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보기 드문 빅딜이다.
KT와 오리온스가 초대형 빅딜을 단행했다. KT는 18일 앤서니 리처드슨, 김도수, 장재석, 임종일을 오리온스에 보냈다. 오리온스는 18일 전태풍, 랜스 골번, 김승원, 김종범을 KT에 보냈다. KBL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트레이드다. 또한, 주전급 선수가 끼여있다는 점에서 시즌 중반 순위싸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복수의 농구관계자들은 “불과 2~3일 내에 이뤄진 트레이드다. KT와 오리온스가 뜻이 잘 맞았다”라고 평가했다. 올 시즌 KT와 오리온스는 공통된 고민을 안고 있었다. 골밑이다. KT가 기존 3강(SK, 모비스, LG)을 위협하지 못한 이유이자, 오리온스가 중,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지 못한 이유. 여기에 팀 분위기 쇄신 필요성까지 대두했다. 결국 순식간에 판이 커지면서 전태풍과 리차드슨이란 간판선수가 포함된 빅딜이 단행됐다.
▲ KT가 얻은 것과 잃은 것
KT는 골밑만큼 가드 보강이 필요했다. 기존 KT 가드진은 김현중, 김우람, 이재도다. 그러나 김현중은 이 부상에서 회복된 뒤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2군 출신 김우람과 신인 이재도는 기복이 있다. 경기운영의 노련미가 떨어졌다. KT가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선보인 건 부족한 가드진도 한 몫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KBL 최고의 테크니션 전태풍이 합류했다. KT로선 천군만마다. 전창진 감독은 전태풍을 주전포인트가드로 활용할 계획이다. 수비가 약하다는 이유로 어정쩡한 입지였던 오리온스 시절의 아픔에서 벗어나게 됐다. KT엔 발 빠르고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많다.
김승원을 얻은 것도 수확이다. 김승원은 올 시즌 살을 쪽 빼고 전투력을 키웠다. 1대1 수비력, 기동력 모두 좋아졌다. 반면 2년차 장재석은 정체됐다. 전 감독은 시즌 중에도 “몸이 딱딱하다. 힘을 빼야 한다”라고 했다. 여러모로 전 감독이 원하는 모션 오펜스에 부합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KT가 이득을 본 부분이다. 골번, 김종범도 2~3번 공격 옵션으로는 괜찮다.
하지만, 검증된 슈터 리차드슨을 보냈다. 리차드슨은 KT에 양날의 검이었다. 외곽슛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리차드슨은 필연적으로 기복이 심했다. 약한 골밑 수비에 도움을 줘야 했으나 어정쩡하게 겉돌았다. 그러나 리차드슨의 쇼타임이 KT에 적지 않은 승수를 안겨준 부분도 있다. KT는 아이라 클라크와 골번의 역할 분담을 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 오리온스가 얻은 것과 잃은 것
사실 오리온스는 팀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 추일승 감독과 전태풍, 김동욱, 최진수 등의 불화설이 끊임없이 돌았다. 추 감독은 시즌 초반 이례적으로 “트레이드는 없다”라고 선언했지만, 결국 전태풍을 KT로 보냈다. 오리온스는 공격 위주의 선수가 많다. 수비가 되지 않은 전태풍을 이현민, 한호빈과 나눠 기용했던 상황. 전태풍을 내보냈으나 이현민, 한호빈의 가용 빈도를 늘리면 손해를 볼 건 없다. 물론 전태풍 특유의 클러치능력을 잃게 된 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KBL 최고의 테크니션이기에 오리온스로선 분명히 아쉬운 부분은 있다.
오리온스로선 리차드슨 영입이 단연 수확이다. 랜스 골번은 기복이 심했다. 리온 윌리엄스와 역할 및 활동반경도 겹쳤다. 좀 더 다양한 공격 패턴을 가져가기 위해선 다른 스타일의 외국인선수가 필요했다. 오리온스는 전태풍 대신 리차드슨의 클러치 능력을 갖게 됐다. 딱히 나쁠 게 없다. 건실한 김승원을 내보냈지만, 장재석을 얻었다. 성장세가 뚜렷한 김승원을 보내줬지만, 장재석 역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센터다.
김종범을 보내줬지만, 김도수와 임종일도 좋은 선수들이다. 다만, 김도수는 오랜 기간 부상에 시달린 뒤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수비력은 준수하다. 임종일 역시 대학 시절엔 득점기계로 통했으나 KT에선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부분은 오리온스가 어떻게 안고 가느냐에 달렸다.
▲ 기대되는 실질적 효과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웠다. 현 시점에서 손익을 따지긴 어렵다”라고 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전태풍의 테크닉으로 가드진을 보강한 KT, 리차드슨의 클러치능력을 얻은 오리온스다. 분명 두 팀은 얻은 게 있고, 잃은 게 있다. 트레이드 자체의 특수성이다. 새로운 선수들의 특성을 살리는 패턴을 발굴하고, 수비조직력을 다듬는 게 필요하다.
오리온스는 최근 서서히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었다. 특히 수비조직력이 정돈된 상황. 선수들이 대거 바뀌면서 한 차례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오리온스는 팀 분위기 쇄신이 절실했다. KT는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는데, 상위권 3강을 견제하기 위해선 강력한 승부수가 필요했다. 가드진과 골밑을 동시에 보강하면서 대반격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일단 뚜껑을 열기 전까진 손익의 세밀함을 따지긴 어렵다.
[전태풍(위), 리차드슨(가운데), 김승원(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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