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20일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가 150회로 종영한다. 여주인공 오로라(전소민)의 우여곡절 인생사를 그린 이 작품은 20.0%(닐슨코리아 전국기준)까지 최고시청률이 오른 인기작이었으나 '오로라 공주'의 종영에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움보다 후련함을 표하는 건 극본을 집필한 임성한 작가에게 책임이 크다.
'오로라 공주'가 높은 시청률로 인기 끈 건 사실 완급 조절에 능한 임 작가의 이야기 구성 탓이다. 한 회 분량인 30여 분간 임 작가는 대개 초반에 주요 사건을 배치해 몰입감을 순간적으로 높인 뒤 이어 주변 인물들의 신변잡사를 늘어놓는 식의 전개로 긴장감이 늘어지게 한다. 그러다 끝나기 직전 다시 주요 사건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상승시킨 후 결정적인 순간 한 회를 마쳐버리는 식으로 아쉬움을 짙게 남긴다. 또 시청자는 아는데 등장인물은 모르는 사건을 넣어 등장인물이 이를 알 때까지 시간을 끄는 방식은 사용하지 않고, 시청자가 미리 짐작할 수도 없는 사건을 잇따라 집어넣어 반전의 자극을 계속 주는 데에도 탁월하다.
그럼에도 훌륭한 작품은 결코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연성 부족이다.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탓인지 시청자로서는 납득 가지 않는 상황을 반복했다. 대표적으로 동성애자 나타샤가 절에서 1천배를 매일하고 이성애자가 됐다는 설명이다. 나타샤의 설명에 극 중 인물들은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시청자까지 함께 수긍하긴 어려운 말이다. 우연의 남발은 두말할 것 없다. 또 캐릭터의 감정선이 세밀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며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공감도 어렵다. 오로라가 전남편 황마마(오창석), 현 남편 설설희(서하준)와 함께 사는 상황, 황마마와 설설희가 형제처럼 친밀하게 지내는 상황은 임 작가 스스로 지나온 이야기 속에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의 성격이나 여러 사건들을 부정한 꼴이었다.
논란거리였던 잇따른 배우 하차 문제는 그 내막을 차치하더라도 극에서 인물의 하차까지 가는 과정이 꽤나 진부해 실망스러웠다. 로라의 오빠 세 명은 전부 다 "아내 때문에"란 이유로 미국으로 보내버렸고, 왕여옥(임예진)은 유체이탈 후 사망에 사임당(서우림)은 로라의 차 안에서 돌연사, 개 떡대도 돌연사, 심지어 주인공 황마마의 사망도 드라마 단골 소재인 교통사고였다. 이토록 여러 인물들을 식상한 방식으로 극에서 빼고, 그렇다고 한 인간의 죽음에 담긴 의미를 진지하게 그려내는 것도 아니니 임 작가를 두고 훌륭한 작가였다고 평할 수 없는 이유였다.
무엇보다 '스타 작가'란 타이틀 아래 임 작가의 작품이 또 한 번 높은 시청률로 인기를 끌었단 사실은 넓게 봤을 때 우리 드라마의 퇴보를 가져온 결과다. 극본의 전개와 구성이 탄탄하지 않아도, 주제의식이 깊은 의미를 담고 있지 않아도 이처럼 성공한다는 걸 임 작가가 다시 입증한 셈이니 앞으로 어느 드라마 작가가 극본의 질적 향상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며, 방송국은 또 어떤 작가를 선택해 드라마를 만들겠냐는 것이다. 임 작가의 '오로라 공주'가 충분히 재미있었고 7개월 동안 수고스러운 여정을 걸어왔음에도 박수를 보내줄 수 없는 까닭이다.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 출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