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철퇴왕' 김호곤 감독이 울산 지휘봉을 내려 놓는다.
김호곤 감독은 4일 열린 기자간담회서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지난 2009년 울산 지휘봉을 잡은 후 '철퇴축구'로 울산을 아시아 챔피언에 올려 놓았던 김호곤 감독은 5년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김호곤 감독은 울산을 지휘하면서 팀 컬러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 울산은 K리그 정통의 강호 중 한팀이지만 그 동안 수비축구라는 인식이 강했다. 김호곤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울산은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활용하는 선이 굵은 축구를 구사하며 철퇴축구라는 명성을 얻었다. 김호곤 감독의 권유로 수비수서 공격수로 전향한 김신욱은 K리그 클래식 감독들이 위협을 느끼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서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무대 정상에 올랐다. 당시 울산은 AFC챔피언스리그서 무패행진을 거듭한 끝에 결승전에선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를 3-0으로 완파하는 전력을 과시했다. 또한 김호곤 감독은 지난해 AFC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며 아시아 최고의 명장으로 인정받았다.
올시즌을 앞두고 울산은 전력 공백이 많았다. 공격수 이근호와 미드필더 이호, 수비수 이재성이 상무에 입대했고 미드필더 고슬기와 에스티벤(콜롬비아) 수비수 곽태휘는 팀을 떠났다. 팀 전력에 핵심이었던 선수들의 대거 공백에도 불구하고 올해 울산은 K리그 클래식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공격수 김신욱은 올시즌 K리그 클래식서 19골을 터뜨렸고 울산의 철퇴는 더 강해졌다. 이근호의 공백은 하피냐(브라질) 김용태 김승용 한상운 같은 선수들이 함께 메웠다. 김성환과 마스다(일본) 등이 구축한 중원과 김치곤 강민수 이용 등이 버틴 수비진도 팀에 안정감을 가져다 줬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김호곤 감독의 지도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울산은 2연승도 쉽지 않다는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서 시즌 막바지 6연승을 기록하며 거침없는 질주를 했다. 올시즌 종반까지 K리그 클래식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은 울산이었다. 울산은 지난해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어 올해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오르는 듯 했지만 마지막 순간 발목이 잡혔다. 울산은 K리그 클래식 2경기를 남겨 놓고 1승만 거두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부산과 포항에 잇달아 패했다. 특히 주축 공격수 김신욱과 하피냐의 경고누적에도 리그 최종전서 포항과 팽팽한 승부를 펼쳤지만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결승골을 내줘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울산이 올시즌 K리그 클래식을 놓친 이틀 후 김호곤 감독은 자진 사퇴의 결심을 굳히고 가족에게 알렸다. 김호곤 감독은 4일 취재진들과 만나 "우승을 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한다"며 우승을 놓친 것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졌다. 또한 자신의 사퇴를 아쉬워하는 주위의 반응에 "노장은 녹슬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닳고 닳아 사라지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김호곤 감독은 자진사퇴를 발표하기 하루전 열린 K리그 대상 시상식장에서도 선수들에게 자신의 사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김신욱은 MVP를 포함해 3관왕을 차지했다. 2013시즌 K리그 클래식 베스트11에서도 울산은 4명의 선수가 수상해 K리그 클래식 구단 중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했다. 김호곤 감독은 자신의 사퇴에 대한 말을 아낀 채 선수들과 함께 조촐하게 기념촬영을 했다. 올해 가장 큰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선수들의 기쁨이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스승의 배려였다.
울산은 올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이 유력했지만 마지막 순간 우승컵을 놓쳤다. 이에 대해 김호곤 감독은 "마지막이 그래서 아쉽지만 선수들이 잘 싸웠고 후회없는 경기를 했다"는 소감을 전하며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를 시작해서 구단 관계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김호곤 감독은 선수단에 대한 고마움 뿐만 아니라 서포터를 비롯한 울산 팬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자진사퇴를 발표한 후 김호곤 감독은 "어제 시상식에서 행복했다. 우리가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베스트11에 4명이 포함됐다. (김)신욱이가 MVP를 못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상하게 되어서 행복했다"며 자신의 사퇴에 대한 먹먹함 보다는 올해 맹활약을 펼친 제자들의 활약에 기뻐했다.
[김호곤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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