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끊기거나 계속되거나.
프로농구 3강이 연쇄 충돌했다. 8일 LG-SK전에 이어 12일 SK-모비스전, 14일 LG-모비스전까지 돌아가면서 맞붙은 것. 결과적으로 천적관계만 재확인했다. SK는 LG에 패배해 선두를 빼앗겼으나 모비스를 잡고 선두에 복귀했다. 모비스는 SK에 패배했으나 LG를 잡고 원기를 회복했다. LG는 SK를 잡고 선두에 올랐으나 모비스에 패배해 상승세가 끊겼다.
16일 현재 SK가 단독선두, 모비스와 LG가 1경기 차로 뒤를 쫓는다. 올 시즌 선두 SK는 모비스만 만나면 힘을 낸다. 상대전적 3전 3승. 그런 모비스는 LG만 만나면 힘을 낸다. 상대전적 2승1패. 반대로 LG는 선두 SK에 화풀이를 했다. 상대전적 2승1패. SK-모비스-LG 순의 먹이사슬, 혹은 천적관계. 3강의 먹이사슬 관계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 SK>모비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SK 선수들이 유독 모비스만 만나면 잘 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사실이다. SK는 지난 봄 모비스에 챔피언결정전서 4연패로 무너지는 충격을 맛봤다. 이후 SK가 모비스만 만나면 강력한 집중력을 발휘한다. 농구는 개개인의 의지가 중요한 스포츠. 실제로 올 시즌 3경기 모두 3-2 지역방어에 이은 속공,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의 극대화 등 SK 농구가 전형적으로 잘 풀렸다.
유 감독은 SK를 어떻게 깨는지 알고 있다. 이미 지난 봄 챔피언결정전서 입증했다. SK 전력과 시스템이 지난 시즌과 달라진 건 없다. 변기훈의 성장은 전체적으로 보면 큰 변화는 아니다. 반면 모비스는 김시래가 나가고 이대성이 합류했다. 이대성은 지난 시즌 김시래처럼 모비스 농구에 적응하는 과정에 놓여있다. 유 감독은 양동근과 이대성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경우 달라질 것이란 계산이 섰다. 때문에 이 천적관계는 허물어질 가능성도 있다.
SK도 가만히 당하고 있진 않는다. 문경은 감독은 최근 강력한 맨투맨으로 상대를 봉쇄하는 전략을 자주 쓴다. 기본적으로 SK는 1대1 매치업에서 모비스에 밀리진 않는다. 헤인즈에게 집중된 공격이 심스, 박상오, 김민수로 분산되면 승산은 충분하다는 계산. SK가 12일 3라운드 맞대결서 크게 이긴 것도 박상오가 4쿼터에 맹활약한 게 컸다. 물론 모비스 역시 이에 대비할 수 있다.
▲ 모비스>LG
14일 3라운드 맞대결은 모비스가 왜 LG에 자신감이 있는지 드러난 게임이었다. 기본적으로 두 팀은 토종 빅맨의 영향력이 높다. LG는 슈퍼루키 김종규, 모비스는 관록을 쌓은 함지훈이 버티고 있다. 김종규는 운동능력과 높이에서, 함지훈은 동료를 활용하는 지능적인 플레이에서 한 수 위다. 영리한 함지훈이 공수 움직임이 투박한 김종규를 잘 제어한다.
모비스는 로드 벤슨과 리카르도 라틀리프, 함지훈이 데이본 제퍼슨, 크리스 메시에게 골밑에서 우위를 점한다. 더구나 벤슨이 지난 시즌 도중 LG에서 모비스로 건너오면서 LG 선수들의 플레이 성향을 잘 알고 움직이는 느낌. 벤슨과 라틀리프는 함지훈과 함께 우직하게 골밑을 지키는 편이다. 그러나 LG는 제퍼슨이 투입될 경우 골밑에서 밀린다. 외곽으로 나와서 플레이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 메시가 투입될 경우 득점력을 극대화하지 못한다는 게 고민이다.
유 감독은 이날 경기서 함지훈과 문태영을 거의 동시에 코트에 내보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상대적으로 느린 외곽수비 로테이션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김종규의 킥아웃 패스 능력이 좋아졌다고 판단한 것. LG는 골밑에서 모비스에 밀리니 외곽에서 실마리를 풀기 위해 김종규나 메시가 외곽으로 빼주는 패스가 필요했다. 결국 모비스가 LG의 외곽을 최대한 봉쇄했다. 하지만, 유 감독만큼 프로농구판에서 잔뼈 굵은 김 감독이 대응책을 찾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LG는 모비스보다 백업 가드, 포워드가 풍부하다. 이들을 활용한 인해전술 혹은 공격패턴을 발굴할 가능성이 크다.
▲ LG>SK
LG는 SK와 1라운드 맞대결서 패배했으나 2,3라운드서 연이어 승리했다. 특이한 점은 김종규가 가세한 LG가 SK에 모두 이겼다는 것. 김종규는 SK전서 확실히 편안하게 골밑을 장악한다. 에런 헤인즈는 정통 빅맨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코트니 심스는 신장에 비해 웨이트는 약하다. 최부경의 역할이 중요한데, 김종규가 높이에서 우위를 점한다. LG는 이러면서 외곽 플레이까지 살아난다. LG는 8일 3라운드 맞대결서 고비마다 외곽포를 작렬하면서 SK의 3-2 지역방어를 잘 공략했다. 모비스 시절 챔피언결정전서 SK를 깼던 김시래가 SK전서 자신 있게 경기운영을 한다.
SK는 이날 초반엔 맨투맨을 사용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3-2지역방어로 바꿨다. LG가 1대1 매치업에서 SK에 뒤지지 않았기 때문. 이는 달리 말해서 LG가 SK보다 전술적인 유연함에서 한 수 위라는 의미다. 특히 LG는 발 빠른 김시래가 발 빠른 김선형을 잘 제어하는 게 눈에 띈다. 김선형이 무력화되면 SK 공수 힘 자체가 뚝 떨어진다.
두 팀의 천적관계가 지속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두 팀은 백업 멤버가 화려하다. 때문에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다. 그들을 활용한 패턴플레이와 수비전술에 의해 천적관계가 바뀔 수도,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 당연히 선수들의 경기 당일 컨디션도 중요하다. LG는 김영환과 기승호의 활용도를 높이고, SK는 심스의 활용도를 높이면 상황이 어찌될지 알 수 없다.
[SK·모비스·LG 맞대결 장면. 사진 = 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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