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김자인(25·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은 2013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공암벽을 잘 오르는 여자 선수다. 김자인은 라이벌 미나 마르코비치(26·슬로베니아)를 제치고 리드 월드컵 랭킹과 세계랭킹 1위를 석권하며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2010년 이후 3년 만의 쾌거다. 덕분에 이제 '암벽여제'란 단어는 그녀 옆에 당연하게 붙는 수식어가 됐다.
하지만 단순한 순위만으로는 '김자인'이란 선수를 모두 알 수 없다. 그녀의 더욱 무서운 점은 클라이밍 자체를 즐긴다는 것이다. 원래부터 좋아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직업이 된다면 예전에 가졌던 애정이 식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김자인의 경우 정반대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격언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김자인을 지난 4일 만났다.
-어렸을 때부터 클라이밍이 친숙했을 것 같다
(아버지는 산악인이며 어머니는 스포츠 클라이밍 공인 1급 심판이다. 두 명의 오빠 역시 클라이밍 선수이며 현재 클라이밍 짐을 운영하며 클라이밍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과 인공암벽공원을 놀라가는 등 다른 분들에 비해 클라이밍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찍 시작한 것은 아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나 오빠가 클라이밍을 하고 있으면 나는 옆에 있는 씨름장에서 놀고 그랬다(웃음). 본격적인 시작은 초등학교 6학년 정도부터 했다"
-2010년에 이어 월드컵 랭킹과 세계 랭킹 1위를 동시에 석권했다. 한 해를 돌아본다면?
"초반에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재미있게 등반하고 좋은 성적이 나와서 다행이다. 마지막 대회(크란 월드컵 4위)가 약간은 아쉬웠지만 이러한 성적이 나왔다는 점은 만족스럽다"
(김자인은 4월 프랑스 미요에서 열린 볼더링 월드컵 도중 오른쪽 무릎 인대 부상을 입어 3개월간 재활했다. 연이어 우승을 이어가던 김자인은 11월 중순 열린 마지막 대회에서 4위를 기록했지만 월드컵 랭킹과 세계 랭킹 1위를 지키는 것에는 문제 없었다)
-현재 비시즌이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현재는 휴식을 취하고 있고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을 하려고 한다. 쉴 때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맛집 탐방도 좋아한다. 시즌 때는 체중 조절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한 끼만 밥으로 먹는다. 그래서 먹는 것에 대한 욕심이 많은 편이다.
쉬기는 하지만 대학원 학기 말이라 과제 등으로 힘들기도 하다(웃음). 대학원에서는 스포츠 심리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지도자가 됐을 때도 유용할 것 같다"
-'김자인'하면 자연스레 1등이 떠오른다. 부담이 될수도 있고 더욱 잘해야 겠다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부담이 많이 된다. 물론 1등도 잘한 것이지만 2등이나 3등도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좋은 성적만 내려고 클라이밍을 하는 것이 아니고 재미있어서 한다. 물론 처음 클라이밍을 시작했을 때는 재미있는 것을 몰랐다. 근데 계속 하다보니 클라이밍의 매력에 빠져 들더라"
-올해 대회 출전과 별개로 두 차례 빌더링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어떤 계기로 하게됐는지?
(지난 7월 128m 높이의 부산 KNN 타워를 오른 데 이어 10월에는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을 올랐다)
"대중분들께 클라이밍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했다. 아무래도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대중분들이 직접 보시는 것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빌더링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클라이밍에 대해서도 아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완등을 하게 되면 기부금이 쌓여서 아동 단체에 기부를 하게 되는 것도 매력이 있었다"
-빌더링을 통해서도 했지만 기부나 자선에도 관심이 많은 듯 하다.
(부산 KNN 타워를 오르며 1280만원의 기부금을 적립, 부산 지역 아동복지시설에 전액 전달했으며 서울에서도 '사랑의 홀드'를 통해 소외 아동 보호양육시설에 기부했다. 또한 김자인은 매달 아프리카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다)
"(손사래를 치며) 많이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기회가 있으면 되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신의 활약 덕분에 스포츠 클라이밍이 대중들에게 점차 가깝게 다가가는 것 같다. 보람도 느낄 것 같다
"예전에는 스포츠 클라이밍에 대해 굉장히 생소하게 보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여러 매체에도 나오다보니 클라이밍을 배우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 대중들에게 클라이밍을 많이 알리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하다보면 더 많은 분들이 클라이밍의 재미를 아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름 앞에 '암벽여제'란 별명이 매번 따라 붙는다. 솔직한 느낌은?
"중, 고등학교 때 가끔 인터뷰를 할 때는 '거미소녀' 같은 별명이 붙었다. 이 별명은 솔직히 마음에 안 들었다(웃음). 현재 불러 주시는 '암벽여제'는 멋있는 것 같아서 좋다(웃음)"
-팬들에게 한마디
"아직까지 '팬들에게 한마디'라든지 이런 말들이 익숙하지는 않다. 그래도 한마디 한다면 응원해주시는 분들께는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나는 죽을 때까지 계속 클라이밍을 하고 싶다. 잠깐의 관심이 아니라 계속 응원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암벽여제' 김자인. 사진=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