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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KI Player’ 기성용(24·선덜랜드)이 잉글랜드 무대 데뷔골로 주제 무리뉴 감독(50)의 첼시를 격침시켰다. 경기 전 “기성용을 전진배치하겠다”고 밝혔던 거스 포옛(46) 선덜랜드 감독의 선택은 기막한 ‘신의 한 수’가 됐다.
기성용은 1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2013-14시즌 캐피탈원컵(리그컵) 첼시와의 8강전서 후반 18분 교체로 들어가 1-1 상황이던 연장 종료직전 오른발 슈팅으로 첼시의 골망을 흔들었다. 기성용의 잉글랜드 무대 데뷔골이다. 이 골로 선덜랜드는 2-1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1998-99시즌 이후 15년 만에 리그컵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의 전술 포인트는 ‘기성용 시프트’다. 포옛 감독은 첼시전을 앞두고 가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서 “기성용에게 더 전진해서 뛸 기회를 줄 생각이다. 그는 패스를 잘하는 선수다. 무조건 볼을 멀리 차는 선수가 아니다. 기성용이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우리에게 매우 흥미로운 옵션이 될 것”이라며 포지션 변화를 예고했다.
그리고 기성용은 지난 5일 치른 첼시와의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때보다 전진배치 됐다. 기성용은 3-4로 석패한 첼시와의 경기에선 포백 수비 앞에서 홀딩 미드필더를 맡았다. 그러나 이번 리그컵 8강에서는 앞으로 전진된 모습을 보였다. 위치만 올리지 않았다. 움직임에도 변화를 줬다. 교체로 들어간 기성용은 홀딩 역할을 맡은 캐터몰의 위에서 라르손과 함께 섰다. 그리고 왼쪽에 선 자케리니가 중앙으로 이동하면, 자케리니가 있던 왼쪽으로 자리를 자주 옮겼다. 이는 보리니의 동점골 장면에서 기성용의 위치를 보면 알 수 있다. 기성용은 마치 왼쪽 미드필더처럼 측면으로 크게 벌려 섰고 자케리니가 중앙에서 드리블을 시도했다. 이 전개는 알티도어를 거쳐 보리니의 동점골로 연결됐다. 알티도어는 순간적으로 케이힐의 마크를 벗어나 볼을 잡았고 기성용을 신경 쓰던 에시엔은 너무 늦게 태클을 시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성용은 점점 더 위로 올라갔다. 그로인해 공격시 선덜랜드의 포메이션은 ‘기성용-알티도어-보리니’를 전방에 배치한 4-1-2-3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첼시의 포백 수비를 거침없이 흔들었다. 보리니는 애슐리 콜 뒤로 파고들며 다비드 루이스를 유인했고, 알티도어는 케이힐의 시선을 빼앗았다. 자연스럽게 기성용은 에시엔과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고, 그 대결에서 승리했다.
아스필리쿠에타의 부상으로 투입된 에시엔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나섰던 아스필리쿠에타와 달리 후방에 자주 머물렀다. 덕분에 기성용과 자케리니의 수비 부담이 줄면서 선덜랜드의 공격이 보다 자유롭게 이뤄졌다.
첼시의 왼쪽도 문제였다. 아자르가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면서 그와 애슐리 콜 사이의 공간이 자주 벌어졌다. 기성용에게 찾아온 두 번의 기회가 모두 우측에서 날아온 크로스였는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특히 연장 막판에 터진 기성용의 결승골에서 선덜랜드의 오른쪽 수비수 셀루츠카는 쉽게 크로스를 시도했고, 이것은 보리니를 거쳐 기성용의 데뷔골로 이어졌다. 이때도 에시엔의 수비는 너무도 느슨했고 기성용은 두 번 볼을 터치한 뒤 오른발 슈팅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포옛 감독의 기성용 전진배치는, 단순히 포지션을 이동해 가져온 효과는 아니다. 기성용이 가진 볼 소유능력을 극대화한 변화이기도 하다. 기성용은 볼을 지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스완지시티 시절 평균 패스성공률이 90%를 넘었던 기성용이다. 이날도 기성용은 상대 진영에서 볼을 안정적으로 간수했다. 선덜랜드가 총 패스 횟수(629개)가 첼시(704개)에 크게 뒤지지 않는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포옛의 말처럼 기성용의 전진배치가 가져온 변화는 제법 흥미로웠다.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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