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베테랑 선수들을 줄줄이 내보낸 두산이 이젠 감독까지 바꿨다. 두산은 27일 김진욱 감독을 경질하고 송일수 2군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김진욱 감독은 지난 해부터 두산을 이끌었고 그해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1승 3패로 패하고 말았으나 올해는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랐음에도 넥센, LG를 연파하고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 삼성과 대접전을 벌였다. 결과는 준우승이었지만 내년을 기약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지금 두산 선수들의 대부분은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오는 29일에 귀국할 예정이다. 김 감독도 선수단과 함께 하고 있었다. 그런데 27일 전격 경질됐다. 의문 부호가 따라다니지 않을 수 없다.
준우승 감독의 경질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산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준우승 감독을 교체한 사례 중 해피엔딩은 손에 꼽을 만한 정도였다는 것이다.
1983년 MBC(현 LG)는 후기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한국시리즈에서 해태와 만났지만 1무 4패로 무릎을 꿇었다. MBC는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김동엽 감독 대신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끈 어우홍 감독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MBC는 1984년 전기리그 3위, 후기리그 4위에 그쳤고 1985년에는 전기리그 5위로 추락한데 이어 후기리그에서는 승률 .370에 그치며 최하위로 처지고 말았다. 이후 1990년 LG로 간판이 바뀌기 전까지 MBC는 포스트시즌을 구경 조차 하지 못했다.
OB(현 두산)를 이끌고 원년 우승을 이룬 김영덕 감독은 삼성으로 옮겨 1985년 전·후기 통합우승을 이루는 업적을 남겼지만 1986년 한국시리즈에서 해태에 1승 4패로 져 결국 유니폼을 벗고 말았다. 이후 삼성은 박영길 감독 체제로 거듭나 1987년 '팀 타율 3할'이란 전대미문의 팀을 만들고도 한국시리즈에서 해태에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내리 4패로 물러나고 말았다.
박영길 감독의 후임으로 삼성 사령탑을 맡은 정동진 감독은 1990년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LG에 1승도 없이 4패로 물러났고 삼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김성근 감독으로 교체했다. 김성근 감독은 1991년과 1992년 삼성을 두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리기는 했으나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해 결국 교체되고 말았다.
2002년이 되서야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삼성이었다. 당시 삼성과 맞붙었던 김성근 감독은 준우승을 한 죄(?)로 경질되고 말았다. 2002년 LG를 이끌고 한국시리즈에 오른 김성근 감독은 당시 '거함' 삼성을 맞아 2승 4패로 분투했으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해임이었다. LG는 1994년 자율야구를 선도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이광환 감독을 컴백시켰지만 공교롭게도 LG는 2003년부터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길었던 암흑기를 보냈다.
김성근 감독에게 아픔을 선사한 김응용 감독은 2004년 현대에 2승 2무 4패로 진 뒤 스스로 유니폼을 벗었다. 당시 수석코치였던 선동열 감독에게 사령탑 자리를 물려주고 야구인 출신 최초로 구단 사장 자리에 올랐다. 과정과 결말 모두 훈훈한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선동열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통합 2연패를 달성했다.
선동열 감독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2010년 삼성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지만 4패로 물러났다. 그해 마무리훈련까지 소화했고 2010년에 이미 5년 계약을 맺은 선동열 감독이었지만 결국 삼성은 그를 경질시키기에 이르렀다. 부랴부랴 선임된 류중일 감독은 선수-코치 시절을 모두 삼성에서 보낸 '삼성통'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전인미답의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지금까지의 사례 중 좀처럼 찾기 힘든 최고의 해피엔딩이었다.
[27일 경질된 김진욱 전 두산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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