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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열한시'가 씁쓸한 웃음을 짓게 생겼다.
'열한시'는 지난달 28일 개봉 후 지난 4일까지 줄곧 흥행 1위 자리를 고수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였다. 흥행 정상을 차지하기에는 일일 관객수가 너무 적은데다 개봉 8일째를 맞이한 5일 기준 누적관객수가 62만 5348명에 불과했다.
이는 다른 시기 흥행 1위 작들과 사뭇 다른 관객수다. 최근 흥행 정상 자리를 지켰던 영화 '친구2'의 경우 관객 동원력에 한계가 있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개봉 첫날 30만 4184명을 끌어 모았다. 개봉 첫 주 주말에는 106만 7351명을 동원, 개봉 2주차 평일에도 10만 전후의 관객수를 유지했다.
반면 '열한시'의 경우 개봉 첫날 6만 4967명 동원, 개봉 첫 주 주말 관객 37만 7147명에 그쳤다. 개봉 2주차 평일에는 4만대의 관객을 유지했다. 이마저도 5일 외화 '어바웃 타임'과 '인시디어스:두번째 집'이 개봉하면서 3만명 대로 떨어졌다. 게다가 흥행 1위 자리까지 '어바웃 타임'에 내주고 말았다.
이에 '열한시'는 손익분기점 돌파에서 한 발자국 더 멀어지게 됐다. '열한시'의 제작비는 45억 정도. 약 220만명의 관객을 돌파해야 하지만 이 상태로는 100만 돌파 고지도 멀기만 하다.
하지만 '열한시'는 타임 스릴러라는 신선한 시도에 더 후한 점수를 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고작 45억원의 제작비로 SF장르에 도전했고(이마저도 삭감된 제작비지만) 감독과 주연배우 교체라는 악수도 있었다.
특히 '열한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타임슬립이 아니라 스릴러라는 점이다. SF는 이야기의 바탕이 될 뿐이지 '열한시'의 본질이 아니다. 자신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과정, 각각 인물의 이야기를 매듭짓는 방식 등에 더 주목해야 할 만한 영화다. 물론 적은 제작비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이는 작품들이 있지만 '열한시'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고, 타임슬립을 이용해 스릴러를 선보였을 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국내 SF영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응원 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비수기 극장가 1위를 차지한 것도 '열한시'의 운. 손익분기점도 넘기기 힘든 상황에서 흥행 정상을 일주일간 유지했다는 사실이 '범 없는 골에 토끼가 스승이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하지만 개봉 시기를 두고도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지는 영화판에서 흥행 1위에 올랐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순수한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영화 '열한시' 포스터.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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