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은 아니라는 평가지만, 한화 이글스는 힘찬 2014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최악의 시즌을 보낸 뒤 FA 시장에서 2명의 대어급 야수를 데려온 한화는 테이블세터 고민을 한 방에 해결했다.
각각 70억, 67억에 독수리 유니폼을 입은 정근우와 이용규는 상황에 따라 1번과 2번을 오가며 테이블세터를 이룰 수 있는 선수다. 테이블세터만 놓고 보면 국가대표로 구성된 한화의 1, 2번은 리그 전체에서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한화의 행보는 2008 시즌 종료 후 LG가 보여줬던 모습과 비슷하다. 현재 한화의 김응용 감독과 마찬가지로 '우승청부사'라는 명성을 앞세워 LG에 온 김재박 감독은 LG에서 자신의 2번째 시즌이던 2008년 46승 80패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50승을 거두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LG는 곧바로 겨울 FA 시장에서 이진영과 정성훈을 수혈했다.
이들은 곧바로 LG의 내, 외야를 책임지는 핵심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당시 일본 주니치에 있던 이병규마저 없어 무게감이 떨어지던 외야에는 이진영이 가세했고, 정성훈은 주전 3루수 영입이라는 LG의 숙원사업을 마무리 짓도록 해줬다. 지금도 둘은 LG의 전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이다.
포지션은 조금 다르지만, 정근우와 이용규는 한화의 센터라인을 강화할 선수들이다. 꼴찌로 시즌을 마치고 내야수와 외야수 하나씩을 영입한 것은 5년 전 LG와 지금 한화의 공통점이다. 원인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2건의 영입을 한 가운데 보상선수를 1명만 보냈다는 것도 닮은 점이다.
당시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던 히어로즈는 정성훈의 보상선수를 받는 대신 현금을 더 받기로 결정했고, SK는 좌완 이승호를 선택했다. 이번에 한화가 2명을 영입한 뒤 KIA는 포수 한승택을 보상선수로 지명한 반면, SK는 보상금을 원했다. 뽑을 선수가 마땅하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였다.
이진영과 정성훈이 들어와 공수에서 플러스 요인이 생겼지만, LG는 2009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결국 마운드가 문제였다. 2009 시즌은 레다메스 리즈-벤자민 주키치 듀오가 있기 전이었다. 당시 2명의 외국인 선수 중 하나는 타자인 로베르토 페타지니였고, 크리스 옥스프링 대신 들어온 릭 바우어는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대체 외국인 선수였던 제레미 존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뒷문도 불안했던 가운데 봉중근은 외로운 에이스 이미지가 굳어졌다.
한화도 외국인 투수 2명이 잘 해주지 못하면 2014 시즌 선전을 장담할 수 없다. 정근우-이용규로 이어지는 테이블세터와 김태균, 새 외국인 타자, 최진행 등이 이룰 타선은 위협적일 수 있지만, 마운드가 상대 타자들을 제압해주지 못하면 2009년 LG가 겪었던 문제들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른 결론을 내자면, 당장 포스트시즌 진출은 쉽지 않다. 큰 폭의 전력보강에 성공한 팀이라 해도 꼴찌에서 단번에 4위 이내의 성적을 기록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한화는 센터라인 보강으로 리빌딩 준비를 착실히 했다. 당장 다음 시즌만 보고 영입한 선수들이 아닌 만큼 정근우와 이용규는 중장기적으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외국인 투수 2명을 수준급으로 잘 고르고 유망주들의 성장도 동반된다면 한화는 5년 전 LG보다 더 빠른 시일 내에 포스트시즌을 경험할 수 있다. LG는 이진영과 정성훈을 영입하고 5번째 시즌이 되어서야 가을야구를 맛봤지만, 좋은 외국인 타자가 합류한다는 전제 하에 공포의 1~5번 타순을 보유한 한화는 그 시점이 조금 더 이를지도 모른다.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관건은 투수력이다.
[입단식에서 김응용 감독(가운데)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이용규(왼쪽)와 정근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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