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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서산 강산 기자] "골반 유연성을 키워라."
25일 오전 서산구장 클럽하우스 내 교육실. 한화 이글스의 '루키' 조지훈은 코치진과 함께 비디오와 사진자료를 보며 자신의 투구폼을 분석하고 있었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2013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의 부름을 받은 조지훈은 올해 21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6.11을 기록했다. 6월과 7월 9경기에서는 1패 평균자책점 2.16(16⅔이닝 4자책)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다했으나 8월 이후 12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9.64로 무너지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입단 당시 한화의 마운드를 이끌 재목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캠프 당시 조지훈에게 직접 소고기를 사 먹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당당히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며 5선발 후보로도 기대를 모았으나 1군이 아닌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지나치게 제구에 신경 쓰다 보니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졌고, 고교 시절 최고 147km까지 나오던 구속도 140km대 초반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는 2군에서 꾸준히 선발로 나서며 1군 진입을 꿈꿨다. 꾸준한 하체 운동과 러닝을 통해 체중 10kg을 감량하는 등 투지를 불태웠고, 결국 지난 6월 20일 꿈에 그리던 1군 그라운드를 밟았다. 비록 눈에 띄는 성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그가 등판한 21경기 모두 소중한 경험이 됐다. 올 시즌을 마친 뒤 그에게 특명이 내려졌다. '골반 유연성 키우기'와 '오랫동안 몸에 밴 나쁜 습관 고치기'가 골자다.
서산에서 재활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 중인 이선희 한화 퓨처스 투수코치는 조지훈에 대해 언급하며 "한 번 자기 폼이 형성되면 잘 고쳐지지 않는다"며 "테이크백 자세에서 팔 스윙과 함께 왼쪽 발을 끌고 나가줘야 하는데 공을 놓는 순간에 멈춰버린다. 스스로 왼발에 제동을 건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습관이다. 비디오를 보니 양쪽 골반이 딱딱해 중심이 안 넘어가더라. 골반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 코치진들은 전날(24일) 조지훈의 폼 교정을 놓고 미팅했고, "골반이 딱딱해서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지훈에게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 이 코치는 "골반 유연성을 키우면 상당히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며 "중심이 마치 스키 슬로프처럼 낮게 이동해야 하는데 약간 뻣뻣하다. 자유족에 제동이 걸리니 밀고 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지훈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반드시 팀 마운드에 주축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 코치는 "볼 끝이나 변화구 각도를 보면 상당히 타고난 선수다. 마인드도 좋다. 지적받은 부분만 손 보면 정말 좋은 투수로 성장할 재목이다"고 말했다.
조지훈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비디오 분석을 마친 조지훈은 "코치님들께서 골반 유연성에 대해 말씀하셨다"며 "쉽지는 않지만 고쳐 나가야 한다. 잘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성장을 위한 확실한 '팁'을 얻었으니 이제는 수정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한화는 올 시즌을 마치고 FA 정근우와 이용규를 영입하면서 기동력과 공격에는 숨통이 틔었다. 하지만 아직도 마운드가 문제다. 안영명과 윤규진, 구본범이 복귀했지만 김경태(경찰청)와 김용주(상무)가 입대한다. 김 감독도 투수 보강을 위해 다양한 길을 찾고 있다. 2년차가 되는 조지훈도 내년 시즌 1군 마운드 한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큰 후보군 가운데 하나다. 조지훈이 2가지 숙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면 업그레이드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의 2014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한화 이글스 조지훈.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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