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아버지의 이름으로 다시 뛴다.
2008년, 그렇게 신윤호(SK 와이번스)는 프로 무대에서 사라진 듯 했다. 2001시즌 15승 6패 18세이브를 기록하며 다승왕과 승률왕, 구원왕, 골든글러브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1994년 프로 데뷔 이후 13시즌동안 28승 20패 28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4.98이라는 통산 성적에서 보듯 흔히 말하는 스타와는 거리가 있었다.
때문에 팔꿈치 부상으로 2008년 신윤호가 은퇴를 선언했을 때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신윤호는 점차 팬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리고 2013년 10월, 깜짝 소식이 들렸다. 개인사업과 야구코치 등을 하던 신윤호가 프로 무대 복귀를 선언한 것. 신윤호는 자신의 마지막 팀인 SK에서 테스트를 받았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우리나라 나이 39살에 다시 프로 무대에 뛰어든 것이다.
▲ "5년 만의 유니폼이지만 정말 편안하다"
현재 소속팀 SK의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신윤호는 "내가 다시 프로팀에 재입단할지는 내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5년이라는 세월이 길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유니폼을 입으니 정말 편안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내게 야구란 언젠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고향 같은 것이다. 사람은 변해도 고향은 못 버리지 않는가"라며 "내가 여러가지 직업을 전전했어도 야구는 늘 가슴 속에 있었다. 아팠던 팔이 안 아프니 야구에 대한 미련이 계속 남아 있는 상태에 휘발유를 부은 격이다. 열망이 점차 커지더라"고 복귀 배경을 설명했다.
신윤호는 구단에 지명을 받지 못하거나 프로에 들어온 뒤 방출 당해 좌절한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말했다.
그는 "꼭 이 말 만은 하고 싶다"며 "운동을 하다보면 하루 일정량의 운동을 자기 자신과 약속한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시스템 속에서 운동하는 사람과 달리 자율적으로 준비하는 선수들은 항상 스스로와 타협하기 위훈 함정에 잘 빠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늘 운동량은 내일 두 배 한다고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절대로 자기 자신과 타협하지 마라. 숨이 턱에 차올라 그만 두고 싶을 때도 그날의 약속이니 채워야 한다. 다음날 두 배 하다가 몸이 고장나거나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절대 타협하지 말고 포기하지 마라. 한 번 포기하거나 타협하면 이후에 더 큰 고난이 다가오더라"고 경험담을 전했다.
▲ '세 아이의 아버지' 신윤호, 아버지의 이름으로
신윤호는 세 아이의 아빠다. 그는 "위로 딸이 두 명있고 막내가 아들인데 초등학교 야구 선수다. 아빠가 다시 프로 유니폼을 입으니 딸들도 좋아하지만 특히 막내 아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기분이 좋지만 아빠의 이름으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막중하다. 그래도 압박감있는 책임감보다는 기분 좋은 책임감 같다"고 웃었다.
신윤호의 막내 아들인 효수군은 현재 청구 초등학교 졸업반이다. 청구 초등학교는 신윤호의 모교이기도 하다. 내년에는 휘문 중학교로 진학할 예정.
팀에서 3루수와 포수를 맡고 있는 아들에 대해 신윤호는 "아들이 야구를 하다가 공부에도 취미가 있는 것 같아 중간에 야구를 쉬었다. 근데 나를 닮아서인지 야구를 도저히 포기하지 못하더라. 다시 야구를 시작했는데 곧 잘한다"며 아들 칭찬에 입이 마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효수군은 신윤호가 '날리던' 2001년 출생이다. 신윤호가 아들이 출생한 해인 2001년 위력적인 모습을 재현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아들에게 큰 선물을 해줬음에 틀림 없다. 마지막으로 신윤호는 아들에게 한 마디를 전했다.
"평소에 아빠가 따뜻한 말 한 마디 못 해주는데, 내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꼭 보여줄거야. 아버지의 이름으로…".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에서 훈련 중인 신윤호.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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