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배우 임창정이 돌아왔다. 임창정은 친근한 얼굴과 코믹스러운 말투를 지녔지만, 또 뛰어난 가창력으로 애절한 발라드를 부른다. 우리들의 주변에 한명쯤은 있을만한 캐릭터다.
이런 임창정이 영화 '창수'로 돌아왔다. 모든 남자들을 대표하는 캐릭터인 '창수'는 내일이 없는 징역살이 대행업자 창수(임창정)와 내일을 살고 싶은 여자 미연(손은서)이 만나면서 일어나는 비극을 담은 작품이다.
창수는 더 이상 추락할 곳 없는 밑바닥 인생이지만, "한 공간 안에서 잠을 자는 것만으로도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여자"를 만난 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작은 꿈을 꾸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 가장 불행과 만나게 된다.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을 것만 같았던 창수는 또 그렇게 추락한다.
임창정은 최근 '창수' 언론시사회에서 눈물을 보였다. 1년 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창수'가 개봉일이 잡히고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친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감격스럽단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개학을 앞둔 아이마냥 신나 있었다. 연신 미소를 지어보였고, 그저 개봉 자체가 행복하다고 했다.
"기분이 정말 남다르다. 그동안 감독님과 대표님과 편집실에서 이것 고치고, 저것 고치고, 음악작업 하고 소주 한잔하고. 이러면서 '이 영화 개봉할 수 있겠지?'라는 대화를 나눴다. 그런 세월이 있었는데 드디어 '그날'(개봉일)이 왔다. 언론 시사회 때도 먼저 만나 말없이 끌어안고 울었다. '창수'가 세상에 인사를 하러 나왔다는 것 자체가 꿈을 다 이뤘고, 행복하다."
지금까지 스무 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했고, 앨범을 발매한 임창정이었지만, 이번 '창수'를 대하는 태도는 남달라보였다. 마치 물가에 내 놓은 아이를 지켜보는 듯 한 모습이랄까. 임창정은 '창수'를 '못난 자식'이라고 표현했다.
10명의 자식이 있다고 할 때 그 자식들은 모두 임창정의 아이들이다. 그중엔 빠릿빠릿하고 공부도, 운동도 잘 하는 아이가 있을 것이다. 이는 수십억대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대형 배급사에서 수백 개의 상영관을 잡아 100만 관객, 200만 관객, 300만 관객 그러다 1천만 관객이 동원되는 영화를 의미했다. 하지만 '창수'는 이런 아이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못난 자식이었다. 그래서 '창수'는 좀 더 보살펴 줘야하고 신경써줘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임창정은 '창수' 언론 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 간담회에서 눈물을 보였다. 마지막 소감을 말하던 중 말을 잇지 못했고, 이내 눈물을 흘렸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못난 자식이 장가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언론시사회 때 영화사 대표님이 상영관 가장 뒤에서 즐기고 있더라. 이덕희 감독님은 동네 바보처럼 계속 웃고 있었다. 고생했던 시간이 막 떠올랐다. 너무 행복했다. '창수' 개봉 날만 기다리면서 소주 한 잔에 한숨을 실어 보내며 살았다. 그런 시간을 생각하면 현재가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못난 자식이 있어서 신경을 써서 키워놨더니 이제 장가는 간단다. 딱 그런 느낌이었다."
'창수'는 임창정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 작품이다. 보면 볼수록 임창정이 연기하는 임창정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창수는 동네 건달인데,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에 임창정은 명쾌한 답을 들려줬다. "창수는 모든 남자를 지칭하는 인물이다"는 한마디로 말이다.
"창수는 그냥 남자들을 다 지칭하는 것이다. 남자들은 미워할 수 없는 허세와 잘난 척이 있다. 잘난 남자도, 못난 남자도 다 그렇다. 다른 사람에게 뭐든 다 퍼주고, 그게 의리인줄 앍고 멋있는 줄 안다. 그렇고 후회한다. 이게 창수고 그게 남자다. 일반적인, 보통 남자들의 습성이기 때문에 나와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현재 임창정이 그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창수' 개봉을 앞두고 홍보 일정을 소화해야 했고, 싱글 음반을 발매해서 '문을 여시오'라는 곡으로 가수로서의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날 역시 이른 오전에 KBS 2TV '뮤직뱅크' 리허설에 참여했으며,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곧바로 이동해 '뮤직뱅크' 무대에 올랐다.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행복해 보였다. 입가에 지어지는 지울 수 없는 미소는 현재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임창정은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항상 웃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미친놈 같다고 한다. 이 상태를 좀 즐기고 싶다. 앞으로 또 이렇게 즐거울 일이 있을까 싶다. 예전에는 이런 상황을 즐기지 못했다. 지금 일정이 더 빠듯하지만 더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창정은 '창수'에 대해 "'창수'는 좀 더디다. 여백도 많고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딱 이만큼이 '창수'의 미덕이다. 시나리오보다 잘나왔고, 못 나왔고가 없다. 그런 계산적인 생각보다 지금 이만큼이 딱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또 극장에서 본 뒤 여운을 남기는 영화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배우 임창정.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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