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NC 다이노스의 투수 이재학에게 2013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남을 것이다.
이재학은 올 시즌 10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다. 156이닝 동안 안타 123개, 홈런 12개를 내주면서 탈삼진 144개를 수확했다.
올해 마침내 1군에 데뷔한 NC의 역사 속에는 이재학의 이름이 자리하고 있다. NC가 4월 11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창단 첫 승을 거둘 때 승리투수는 이재학이었다. 당시 6이닝 7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한 투구를 남겼다.
7월 31일 문학구장에서 SK 와이번스를 맞아 NC의 선발투수로 등판한 이재학은 9이닝 2피안타 3사사구 12탈삼진 무실점으로 구단 역사상 첫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재학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린 10월 1일 마산구장에서는 이재학이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나서 7이닝 3피안타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 승리투수가 되면서 10승 투수 고지를 밟았다.
팀 동료인 찰리 쉬렉에 이어 평균자책점 부문 2위를 차지한 이재학에게 신인왕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재학의 등장으로 NC는 창단 첫 시즌에 7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 들일 수 있었고 팬들도 야구를 보는 재미가 한층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다.
마이데일리는 창간 9주년을 맞아 2013 프로야구를 빛낸 '최고의 샛별' 이재학을 만났다. 지난 25일 마산야구장에서 마무리훈련을 마친 이재학은 특유의 순박한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시즌 종료 후 어떻게 지냈나.
"올 시즌 고생한 내 자신에게 휴식기를 줬다. 시즌 때 피칭을 많이 해서 마무리 훈련에서는 캐치볼 정도만 하고 런닝, 웨이트 트레이닝, 보강운동 위주로 하고 운동을 했다. 캐치볼을 하면서 변화구를 연습했다"
- 어느덧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2013년은 본인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는데.
"정말 정신없이 끝났다. 시작과 동시에 끝난 느낌이었다. 초반에는 내가 봐도 별로 좋지 않았다. 첫 승을 하긴 했지만 공이 내 마음대로 구사되지 않았다. 어떨 때는 내용은 좋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기도 했다.
첫 완투패(5월 17일 마산 삼성전·9이닝 8피안타 3사사구 6탈삼진 2실점)를 하면서 자신감이 붙으면서 치고 올라갔다.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내 자신에겐 다치지 않고 잘 한 것에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잘 관리를 해주셨다. 중고신인이긴 하지만 그냥 신인처럼 정신없이 그냥 시즌을 치른 것 같다. 팀의 캐치프레이즈대로 거침 없이 던진 것 같다"
- 신인왕 경쟁이 막판까지 치열했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자신이 있었다. 보는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긴장을 하긴 했지만 다행히 뽑아주셔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을 받았다"
(당시 시상식장에서 유희관은 웃으면서 "야, 당연히 네가 받지 내가 받겠냐"라고 말했고 이재학은 수줍게 "아니에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 본인도 그렇고 팀도 성공적인 한 해라는 평가다.
"우리 팀이 4월과 9월에 좋지 않았다. 4월에는 수비가 좋지 않았다가 9월에는 타격이 좋지 않았다. 신생팀이라서 잘 했다는 말이 붙을 수 있겠지만 그냥 보면 7위일 뿐이다. 첫 시즌인 것을 감안하면 보통으로 했다고 생각한다. 4월과 9월을 빼면 잘한 것이겠지만 다 합하면 보통이었다"
- 올 시즌에 개막하면서 팀이 스타트는 그리 좋지 않았다. 연패를 하면서 불안하지는 않았나.
"개막 7연패를 할 때 '이러다 영영 못 이기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무조건 지는 법은 없더라. 물론 이기고도 연패에 빠진 적이 있었다. 4월에는 모두가 잘 해야겠다는 마음도 있고 처음이라는 마음도 있어서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이호준 선배님께서 '분위기는 이럴 수록 더 처지면 안된다. 파이팅하자'고 말씀하셨다"
- 이호준의 가세로 팀 분위기가 잡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본인이 느끼기엔 어땠나.
"아무래도 프로 경험이 많은 선배님이시고 특별지명으로 선배님들이 많이 오셔서 그 전에는 프로에 대해 잘 몰랐다면 선배님들이 오시고 나서는 1군 무대가 뭔지 느끼면서 한 것 같다"
- 역시 이재학하면 체인지업이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어떤 강점이 있나.
"타자 입장에서 직구와 똑같이 구사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직구인 줄 알고 스윙이 나가면 변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변화구, 특히 체인지업은 직구랑 똑같이 가다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항상 불안하다. 올해는 거의 '투 피치'였기 때문이다. 항상 불안하면서도 자신 있게 던지고 있다"
- 방금 '투 피치'를 언급했는데 내년에는 구종을 추가할 계획이 있나.
"커브나 슬라이더를 빨리 장착하려고 연습을 하고 있다. 작년에 퓨처스리그에서 뛸 때는 직구,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를 위주로 던지고 체인지업은 위닝샷으로 던졌었다. 올 시즌에는 엄지 손가락이 좋지 않아 슬라이더와 투심을 던지지 못하겠더라. 그 때문인지 감이 없어졌다. 그래서 정말 힘들었다. 작년 시즌 전에 스프링캠프에서는 커브도 구사가 잘 됐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잘 되지 않았다. 애리조나에 두고 왔나보다(웃음). 내년에 애리조나에 가서 다시 찾아오겠다"
- 이종욱, 손시헌 등 FA 선수들이 NC에 합류했다. 처음에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땠나.
"(미소를 지으며) 전 정말 좋았다. 우리 팀이 아직 뭔가 공격에서 약한 부분이 있었다. 이젠 나만 잘 던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본인을 포함해서 두산 출신 선수들이 NC로 많이 오고 있다.
"감독님도 같았고 코치님들도 두산 출신 분들이 많아 나도 팀을 옮기고도 팀이 바뀐 걸 잘 느끼지 못했다. 기회만 더 주어진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팀에 적응하기 정말 쉬웠고 새로 오신 선배님들도 나처럼 적응하기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 얼마 전, 2차 드래프트가 열렸다. 본인도 2차 드래프트로 NC로 이적한 케이스인데 어땠나.
"내 이름이 기사에 많이 나와서 정말 뿌듯했다. 아마 시절에는 '제 2의 임창용', '제 2의 권오준'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스스로 '제 2의 이재학'을 나오게 하고 싶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제 2의 이재학을 찾아라'는 기사를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 전력이 상승하는 만큼 팀의 기대도 커질 것이고 본인의 책임감도 늘어날 것 같다.
"타선이 보강이 됐는데 못 던지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 올 시즌보다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들고 있다. 물론 내년에 이 정도 유지는 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프로 선수라면 이런 부담을 안고 이겨내야 한다"
- 내년에도 올해 만큼, 또는 그 이상의 결과를 낳으려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가.
"직구 제구력이 더 확실해져야 할 것 같다. 최일언 투수코치님도 그렇게 말씀하셨고 내 자신이 봐도 그렇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직구 제구력과 커브,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 아무리 좋은 변화구를 가져도 결국엔 직구가 뒷받침돼야 하지 않나.
"그렇다. 올 시즌에도 직구가 잘 구사되는 날은 정말 던지기 쉬었다. 타자를 내 쪽으로 끌고와서 요리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직구가 안 되면 정말 힘들더라. 억지로 끌고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 올해 가장 직구 구사가 가장 잘 됐던 경기는 언제였나.
"SK전에 완봉승을 할 때였다. 제구도 제구지만 공에 힘도 정말 좋았다. 마침 엄지 손가락이 괜찮아서 슬라이더 구사도 잘 됐고 체인지업도 좋았다"
- 내년에는 외국인 타자가 들어온다.
"살면서 한번도 서양인에게 공을 던져본 적이 없다(웃음). 그 타자들은 '내 공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다.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붙어보고 싶다"
- 다가오는 새해에 소원이 있다면.
"2014년에 이루고 싶은 소원은 참 많다. 속으로 품고 있다. 올해와 똑같이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하고 싶다. 또 하나는 올해처럼 2점대 평균자책점을 하고 싶다. 소원이라기보다는 목표다"
- 마무리 훈련이 막 종료됐는데 내년 스프링캠프 출발 전까지 계획은.
"언론사 시상식이 끝나고 나면 바로 운동에 들어갈 생각이다. 나에겐 다음 해가 중요하고, 내년엔 그 다음 해가 더 중요할 것 같다. 안주하지 않고, 방심하지 않고 꾸준히 채찍질하면서 매년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 앞으로 어떤 선수로 남고 싶은가.
"야구도 잘하지만 인성도 좋다는 말을 듣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러고 싶다. 물론 그건 내 몫이다"
[이재학의 투구 모습(첫 번째 사진). 신인왕 수상 당시 이재학의 모습(두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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