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배우 송강호는 어느 영화에서나 다른 배우들과 잘 어울리며 조화를 이룬다. 2013년 한해만 해도 영화 '설국열차'에서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더니, '관상'을 통해서는 조선의 관상가로 변신해 능청스러운 연기력을 선보였다.
어디 이뿐인가. 평범한 소시민부터, 갑작스럽게 흡혈귀가 된 인물로의 변신도 꾀나 잘 어울린다. 평범과 독특함을 오가던 송강호가 이번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 속 변호사로 돌아왔다.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고 노무현 영화' '부림사건' 등으로 유명한 이번 작품에서 송강호는 세무 변호사 송우석 역으로 분해 속물 변호사부터 상식 없는 이들에게 분노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다.
송강호는 이번 작품을 한번 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출연했다. 이유는 부담감이었다. '노무현 영화'라는 선입견에 대한 부담감이 아니라, 누군가의 한 단면을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한번 거절을 했죠. 자신감이 없었는데 시나리오가 자꾸 눈에 밟히고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연락을 했죠. 만나서 첫 질문이 '이 작품을 만들려고 생각했던 시기가 언제였냐'고 물었고, 답은 90년대 초반이었다고 했어요. 당시 노무현이라는 변호사가 있었고, 감독이 되면 꼭 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관점이 좋았어요. 사심 없이 사건과 사람의 열정만 보고 감동을 받아 만든 영화. 그래서 출연하게 됐죠."
변호인은 고 노무현의 일화를 배경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소재로 인해 '정치영화' '노무현 찬양 영화'라는 말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그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영화 보기 전 반응이잖아요.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에요. (고 노무현) 현재까지도 논란의 대상이라서 편견, 선입견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런 것들이 주는 사전 분위기가 있어요. 영화가 개봉되면 조금 변하지 않을까요? '변호인'은 객관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영화를 보고 나면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반대로 노무현의 영화라는 인식 때문에 영화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을 터. 송강호는 "그런 마음도 이해를 한다. 영화를 보면 좋아하겠지만, 대중영화로 접해줬으면 좋겠다. 대중영화이지만, 다른 감동을 주는 영화. 그런 영화 중 한편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변호인'을 두고 '진심'이라는 단어를 유독 많이 사용했다. 처음으로 연기를 하면서 연습을 했다고 말한 송강호는 이번 작품을 연기하면서 지침으로 생각했던 것은 '진심'이라고 했다.
"진심이라는 말을 너무 자주했어요. 진심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진심이 사라지는 느낌이랄까요? 하하. 치열하게 살아왔던 그 시대의 정신, 고인의 삶을 일개 배우인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최소한 마음의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전달되길 바라면서 연기했어요."
'변호인'에서 송강호는 곽도원과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인다. 특히 다섯 번의 공판 중 4차 공판에서는 그 에너지가 최대치로 치솟는다. 두 사람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전율까지 느껴질 정도다.
"곽도원이라는 배우는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자질이 뛰어난 배우죠. 감정을 내가 이렇게 나갈 테니까 준비를 하라는 식의 말은 하지 않았어요. 리허설을 할 때도 서로 동선만 맞춰봤다. 내 감정을 계산하면 곽도원이 그것을 받아 연기를 했어요. 팽팽하게 대치 되도록 리액션을 했다는 것은 곽도원이라는 배우가 뛰어난 점이죠. 적당했어요. 너무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적당하고 좋은 리액션이었어요."
임시완은 이번 '변호인'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송강호와 김영애, 곽도원 등 기라성과 같은 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기력에 호평을 받았다. 송강호 역시 이런 임시완을 높게 평가했다. 임시완의 가능성과 자질, 자세에 대해 좋은 평가를 줬다.
"임시완이 아이돌이지만, 엄청 어린 나이는 아니잖아요. 그런 부분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진솔하고 얼굴도 잘 생겼는데, 클래식한 부분이 있어요. 그 역할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죠. 연기도 정말 열심히 하고 열정적이었어요. 제가 한 조언을 열린 마음을 받아주는 부분이 고맙더라고요. 임시완이 연기를 계속할지, 가수로서의 모습으로 계속 갈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로서 자질, 자세가 잘 돼 있다고 주변에서 칭찬을 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송강호는 자신이 지니고 소시민적인 분위기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송강호는 소시민의 느낌, 분위기가 강한 배우다. 이런 분위기는 어느 영화에서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런 부분을 송강호는 "배우로서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마음을 드러냈다.
"대중들이 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배우로서 굉장히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한정돼 있지 않고, 가능성의 통로가 많이 열려 있다는 것이죠. 환상속의, 판타지적인 배우의 이미지가 부럽기도 하지만, 연기자 입장으로서 특정한 판타지를 주는 것 보다 뭘 할지 모르는 가장 낮은 베이스의 이미지가 가능성이 열려있어요."
[배우 송강호.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