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은행을 왜 무너뜨리지 못할까.
우리은행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19일 최하위 삼성생명을 꺾고 11승1패를 기록했다. 공동2위 신한은행과 KB에 무려 5경기 앞섰다. 당분간 선두를 빼앗길 가능성은 낮다. 올 시즌 우리은행의 강세를 예상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렇게 시즌 초반부터 독주할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 역시 없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2-2013시즌에 최하위에서 단숨에 통합우승에 성공하며 여자농구판 신데렐라로 거듭났다. 올 시즌에도 선두독주모드다. 우리은행이 나머지 5개구단에 ‘공공의 적’으로 거듭났다는 말도 들린다. 최강자가 갖는 숙명이다. 올 시즌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구단은 유독 우리은행전서 칼을 가다듬고 나온다. 하지만, 번번이 무너진다.
▲ 외유내강 우리은행
올 시즌 우리은행은 전형적인 ‘외유내강’이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5개구단은 우리은행을 지난 시즌보단 쉽게 봤다. 겉보기에 멤버들의 면면이 지난 시즌보다 덜 화려하기 때문이다. 해결사 티나 톰슨이 빠진 대신 13번째로 선발한 노엘 퀸, KB에서 평범한 모습을 보여줬던 사샤 굿렛이 합류했다. 베테랑 임영희가 있지만, 박혜진, 이승아, 양지희, 이선화 등이 나머지 팀들을 압도할 정도의 개인기량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결과적으로 나머지 5개구단은 우리은행에 큰 코 다쳤다. 멤버 자체의 화려함은 빠졌지만, 내실은 지난 시즌과 비교할 수 없게 강해졌다. 위성우 감독 부임 후 다져온 특유의 수비조직력은 올 시즌에 더 강해졌다. 다른 감독들이 입을 모아 감탄하는 부분. 감독들은 “우리은행의 전면강압수비가 지난 시즌과 살짝 달라졌다”라고 한다. 위 감독도 인정했다. 매우 세밀한 움직임과 대형의 변화인데, 아직 나머지 5개구단은 우리은행의 조그마한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겉만 보면 분명 지난 시즌보다 약해 보인다. 그러나 막상 부딪혀보면 지난 시즌만큼 강하다. 특히 박혜진의 폭풍성장은 전혀 계산하지 못한 부분이다. 공격적인 마인드가 대단히 좋아졌다. 노엘 퀸은 화려하진 않지만, 조직적인 수비 이해도가 뛰어나다. 사샤는 몸무게를 줄이면서 골밑 움직임이 더욱 기민해졌다. 또한, 위 감독은 김은경, 이은혜 등 주전급 식스맨들을 상황에 맞게 잘 활용한다. 위 감독이 취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더 늘어났다. 하프코트 프레스, 트랩 디펜스 등 변칙 수비의 완성도는 완벽에 가깝다. 선수들도 우승의 맛을 본 뒤 고비를 넘기는 힘이 생겼다.
▲ 우리은행이 난공불락은 아니다
우리은행도 난공불락은 아니다. 19일 삼성생명전서도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시종일관 15점 내외로 여유있게 앞섰다. 그러나 경기종료 2~3분 전엔 4점차까지 쫓겼다. 삼성생명이 전술적으로 특별한 변화를 시도한 건 아니었다. 우리은행의 문제였다. 리바운드 집중력이 떨어졌다. 턴오버가 속출했다. 물론 경기종료 1~2분 전부터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역전을 허락하지 않았으나 우리은행의 이날 4쿼터 경기력은 전혀 우리은행답지 않았다.
농구는 본래 경기에 임하는 마인드, 공을 향한 의지 등이 경기력에 그대로 표출되는 스포츠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기술과 벤치의 전략만큼 중요하다. 이런 멘탈이 40분 내내 좋을 순 없다. 경기 중에도 업-다운을 반복한다. 여자선수들이 남자선수들보다 좀 더 심하다는 게 중론이다. “여자농구는 분위기를 많이 탄다”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물론 우리은행은 6개구단 중 이런 부분이 가장 좋다. 하지만, 삼성생명전처럼 좋지 않은 날도 있다.
위 감독이 선두독주체제를 갖췄으나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삼성생명, KDB생명, 하나외환 등 중, 하위권 팀에도 적지 않게 고전했다. 경기에 임하는 마인드와 의지, 집중력 약화가 우리은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다시 말해서 다른 팀들이 우리은행을 꺾으려면 이런 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강인한 멘탈을 40분내내 유지해야 한다.
▲ 다른 팀들이 서로 물고 물린다
올 시즌 우리은행을 잡은 팀은 신한은행뿐이다. 신한은행 역시 상대전적서 1승2패로 뒤진다. 우리은행은 2라운드 최종전서 신한은행에 패배하자 백투백 매치로 열린 3라운드 홈경기서 고스란히 승리로 앙갚음했다. 이러니 승차가 좁혀지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공동 2위 신한은행, KB가 중, 하위권 팀들에 적지 않게 발목을 잡혔다. KDB생명도 마찬가지다. 서로 물고 물리면서 우리은행을 놓아줬다.
하나외환 조동기 감독은 “우리은행이 못 이길 팀은 아니다”라고 했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도 “우리은행이 과거와 달라진 건 경기에 임하는 적극성뿐이다”라고 했다. 그런데도 나머지 5개구단이 우리은행을 못 잡는다. 이들이 우리은행보다 전력의 불안정성이 더 크다는 의미다.
신한은행은 김단비, 최윤아, 하은주 등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선수가 많다.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는다. KB는 가드진이 상대적으로 불안해 경기력에 기복이 있다. 높이도 아킬레스건이다. KDB생명 역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가 많다. 삼성생명은 젊은 선수들의 노련미가 떨어진다. 하나외환은 모니카 라이트가 퇴단하면서 나키아 샌포드의 체력부담이 극심한데다 가드진도 상대적으로 불안하다. 100% 경기력을 담보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준수한 가드진, 안정된 수비력과 높이를 두루 갖췄다. 상대의 약한 고리를 공략할 힘이 있다.
우리은행과 나머지 5개구단.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전력 격차는 선두와 2위의 5경기만큼 큰 건 아니다. 우리은행도 젊은 선수들의 노련미 부족이란 약점이 있다. 상대의 기민한 전술적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 역시 완벽하게 검증된 건 아니다. 우리은행도 올 시즌 상대가 변칙 전술을 들고 나왔을 때 5~10점 내외의 접전을 펼치는 경기가 많았다. 우리은행의 선두독주 제동여부는 나머지 5개구단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우리은행은 막강하다. 나머지 5개구단은 우리은행을 공공의 적으로 삼기 전에 우리은행에 이길 수 있는 힘을 갖추면 된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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