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대기록이 묻힐 뻔했다.
KB 변연하가 9일 신한은행과의 홈 게임서 2쿼터 중반 개인통산 7000점을 달성했다. 이는 WKBL 통산 세번째 기록이다. 또한, 33세 9개월의 나이에 7000득점을 달성했다. 역대 최연소 기록이다. 변연하는 이날 12점을 기록하며 통산 7006점을 기록했다. 국내 여자농구에서 변연하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정선민(8140점), 김지윤(7020점)뿐이다.
변연하는 13일 하나외환과의 홈 경기서 15점 이상 기록할 경우 WKBL 통산최다득점 2위에 오른다. 변연하의 나이가 33살이라는 걸 감안하면 3년 정도 이후엔 정선민의 통산 최다득점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변연하는 “7000점을 달성해서 정말 기쁘다. 10000점은 힘들겠지만, 부상 없이 꾸준히 뛰어서 더 많은 득점을 노리겠다”라고 했다.
▲ 대기록이 묻힐 뻔했다
이날 변연하의 7000득점 돌파 가능성 여부를 현장에선 아무도 몰랐다. WKBL이 제작해 경기 전 취재진과 귀빈들에게 나눠주는 ‘오늘의 게임’이란 자료엔 변연하의 통산 7000득점 돌파 여부가 나와있지 않았다. WKBL은 물론이고 변연하의 소속팀 KB도 깜빡 했다. 심지어 변연하 본인도, KB 서동철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변연하가 7000점을 돌파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변연하의 7000득점 돌파 가능성은 현장 취재진만이 알고 있었다. 취재진이 이 사실을 경기 직전 WKBL에 알려줬고, WKBL이 관련 데이터를 뽑아내면서 아무런 문제 없이 경기가 끝났다. 만약 취재진조차 그 사실을 몰랐다면, 변연하의 7000득점 대기록은 고스란히 묻힐 뻔했다.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 통산 7000득점, 시상이 없다?
WKBL 대회운영요령 제35조엔 ‘표창’ 부문이 나와있다. 정규시즌 MVP, 챔피언결정전 MVP, 라운드 MVP 등 각종 시상내역이 꼼꼼하게 나와있다. 또한,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에 대한 시상도 진행한다. 계량 부문과 비 계량 부문 시상을 확실하게 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통산 기록에 대한 시상은 없다. 확인결과 WKBL은 개인통산기록에 대해 세밀하게 1000점 단위로 계속 시상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WKBL이 변연하의 7000득점 돌파 여부를 미리 체크하지 못한 게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현재 WKBL 선수들이 의미 있는 통산 기록을 세웠을 때 구단들이 체크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조용히 지나갈 수 있는 환경이다. 물론 센스 있는 구단들은 이를 미리 체크한 뒤 홈 게임에 맞춰 시상을 해서 선수의 사기를 높여준다고 한다. 이 마저도 깜빡 잊고 넘어가는 케이스도 많았다.
▲ WKBL 출범 15년이 넘었는데
WKBL은 1998년에 태동했다. 출범 15년이 넘었고 햇수로 16년째다. 한국여자농구는 그 사이 끊임없이 발전했다. 더구나 WKBL은 최경환 총재 부임 이후엔 KBL보다 더 뛰어난 행정력으로 팬들과 취재진들에게 인정을 확실히 받고 있다. 최 총재가 과감하게 시도한 외국인선수제도 재도입, 전 경기 7시, 2군리그도입 등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시도는 무척 고무적이다.
그런데 유독 기록 관리에선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변연하의 7000득점은 아무나 달성할 수 없는 대기록이었다. WKBL이 WKBL에서 발생한 대기록을 체크하지 않으면 아무도 변연하의 대기록은 알아주지 않는다. WKBL의 역사를 그은 대기록을 WKBL이 기념하지 않는다면 15~16년 전통도 빛이 날 수 없다.
KB 서동철 감독은 “나도 몰랐다. 감독 자격이 없다”라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변연하에게 뒤늦게 축하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가장 이름값 있는 선수로 남길 바란다. 연하에게 선물이라도 하나 해줘야겠다”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대한민국 여자농구 에이스 오브 에이스를 치켜세워준 건 서 감독뿐이었다.
[변연하. 사진 = W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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