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전도연은 별 다른 꾸밈말이 필요 없는 배우다. 그냥 전도연은 전도연이다. 하지만 전도연이라는 이름 안에는 '믿고 보는 배우', '연기 잘 하는 배우', '그가 출연한다면 작품성과 완성도는 이미 완벽하다' 등의 의미들이 포함돼 있다.
그런 만큼 전도연은 자신의 이름에 지워진 '이름값'이라는 무게가 힘겹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게다가 선보이는 작품마다 전작보다 한층 더 물오른 연기력을 자랑하니, 그를 향해 쏠린 기대감이 힘겹게 느껴졌을 터였다.
하지만 전도연은 "사실 그런 것보다는 현장에서의 부담감이 더 힘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느 순간 현장에서 '전도연이니까 가능해'가 됐다. 그러면 몸을 사릴 수가 없다. '전도연은 돼'라고 한다. 맨땅에라도 몸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다. 요즘에는 현장도 젊어져 영화를 꿈꾸던 친구들이 현장에 들어오고, 스태프가 됐다. 어릴 적 나를 보고 영화의 꿈을 키운 사람들이 같이 작업하고 있다. 그 똘망똘망한 눈빛에서 나오는 시선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작품적으로나 관객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음 작품에서 더 보여드릴 만한 것이 없다. 단지 좋은 작품에서 또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연기는 비교할 수 없다고 본다. '밀양'의 신애와 '집으로 가는 길'의 정연을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또 다른 작품에서 그 인물에 진심을 담아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면 또 다른 전도연으로 보여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연기론처럼 전도연은 전작 그 이상을 보여주려 노력하기 보다는 그 작품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연기를 선보이려 노력한다.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 바로 '집으로 가는 길'(감독 방은진)이다. 이번 작품에서 전도연은 2년이 넘는 시간동안 마약 운반범으로 오인돼 타국에서 힘든 수감생활을 버터내야만 했던 정연 역을 맡아 하루하루 파삭파삭 말라가는 모습을 담아냈다.
또 '집으로 가는 길'은 실화에 기반을 둔 작품. 그런 만큼 실제 인물을 만나볼 수도 있겠지만 그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법을 택했다. 자칫 당사자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연 역의 실제 주인공은 영화를 보고 난 후 되레 전도연을 위로했고, 전도연은 그의 위로에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후문이다.
전도연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아직도 떳떳하게 나서지 못할 정도로 상처가 심한 분들인데 연기적 호기심으로 만나기 조심스러웠다. '집으로 가는 길'은 상처를 주려는 영화가 아니라 치유를 해주는 영화다. 그 분을 만나기 전 오히려 내가 무서웠다.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힘드셨죠'라고 하는 말이 혹시라도 상처가 될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영화 촬영이 이뤄진) 도미니카에서 간접 경험을 하고 난 후 '이제는 말할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끔찍하고 고통스럽고 답답했다. 3주라는 짧은 시간을 겪었지만 그녀는 2년 넘는 시간을 보냈다.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말이라도 마음이 다를 것 같았다. 그 분도 영화를 통해 회자가 돼 힘들었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고 '좋았다'고, '힘드셨죠. 고생하셨어요'라며 날 위로해줬다. 오히려 감사했다. 영화가 위로가 된 것 같아 다행이다"고 전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진 사람마저 자신의 연기로 힐링시킨 전도연. 칸도 인정한 연기력을 지닌 만큼 한국이라는 무대가 좁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 이런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였는지, 그가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의 오디션을 볼 뻔한 사실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도연 "출연 제의도 아니고 오디션인데 '터미네이터'라는 이유로 화제가 됐다. 좀 자존심이 상한다. 출연도 아니고 오디션인데"라며 "'밀양'에 출연하고 나서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해외에서 섭외가 안 들어오냐'는 것이었다. '터미네이터'는 나한테도 에피소드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나는 사실 (할리우드 진출이) 잘 엄두가 안 난다. 언어 문제가 큰 것 같다. 그것에 대한 자신이 없다. 도미니카에 갔을 때 헬보이, 얄카와 일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영화제도 가면 '우와' 할 만한 사람들을 많이 본다. 궁금한 것도 많아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말을 못하니까 항상 답답함이 있다. 돌아오면 '꼭 영어 공부를 시작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하며 범접할 수 없는 '연기의 신'이 아닌 '친근한 언니' 같은 매력을 발산했다.
한편 전도연이 또 한 번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인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지난 2004년 10월 30일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오인돼 대서양 건너 외딴 섬 마르티니크 감옥에 수감된 평범한 한국인 주부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주부와 아내를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는 남편이 겪은 756일 간의 안타까운 여정을 그렸으며 전도연이 마역 운반범으로 오인돼 수감된 주부 정연, 고수가 아내를 구하기 위해 세상에 호소하는 남편 종배 역을 맡았다.
[배우 전도연.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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