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올해 극장가는 '핫'하고 즐거웠음에 틀림없다. 올해의 시작을 천만영화로 열었고 다양한 장르의 극과 극의 이야기들이 영화화 돼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병우 감독, 허정 감독 등 차기작이 더 기대되는 신인감독의 등장으로 짜릿한 쾌감을 맛봤으며 송강호, 류승룡, 하정우, 김수현, 이정재 등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이 있듯 올해 극장가는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특히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부율 논란은 올해의 대미를 장식할 논란 중의 논란. 한국영화 2억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재, 즐거움을 반감시킨 올해의 안타가운 사건들을 모아봤다.
▲ 관객은 나 몰라라? 멀티플렉스와 직배사의 '부율 기싸움'
주인이어야 할 관객이 한 순간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멀티플렉스와 직배사의 밥그릇 싸움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관객들이 모습이 이 같지 않을까.
영화 '호빗:스마우그의 폐허'로 인해 서울 지역 극장 부율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CGV와 롯데시네마가 '호빗:스마우그의 폐허'의 배급사인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이하 워너 브러더스)가 서울 지역 배급료를 관철시키기 위해 서울 지역 배급 거절을 통보했다고 밝혔고, 워너 브러더스는 배급 거절을 한 적이 없다며 정 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모든 일의 발단은 극장 부율. CGV와 롯데시네마가 서울지역에서 배급사가 더 가져가던 6:4 방식의 극장부율을 5:5로 동일화 하는 결정을 전했지만 워너 브러더스는 종전대로 하자며 이들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서울지역 CGV, 서울지역 롯데시네마 직영관에서 '호빗:스마우그의 폐허'를 볼 수 없게 됐다.
부율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이하 소니 픽쳐스)도 같은 문제로 CGV와 갈등이 불거졌다. 이에 소니 픽쳐스가 배급한 '몬스터 대학교'는 서울지역에서 상영되지 않았다. '토르:다크 월드'는 서울지역 CGV를 제외한 채 개봉됐으며 개봉 후에야 합의를 통해 서울지역에서 상영된 바 있다. 물론 이 일로 인해 CGV와 소니 픽쳐스에게 피해가 돌아갔지만, 이들의 기싸움에 관객 역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 '천안함 프로젝트', 초유의 상영중단부터 무료 다운로드까지
천안함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개봉 전부터 몸살을 앓았다. 지난 8월 해군 장교들과 유가족 등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9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해군과 유가족 대표 측이 낸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9월 5일 개봉된 '천안함 프로젝트'는 또 한번 위기에 직면했다. 멀티플렉스 중 유일하게 상영관을 내줬던 메가박스가 개봉 이틀째인 지난 6일 돌연 상영 중단을 통보한 것. 이후 영화 상영 중 IPTV와 다운로드 서비스를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중단되고 말았다.
이에 '천안함 프로젝트'의 기획을 맡은 정지영 감독과 메가폰을 잡은 백승우 감독은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드리는 2013 년 말 선물이며, 또한 '천안함 프로젝트'를 국민들과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세력에 대한 또 하나의 경고"라며 지난 10일 세계인권선언일을 기념해 올해 말까지 무료로 영화를 다운받아 볼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세력과의 싸움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 세 번만의 청불판정, '뫼비우스'로 불붙은 등급 논란
영화 등급 논란이 불거진 게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로 인해 더욱 뜨거워졌다. '뫼비우스'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것이 논란의 불씨. 국내에 제한상영가 전용극장이 없어 개봉 불가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영화감독조합이 '뫼비우스'의 제한상영가 등급 철회를 요구했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도 영등위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뫼비우스' 측은 두 번의 제한상영가 판정에 찬반시사회까지 열며 영등위의 등급 판정 철회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세 번의 심의 끝에 청소년관람불가로 재분류돼 개봉이 가능해졌다. 이에 김기덕 감독은 "심장 같은 장면을 약 3분 잘라내고서야 청소년불가를 받았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등급논란은 '뫼비우스' 뿐만이 아니었다.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이 베를린 영화제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제너레이션 14플러스(14세 이상 관람가) 부문에 초청돼 특별언급상을 수상했음에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은 후 이례적으로 15세 이상 관람가로 재분류 됐으며, 전규환 감독의 '무게' 또한 두 차례의 제한상영가 판정 후 청소년관람불가로 재분류 되는 등 영등위의 모호한 등급 기준에 웃고 울어야 했다.
▲ 제작가가 뿔났다? 직접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설립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배급사 리틀빅픽쳐스를 설립했다. 이들은 한국영화산업이 대기업의 독과점과 수직계열화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문제에 동감, 직접 배급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영화 산업의 불합리한 환경을 개선하고 공정한 영화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
리틀빅픽쳐스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영화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명필름, 삼거리픽쳐스, 영화사청어람, 외유내강, 주피터필름, 케이퍼필름(가나다순) 그리고 씨네21, 더컨텐츠콤 등 총 10개 회사가 주주로 참여했다.
향후 리틀빅쳐스는 제작사의 창작성과 권리 인정, 보다 합리적인 배급수수료를 책정, 공정한 계약과 수익분배를 위해 노력해 보다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이 마련 될 수 있는 건강한 영화 시장 조성에 힘쓸 계획이다.
▲ 팬덤의 승리, '은밀하게 위대하게' 600만 관객 돌파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 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흥행 5위(이하 영진위 기준)에 오른 영화다. 동네 바보, 록커 지망생,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남한에 숨어든 북한 최정예 스파이 3인방의 이야기를 그렸으며 김수현이 동네 바보로 잡입한 원류한, 박기웅이 록커 지망생으로 잡입한 리해랑, 이현우가 고등학생으로 위장한 리해진 역을 맡았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최종 흥행 스코어는 관계자들도 예상치 못했던 이례적인 일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695만 9083명, 인기에 힘입어 개봉하게 된 '은밀하게 위대하게' 확장판은 4738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런 스코어를 내게 된 데는 김수현 팬들의 힘이 컸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브라운관을 초토화 시켰던 김수현은 지난해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 '도둑들'로 영화 팬들의 마음을 훔치더니 '은밀하게 위대하게' 신드롬의 주역으로 발돋움하며 자신의 티켓파워를 발휘했다. 하지만 7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많은 영화인들을 씁쓸하게 했다는 게 '웃픈(웃기다+슬프다)' 사실로 회자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호빗:스마우그의 폐허', '천안함 프로젝트', '은밀하게 위대하게', '뫼비우스'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아우라픽쳐스,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NEW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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