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신과는 처음부터 얘기가 잘 됐었죠.”
오승환의 한신행. 한국야구 역사를 논할 때 상당히 의미있는 사건이다. 2년 연봉 9억엔(약 94억원)과 이적료 5000만엔(약 5억원)은 역대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 중 최고 몸값이자 최소 이적료다. 그만큼 한신이 오승환의 가치를 높게 인정했고, 삼성은 지난 8년간 삼성에 공헌한 오승환의 앞길을 가로막지 않았다.
오승환은 2014년과 2015년 한신의 마무리로 뛴다. 오승환의 에이전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 대표는 22일 전화통화서 “한신이 오승환에게 마무리 보직을 보장했다. 계약을 잘 마쳐서 다행이다”라고 밝게 웃었다. 이어 “오승환은 2년 뒤엔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 된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걸림돌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 한신과 협상 난항? NO!
오승환의 한신행을 놓고 수 많은 추측과 루머가 있었다. 일본 언론들은 ‘한신이 오승환에 대한 영입을 굳혔다. 최고 대우를 결정했다’라면서도 ‘여러 상황을 체크해야 한다. 미국에 마무리 감을 찾으러 갈 수도 있다. 삼성과의 이적료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라는 엇갈린 태도를 연일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김 대표는 “한신 관계자와 만났을 때 얼굴을 붉힌 적이 없었다. 계약은 순조롭게 잘 됐다. 한신 관계자들은 항상 신사적으로 협상에 임했고 오승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라고 했다. 결국 일본 언론들의 보도엔 일종의 과장이 섞였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일본 언론이 그렇게 흘리는 것이다”라며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한신은 줄곧 오승환에게 최고대우를 약속했다고 한다. 연봉 총액을 놓고 밀고 당기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통상적인 수준이었을 뿐, 협상 자체가 난항에 빠진 건 아니었다고 한다. 한신이 김 대표에게 신사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김 대표도 외부 발설 없이 최대한 신사적으로 협상을 했다. 때문에 김 대표로선 계약이 마무리 되기 전까진 일본 모든 구단,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 입찰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쿨한 삼성, 단번에 OK
김 대표는 “생각보다 계약이 빨리 끝났다”라고 했다. 한신 나카무라 가쓰히로 단장은 22일 경산볼파크에 나타났다. 시즌 중 두 차례 오승환을 체크한 뒤엔 첫 방한. 김 대표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삼성 송삼봉 단장, 운영팀과 함께했는데, 단번에 계약 OK 사인을 받았다. 이적료가 역대 최소인 5000만엔으로 결정된 건 그만큼 삼성이 오승환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미가 투영됐다.
김 대표는 “삼성이 협조를 잘 해줬다. 송 단장님도 한신에 ‘무조건 선수에게 최고 대접을 해달라’는 부탁만 했다고 한다. 구단이 이적에 쉽게 합의를 해줬기 때문에 계약도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라고 했다. 삼성은 이미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었다. 이적료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입장. 삼성은 지난 8년 간 고생한 오승환의 발목을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사실 삼성이 오승환에 대한 욕심을 부릴 경우 높은 이적료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한신을 압박할 수 있었다. 실제 종목을 불문하고 프로 선수가 타 리그로 옮길 때 원소속구단과의 이적료 협상에서 난항을 겪어 몸값 협상은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삼성은 최소한의 이적료를 챙기면서 오승환이 더 많은 몸값을 챙기도록 배려했다. 선수에 대한 몸값 예산을 책정할 때 이적료와 연봉이 묶이는 건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가 동일하다. 정해진 예산 속에서 이적료가 적으면 몸값은 올라가게 돼 있다.
▲ 돌부처의 2년 뒤 모습은
오승환은 내년에 곧바로 한신 마무리를 꿰찬다. 김 대표는 “한신이 오승환의 보직을 보장했다. 그리고 거주지를 비롯해서 오승환의 일본 적응을 최대한 돕기로 했다”라고 했다. 한신이 한결같이 오승환에 대한 애정을 표했기에 삼성도 마음 편하게 오승환을 보내줄 수 있었고, 오승환 역시 한신에 마음을 열게 됐다. 오승환은 편안하게 일본야구 적응을 할 수 있다.
오승환은 한신과 계약이 끝나는 2015 시즌 후 행선지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다만, 국내로 유턴할 경우 무조건 삼성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국내 규정상 해외진출은 풀타임 9년을 채워야 자유롭다. 대졸 8년차 FA 오승환이 FA 신청을 했다면 무조건 국내구단과 계약했어야 했다. 때문에 오승환은 FA 신청을 하지 않았고, 일본에 가면서 국내에선 삼성에서 임의탈퇴 처리된 신분이다.
오승환은 2015시즌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 성적만 나쁘지 않다면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신이 2년 뒤 오승환을 자유계약선수로 풀어버리면 오승환에 대한 해외 보유권을 가진 팀이 사라지기 때문에 FA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포스팅시스템 입찰도 필요 없다. 곧바로 메이저리그 팀과 협상할 수 있다. 일본야구에서 정상급 성적을 올릴 경우 메이저리그도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 인정한다.
오승환으로선 2년 뒤 이적료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메이저리그에 믿을만한 투수로 인식되면 지금보다 경쟁력이 더 높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건 곧 몸값을 더 많이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연히 메이저리그서도 최대한 좋은 환경 속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마무리 보직을 보장받을 수도 있다. 결국 오승환이 한신에서 2014년과 2015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메이저리그 진출의 모양새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