고백했다.
"신영숙 누나는 아들레이드 그 자체다. '내가 이런걸 잘 할 수 있을까'라고 항상 걱정을 하는데 '하는대로 하시면 누구나 좋아할 아들레이드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진짜 그렇다. 그 자체의 느낌이 강하다. 구원영 누나는 순발력이 워낙 좋다. 타고난 것 같다. 정말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관객들을 확 휘어잡기도 하고 그 센스에 반한다. 두 분 다 잘 맞춰준다."
이어 이율은 아들레이드와 함께 'Sue Me'를 노래할 때를 떠올리며 "사실 가슴이 아프다. 'Sue Me'를 하고 퇴장 하면 다른 배우들이 '이렇게 나쁜 자식이 있나'라고 장난 삼아 말하면서 손가락질을 한다"며 "어쩔 수가 없지 않나. 그래서 더 귀엽게 하려고 한다. 이제는 액면가가 귀여운게 안 나오다보니 행동이나 테크닉으로 귀엽게 하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율이 연기하는 네이슨의 더블 캐스트는 박준규다. 같은 역할이지만 나이대부터 스타일까지 전혀 달라 각기 다른 네이슨을 표현하고 있다. 이에 이율은 "박준규 선배님과 캐릭터가 워낙에 다르다. 하지만 연습 때는 재밌었다. 박준규 선배님꼐 정말 많이 배운다. 교과서적인 답일 수도 있는데 원래 이 작품을 하셨기 때문에 관록이 있다"며 "서로 같을 수는 없다. 그건 서로 인정을 하는 부분이다. 선배님 역시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가자'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맥락은 같으니까 이야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준규 선배님은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좋아. 그대로 가자', 그런 칭찬을 항상 받았다. 캐릭터를 잘 잡았다고 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나는 할 수 없는 부분들을 맡아서 해주니 참 좋다. 서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 도전으로 얻는 것, "두가지 색깔 가져 편하다"
앞선 작품들을 봤을 때, 이율의 연기는 항상 도전이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 매번 다른 스타일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는 이율이 배우 생활을 하며 갖고 있는 신념 때문이기도 하다. 도전을 해야 얻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율은 "항상 도전을 해왔다. 그러면서 클 것 같았다. 도전을 해야 조금이라도 얻는 것이 있다. 장기적으로 연기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도전이 필요하다"며 "그러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그렇게 가르침을 받았고 그러다보니 의도치 않게 스타일이 다른 작품들을 해왔다. 내 스펙트럼을 재보고도 싶었고 내가 어느 역할을 했을 때 어떤 색깔이 나타날까 궁금했다"고 고백했다.
"20대에 다양한 것을 해보려고 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잘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나누는 기준점이 생겼다. 잘 할 수 있는 것? 말하기 부끄럽지만 난 두가지 색깔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착한데 나빠 보이는 그런 이미지가 연기를 할 때는 조금 편한 것 같다. 귀염성이 있거나 약간 상남자 같은 것?(웃음) 그렇게 딱 두개로 나눠져있다. 평범하거나 좀 찌질하거나 그런 모습을 원하는 분들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항상 안해봤던 것들을 하고 싶다."
이율은 '아가씨와 건달들'에서도 확실히 두가지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로 수트 맵시를 뽐내며 섹시한 매력을 발산하는가 하면 귀여운 목소리와 행동으로 연하남의 풋풋함을 선보이기도 한다. 또 쇼뮤지컬 특성을 살린 만큼 그야말로 신나는 무대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배우들도 굉장히 신나게 하고 있다. 무대 퇴장을 하고 대기를 하고 있어도 다른 장면에서 노래가 나오거나 하면 춤 추거나 발을 구르는 사람들도 있다. 신나게 하는데 합까지 잘 맞으니 무대에서도 서로 아이컨텍을 하면서 재밌게 하고 있다. 관객들도 그런 마음으로 가볍게 보셨으면 좋겠다. 스트레스 쌓이는 부분이 있다면 오셔서 스트레스도 같이 날렸으면 좋겠다. 모토가 재밌고 신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다."
한편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은 2014년 1월 5일까지 서울 강남구 BBC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배우 이율. 사진 = CJ E&M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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