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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메이저리그서 홈 충돌이 금지된다.
미국 ESPN 등 주요 스포츠매체들은 12일(한국시각) “원터미팅에서 뉴욕 메츠 샌디 앨더슨 단장의 주도로 홈 충돌을 방지하는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라고 보도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세부 시행 수칙이 마련되고 구단주 회의에서 통과된 뒤 선수노조마저 찬성하면 당장 내년부터 ‘홈 충돌 금지법’이 시행된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단장들은 홈에서 주자와 포수가 충돌하면서 부상을 입는 것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거의 매년 홈 충돌 사고로 중상을 입는 선수가 발생했다. 2011년엔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가 스캇 커즌스(플로리다)와 홈에서 충돌해 정강이 뼈가 부러지고 발목 인대도 파열됐다. 올해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서 알렉스 아빌라(디트로이트)가 홈에서 데이비드 로스(보스턴)와 아찔한 충돌을 했다.
▲ 홈 충돌 금지, 세부적 시행수칙은
그동안 메이저리그서는 미식축구의 보디체크 식 충돌이 빈번했다. 세이프, 아웃 크로스 상황이 아님에도 주자가 몸으로 포수를 강하게 밀쳤고, 포수도 지지 않고 강하게 부딪혔다. 서로 어설프게 피하는 것보다 오히려 부상 위험이 낮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보호 장비가 없는 주자들에겐 확실히 위험하다. 쪼그려 앉아있는 경우가 많은 포수들 역시 가뜩이나 부상이 많은데 홈 충돌에 의한 최소한의 부상 위험이라도 줄이는 게 필요하다.
ESPN은 “포수는 홈플레이트를 막아서면 안 되고 주자는 포수를 노리고 홈으로 쇄도하면 안 된다”라는 기본적인 홈 충돌 방지 규정을 보도했다. 윈터미팅에서 단장들이 논의한 사항인데, 넓은 의미의 기본 뼈대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포수와 주자의 홈 충돌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조금의 접촉이 있다고 해서 홈 충돌로 정의할 순 없다. 좀 더 세밀한 시행수칙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 단장들은 홈 충돌 방지의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예를 들어 주자가 상대 포수의 상체를 덮쳤을 때와 하체를 덮쳤을 때의 규정 적용 여부, 홈 플레이트를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 막아서면 되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야 논란이 줄어들 수 있다. 주자와 포수의 홈 충돌이라는 게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니 규정의 적용을 두고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 국내야구, 당분간 ML 움직임 지켜볼 때
국내야구는 동업자 정신이 미국보다 발달했다. 또한, 학연, 지연 등 선, 후배 관계라는 특수한 실정에 놓여있다. 때문에 포수와 주자가 홈에서 직접적으로 충돌을 하는 걸 되도록 피했다. 그런데 주자와 포수가 홈에서 서로 충돌을 피하려다 다리 혹은 허리를 무리하게 비틀면서 부상을 입는 케이스가 늘어났다. 그리고 승부가 치열해지고 외국인선수들로 인해 메이저리그 문화가 전파되면서 주자와 포수가 부딪히는 걸 진검 승부로 인정하자는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국내에선 과거 김태균(한화)이 포수를 피해서 홈을 쇄도하다 머리를 그라운드에 크게 찧은 적이 있었다. 올해에는 두산과 LG의 플레이오프 3차전서 문선재(LG)와 포수 최재훈(두산)이 홈에서 충돌해 최재훈이 크게 부상을 입었다. 확실히 서로 피해주려다가 입는 부상보다 충돌해서 입는 부상의 피해가 더 컸다. 국내야구가 메이저리그의 홈 충돌 금지 추진을 간과해선 안될 이유다.
국내 실정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야구관계자는 “결국 목적은 선수보호다. 선수보호를 위해선 우리도 도입할 만하다. 하지만, 국내 실정에 맞는 명확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일단 메이저리그서도 홈 충돌 금지 제도 도입이 최종적으로 결정된 게 아닌 만큼,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이 규정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홈에서 주자와 포수의 역동적이고 시원스러운 움직임을 원하는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게 된다. 사실 팬들 입장에선 극적인 상황에서 주자와 포수의 충돌로 인한 아웃, 세이프 결정은 하나의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하지만, 선수보호를 생각한다면, 홈 충돌 방지법의 도입은 불가피하다.
[홈 충돌 장면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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