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배우 고수가 평범한 가족의 가장, 아빠로 돌아왔다. 지난 2004년 10월 30일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오인 돼 대서양 건너 외딴섬 마르티니크 감옥에 수감된 평범한 한국인 주부의 실화를 그린 작품인 '집으로 가는 길'에서 고수는 송정연(전도연)의 남편 종배 역을 맡았다.
▲ 평범한 가장 종배에게 끌렸어요
잘생긴 얼굴과 우수에 찬 눈빛, 중저음의 목소리까지 '로맨틱'한 모습은 모두 갖춘 고수에게 '평범함'은 어울리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속 고수는 평범한 그 자체였다. 아주 평범한 집안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아내와 딸, 그들을 보살펴야하는 가장 종배 역으로 돌아온 고수는 지금까지 여심을 흔드는 로맨틱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자신의 무능력함에 눈물을 흘리고, 속상한 마음에 오히려 소리를 친다. "왜 말도 없이 그곳에 가서 일을 만드냐!"고 소리를 지르는 종배의 모습은 일상 속 지극히 평범한 가장의 모습이었다.
이런 평범한 가장의 모습은 고수를 '집으로 가는 길'로 이끄는 큰 이유로 작용했다. 고수는 '집으로 가는 길'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평범한 가장"이라는 점을 꼽았다.
"종배는 지금까지 제가 출연한 작품 속 캐릭터와는 좀 달라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의 모습이라서 가장 끌렸던 것 같아요. 평범한 가정에 일어난 한 사건을 통해 종배를 성장을 하고 변화가 생기죠.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족들이 생각나고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집으로 가는 길'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감정을 힘들게 만든다. 연기하는 배우들 역시 몸보다는 감정적으로 힘든 작품임이 분명해 보였다. 고수 역시 이 점에 동감했다.
"무엇보다 아내가 그렇게 먼 곳에 가 있다는 것, 서울에 남겨져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고 결국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이런 점이 힘들었죠. 기본적으로 정연도 종배도 감정이 편안한 상태가 아니에요.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어요."
고수는 종배의 마음을 100% 이해하고 종배의 감정에 몰입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 속에서 "왜 갔냐"고 소리치는 부분을 이야기 할 때는 실제로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때 정말 답답했다. 왜 갔는지 진짜 화가 나더라"고 말할 정도였다.
종배는 극이 진행되면서 점차 변화를 보이는 인물이다. 물론 상황이 주는 변화고, 극이 마무리 될 때쯤엔 한층 성숙된 가장의 모습으로 변해있다. 자신만만하게 "내가 다 알아서 할 게"라고 소리치던 종배는 어느덧 "내가 잘못했다"고 나약해지고 만다.
"초반에는 허세도 있고, 우유부단하고, 큰소리도 지르고, 이런 종배였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약하고 좀 주눅 들고, 의기소침하고 그런 사람으로 변하죠. 정연도 먼 타국에서 힘들고 답답하겠지만, 종배 역시 돌아오지 않는 답변에 답답함을 느끼죠. 점차 변해가는 종배의 모습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감정 변화를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 평범하지 않다고? 저 역시 평범한 가장이에요
영화 속에는 전도연과 고수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딸 혜린 역을 맡은 아역배우 강지우가 등장한다. 천진난만한 미소와 뛰어난 감정연기로 떠오르는 아역배우 중 한명이다. 강지우의 이야기를 꺼내자 고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말 예뻐요. 대견하고 자랑스럽죠. 아무래도 어린 아이니까 어른들처럼 감정을 컨트롤할 순 없어서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기다려가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끌어냈죠. 낮잠 잘 시간이 되면 촬영을 중단하고 잠을 자고 촬영을 했어요. 또 졸다가도 '지우가 졸리니까 안 찍어야겠다'고 하면 '찍어야 된다'고 일어나요. 어른들도 힘든 현장인데 대견스럽죠."
'집으로 가는 길' 속 종배가 아내와 딸이 있는 평범한 가장인 것처럼 고수 역시 아내와 아들이 있는 가장이다. 고수와 전도연이 '집으로 가는 길'에 캐스팅 됐을 때, 사람들은 시쳇말로 "고수와 전도연은 비주얼이 평범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수는 "아니다. 난 평범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평범하지 않다고요? 아닌데. 저 평범하게 생겼어요. 집에서도 평범한 사람이죠. 집에선 어떤 아빠냐고요? 똑같아요. 사는 건 다 똑같잖아요. 아이도 예쁘고 좋아요."
실제로 평범한 가장이라는 고수에게 '집으로 가는 길'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고수는 "그런 일은 생각도, 상상도 하기 싫다"고 몸서리를 쳤다.
"너무 힘든 일이라 상상도 하기 싫어요. 보통 남자들이 자신은 종배와 다르다고 생각하죠. 종배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겠죠. 그래도 극장을 나오면서 '나는 저런 사람이 아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종배는 있을법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감정이입이 잘 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절대 싫어요. 하하."
[배우 고수.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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